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는 크게 표피(epidermis), 진피(dermis), 피하조직(hypodermis)으로 구분된다. 물론, 모두 각자의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겠지만, 그중 가장 큰 피부의 비중은 바로 진피에 있다.
그렇기에 진피에는 표피나 피하조직에 없는 피부의 중요한 부속기들(혈관, 림프 시스템, 교원섬유, 탄력섬유, 모공,피지선, 한선, 여러 가지의 감각신경들, 입모근, 섬유아세포, 대식세포, 머켈세포 등)이 있고, 또한 피부 중 가장 두꺼운 부위를 차지한다. 마치 수박을 보라. 수박에서도 얇은 껍질 아래, 두껍고 빨간 알맹이가 있다.
사람이 수박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얇은 껍질이 아니라, 두껍고 많은 수분이 함유되어 있고,씨가 몰려 있는 알맹이 아닌가? 물론, 지난 호에 언급되었던, 표피 그리고 특히 각질층이 하찮은 의미라는 뜻이 아니다.결국, 우리가 수박을 고를 때는 수박껍질을 보고 수박의 알맹이를 판단한다. 그것은 표피(그중에서 특히, 각질층)가 건강해야 진피가 건강할 수 있는 원리이기 때문이다. 글. 김상현 님
진피는 眞(참 진), 皮(가죽 피)라는 뜻으로 말 그대로 ‘진짜 피부다운 피부’라는 뜻이다. 또한 영어로는 dermis라는 뜻으로서, 표피[epi(上)+dermis(진피)]와 피하조직[hypo(下)+dermis(진피)]의 어휘와 비교시, 역시 피부의 기준점은 진피(眞皮, dermis)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진피의 가치는 바로 모든 피부의 생성점이라는 것이다. 진피는 인체의 약 15~20%의 무게를 포함하고 있으며 주로 콜라겐과 엘라스틴 섬유로 구성된다. 이러한 진피에 문제가 발생하면 수분 손실 및 피부노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호에서는 진피의 중요 구성 물질 중 대표적인 혈관 시스템 및 콜라겐과 엘라스틴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사회간접자본인 도로건설이 선행되어야 그에 따른 산업발전이 부수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피부 또한 많은 영양소와 산소 그리고 각종 면역물질들이 원활하게 공급되고 또한 그에 따른 대사산물의 배출이 원활해야 건강한 피부의 신진대사가 이루어질 수 있다.
피부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진피의 윗부분에 위치한 유두층(papillary dermis)에 인접한 모세혈관이 주로 담당한다.
그림 2의 A와 같이, 심장이라는 터미널에서 대동맥이라는 고속도로 그리고 소동맥이라는 지방도로로 배출된 혈액은 바로 각각의 유두돌기 부위에서 모세혈관이라는 골목길을 통해서 표피 및 진피에 많은 영양소를 공급한다. 또한 그림 B와 같이, 피부의 모든 조직에 끊이지 않는 네트워크 형태의 도로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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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진피는 표피와의 접경부위에서 그림 3과 같이 유두돌기의 형태로 표피에 영양분 및 기타 유효성분을 공급한다. 이렇게 유두돌기가 존재하는 이유는 표피와의 결합력을 증가시키고, 표피와의 접촉되는 체표면적을 보다 넓혀서 더 많은 유효성분들의 공급을 돕기 위함이다.
이렇듯, 진피의 위쪽에 위치하는 유두돌기는 갓난아이에게 영양분을 공급해야 되는 가장 숭고한 어머니의 젖가슴을 연상시킨다.
갓 태어난 아기가 어머니의 젖가슴에서 모유를 통해 필요한 모든 영양분을 보충하듯, 젖가슴 모양의 유두돌기에는 수없이 얽힌 모세혈관에 의해 표피층 및 진피층에 각종 영양분을 공급한다.
노화피부보다 젊은 피부가 탄력 있고 주름 없는 피부를 유지할 수 있는 까닭은 모세혈관이 피부와 맞닿을 수 있는 체표면이 넓어짐으로서 더 많은 영양분을 피부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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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노화되면 모세혈관이 일반적으로 확장된다. 그런 경우에는 물론 더 많은 혈액 중의 유효영양분을 표피와 진피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수축과 확장의 적절한 반복이 아닌 지속적인 모세혈관의 확장은 실질적인 혈액 순환속도가 느려져서 오히려 노폐물의 배출이 느려지고 유효영양분의 공급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 4에서 A는 20세 여성 목 부위의 모세혈관으로 모세혈관의 배열이 잘 교차되어 혈액의 순환이 좋고 혈관 자체도 정교한 모습이다. 반면에 그림 4의 B는 72세 여성 목 부위로 짤막짤막 끊긴 도로와 같이, 모세혈관이 짧게 끊기고 부풀어 있으며 비뚤어진 모습이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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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는 평균 70%의 수분으로 이루어져있다. 특히 진피는 구성성분 콜라겐(collagen fiber) 및 엘라스틴(elastin fiber)과 같은 단백질 그리고 글라이코스아미노글라이칸(glycosaminoglycan, GAG)과 같은 성분이 수분 그 자체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래서 피부는 작은 해양도시에 비유된다.
그림 5와 같이, 콜라겐과 엘라스틴은 작은 해양도시의 지붕인 표피가 내려앉지 않도록 표피를 지탱시킨다. 콜라겐과 엘라스틴 섬유는 바로 그 해양도시를 지탱해주는 기둥 및 철골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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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합조직에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는 콜라겐(collagen fiber)은 아교질이라는 섬유성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체 총 중량 중 약 30%의 무게를 차지한다. 일반적으로 콜라겐은 피부 진피층만을 생각할 수 있으나 힘줄, 인대, 연골, 골격 등도 대부분 콜라겐으로 이루어져 있다.
피부의 콜라겐은 탈수된 피부에서 약 75%의 중량 비율에 해당될 정도로 수분 다음으로 가장 비율이 높다. 또한 엘라스틴도 피부단백질의 4%에 해당된다.
엘라스틴(elastin fiber)은 엘라스틴(elastin)이라는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콜라겐에 비하여 대체적으로 가늘고 굴절성 및 신축성이 높아 자체 길이의 1.5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그림 6의 C와 같이, 마치 콜라겐(C)은 피부 속의 부드러운 섬유와 같고, 엘라스틴(E)은 피부 속의 강하고 질긴 섬유와 같다. 마치 부드럽고 수분을 많이 함유한 넝쿨장미(콜라겐)가 자라나기 위해서는 강한 철조망(엘라스틴)을 타고 위로 올라가야 하듯이, 콜라겐 섬유는 엘라스틴 섬유에 지탱되어지며 존재한다.따라서 엘라스틴 없는 콜라겐, 콜라겐 없는 엘라스틴은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다. 주름과 탄력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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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겐은 피부재생에 있어서 강한 리더력을 발휘하여 피부 함수율, 피부 주름, 상처치유, 피부재생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림 6에서 P지점은 진피의 유두층(papillary dermis)으로 콜라겐 및 엘라스틴 섬유가 R지점의 망상층(reticular dermis)보다 더 짧고 세밀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그 이유는 콜라겐의 합성물질인 섬유아세포(fibroblast)가 유두층에 더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섬유아세포는 진피의 주요 구성성분인 콜라겐뿐만 아니라, 엘라스틴 섬유와 글라이코스아미노글라이칸 등도 생성한다.
콜라겐이 하는 대표적인 역할은 진피에 수분을 공급하는 것이다. 콜라겐은 아교질로 된 섬유라는 뜻에서 아교 또는 교원(아교의 원료라는 의미) 섬유라고 불린다. 이러한 콜라겐은 많은 수분을 함유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흔히 ‘피부의 저수지’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많은 물을 담고 있는 곳이 저수지라고 불리듯이 말이다.
조금 논리적으로 표현한다면, 콜라겐은 3개의 아미노산(amino acid)의 나선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아미노산은 약 1,000개의 물분자를 함유할 수 있다. 즉 콜라겐은 약 3,000개라는 어마어마한 물을 보유하고 있는 저수지인 셈이다. 콜라겐은 물에 용해되는 수용성 콜라겐(soluble collagen)과 용해되지 않는 불용성(insoluble collagen)의 두 종류로 나뉘는데, 노화가 되면 수용성 콜라겐이 불용성 콜라겐으로 변성되어져, 수분의 함유량이 감소하고 주름이 증가하게 된다.
콜라겐은 깊은 상처가 났을 때 지혈작용뿐만 아니라 상처 치료 작용도 한다.
이것은 섬유아세포의 지속적인 공급으로 콜라겐이 합성되어 피부의 파인 부분을 메워 주기 때문이다.
여드름을 잘못 추출한 후 생기는 파인 흉터(pit scar)는 바로 이러한 콜라겐의 합성이 잘 되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다. 또한 수술 등 피부의 절단면이 재생되면서 피부가 위로 올라오는 비후성반흔(hypertrophic scar)과 등, 가슴, 목 등의 진피가 두꺼운 부위의 여드름이나, 반복적인 여드름 추출의 실패로 피부자극이 심하였을 경우에는 해족증(keloid scar)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진피 모세혈관의 혈액순환은 표피와 진피에 각종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여 준다. 이러한 정상적인 순환은 표피의 신진대사 및 진피 섬유아세포의 활동을 도와 콜라겐 등의 진피 내 중요 구성물질들이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해줌으로써 건강한 피부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
그림 발췌 참고도서 1. 여드름의 치료방법과 피부재생관리 / 피부재생관리연구회 / 고려의학 / 2000년 4월 7일 2. Atlas of Normal Human Skin / William Montagna, Albert M. Kligman, Kay S. carlisle / Springer-Verlag / 199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