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숭아와 칠남매
석우리 옥골 고향집 뒤란에 개복숭아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복숭아나무처럼 길고 앳된 둘째언니 소리쳤지
일곱 개야 우리 칠남매야
마루 쪽문 열면
서늘한 바람결에 향기 수줍게 내주던
진분홍 개복숭아꽃
스물에 시집간 사진틀 속 큰언니지
어서어서 주먹만해지기를 아무리 고대해도
매일매일 그날이 그날 솜털만 보송하네
뾰루퉁 입술 내민 고집불통 막내딸이지
이른 아침부터 넷째 언니와 싸우다
어머니 부지깽이에 쫒겨 굴뚝 뒤에 마주서면
언제 싸웠냐 싶게 배시시 웃던 넷째언니
제법 굵어져 살결 보드랍던 복숭아지
남모르게 은근히 익어가던 개복숭아
양반 안씨 어머니 빼다 닮아
드러나지 않는 조신한 단맛 지닌 셋째언니지
복숭아나무 올려다볼 때마다
저건 큰언니 저건 작은언니 가리켰는데
제일 끌밋한 복숭아는 작은오빠라 불렀지
잘 익은 복숭아 하나 떨어져
강원도 연곡면 듬바우에 뿌리 내렸네
부처님 말씀으로 가지 늘어뜨린 큰오빠지
초등학교 4학년 때 였지요. 선생님께서 동시를 한편씩 지어오라는 숙제를 내주셨는데
글쎄요 어떻게 쓸 줄 몰라 허둥지둥 좌불안석이었던 내게 열아홉살이던 둘째언니가
말씀하셨지요. 우리집 뒤뜰에 개복숭아 /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 우리 칠남매네
물론 선생님께 칭찬을 들었지요. 내가 쓴 척 얼굴 표정을 짓느라 애를 먹었지요.
올 11월에 칠남매가 모였지요. 막내인 내가 예순여섯. 세 살 터울입니다. 함께 여행을 했지요.
사진을 찍었지요. 감사하고 기뻤지요. 칠남매가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린 날들이 어제 일처럼 떠오르지요. 그 개복숭아나무가 개복숭아가 어머니가 아버지가
할머니가 대청마루가 안마당이... 그리움 투성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