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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에 만삭의 가수가 출연해서 노래를 불렀다. 그 모습에 오랜만에 흐뭇함을 느꼈다. 한국의 현재 합계 출산율이 0.7명이라는 우울한 뉴스가 연일 보도되는 시점에 이런 것을 보여주는 것이 방송의 공익기능이 아닌가 싶다. 만삭의 연예인이 자랑스럽게 배를 내밀고 출연하며, 다둥이 가정의 가족이 행복한 모습으로 텔레비전 출연을 많이 하는 것이 국민에게 이익을 주고 기쁨과 희망을 주는 좋은 일이 아닐까.
방송위원장이 탄핵 직전에 사퇴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탄핵해야 한다는 야당도 탄핵을 다수당의 정치적 횡포라고 주장하는 여당도 그들이 진정으로 노리는 것이 무엇인가. 양쪽 모두 방송의 공익성을 실현하여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지만, 속내는 방송을 장악해서 얼마 후에 있을 총선을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목적을 숨기고 있다. 탄핵하는 쪽은 탄핵이 법원에서 결정될 때까지 방송장악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고, 탄핵을 당하는 쪽은 탄핵당하기 전에 꼼수로 미리 사퇴시키고 다른 사람을 임명하면 선거에서 목적을 실현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하나도 없지만, 표면적으로는 방송의 공익성을 회복하고 가짜뉴스를 차단하여 국민을 보호한다고 우긴다.
방송의 공익이라는 말의 뜻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은 시청자에게 국가와 사회를 위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기능이 방송의 공익기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다르게 말하면 모든 사람이 가장 시급하게 생각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하는 기능이 방송의 공익성 기능의 첫째가 아닐까 싶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인구의 감소이다. 이를 막는 것보다 더 급한 것은 없지 싶다. 우리 사회는 지속 불가능한 사회이다. 자체적인 인구 재생산이 불가능한, 명백한 `실패국가`이다. 왜 그걸 인식하지 못하는 걸까. 합계 출산율 0.7명, 세계에서 우리와 비슷한 나라도 없다. 모범을 보여야 할 정치인, 고급관료, 유명 학자, 그들은 어떠한가. 그들만큼이라도 자녀를 많이 낳았는가. 그래도 그들을 존경해야만 하는가. 그래도 그들에게 투표한다면 이 또한 동조자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현재의 방송프로그램은 공익성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미운우리새끼`라는 프로에서는 독신의 연예인의 어머니를 출연시켜 아들을 결혼을 걱정하지만, 잘난 아들을 두었다고 자랑으로 치장하고, 오락성을 가미해서 재미 위주로 방송하기에 엄마의 걱정은 사치가 되고, 당사자는 멋지게 현실을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구태여 결혼하고 자식 낳아 키우는 어려움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간접으로 홍보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모 방송프로그램 `같이 삽시다`도 그렇다. 이혼한 유명 여성 연예인의 자유로운 삶을 미화하는 프로그램으로 독신을 장려하는 것처럼 보일 뿐만 아니라 미혼 여성에게 아예 결혼하지 않고 사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홍보하고 있는 듯해서 과년한 딸을 둔 부모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질 않은가.
또 여성의 출세에 결혼이 큰 지장임을 과대하게 홍보하는 측면도 보여주고 있다. 출세를 위해서는 독신이 최고의 수단임을 홍보하듯 성공한 독신의 방송인을 최고의 대우를 하는 경향도 없지 않았다.
삼사십여 년 전 가족계획을 홍보했던 것을 보면 "둘도 많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그 시절의 가족계획 홍보는 방송뿐만 아니라 신문도 잡지도 보건소도 예비군 훈련장이나 아파트 청약에까지 군ㆍ관ㆍ국민이 함께했다. 그러나 지금은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방송에서 홍보하는 그것을 자주 보지 못했다.
그 시기 가족계획 홍보가 방송의 공익성을 위해서 당연했다면 지금 시대는 출산 장려하는 프로그램이 방송의 공익기능이 아닐까 싶다.
누가 방송통신위원장이 되든 방송을 장악해서 지금 당장 어떤 정파에 이익을 주는 것이 공익이 아니다. 아주 사소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국가 소멸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편성하는 작은 프로그램 하나가 방송의 공익성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