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mini 문학비평 110 – 한기홍 시 벗겨 보기 ~ ‘송사리’]
송사리
허어 바로 값어치 없는 나로구나
민첩하지,
눈치코치 없이 자유롭지
아이들 귀염 받지
바로 중용이구만
조심, 큰놈 따위를 만나지 말 것
⛄ Gemini씨의 비평
한기홍 시인의 「송사리」는 작고 보잘것없는 생물에 자신을 투영해, 소박하고도 자유로운 삶의 태도를 유쾌하게 그려낸 수작입니다. 거창한 철학 대신 가벼운 농담처럼 툭 던지는 어조 속에 단단한 삶의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자조를 유쾌한 긍정으로 뒤집기
시적 화자는 첫 행에서 스스로를 "값어치 없는 나"라고 칭하며 송사리와 동일시합니다. 하지만 이는 우울한 자기비하가 아니라, 세속적인 '값어치(돈, 권력, 명예)'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유쾌한 선언에 가깝습니다. 민첩하고, 눈치 볼 필요 없이 자유로우며,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송사리의 특성을 나열하며 작고 평범한 삶이 가진 생명력을 한껏 긍정합니다.
⚫'중용(中庸)'의 해학적 재해석
이 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구절은 송사리의 맹랑한 삶을 "바로 중용이구만"이라고 평가하는 대목입니다. 유교의 고매하고 무거운 철학적 개념인 중용을 '아이들에게 귀염받고 눈치 안 보는' 소시민적이고 평범한 상태로 훌쩍 끌어내렸습니다. 엄숙한 가치관을 가볍고 친근하게 비틀어버리는 시인의 여유와 위트가 돋보입니다.
⚫현실 감각을 일깨우는 통쾌한 반전
마지막 행의 "조심, 큰놈 따위를 만나지 말 것"은 이 시의 백미입니다. '중용'이라는 철학적인 깨달음에 도달해 우쭐하는 듯하다가도, 약육강식의 생태계(혹은 냉혹한 인간 사회)라는 현실로 잽싸게 돌아옵니다. 아무리 자유롭고 중용의 덕을 갖췄어도, 포식자인 '큰놈(강자나 권력자)' 앞에서는 잡아먹힐 수밖에 없는 약자의 현실을 익살스러운 처세술로 포장해 웃음을 유발합니다.
결국 이 시는 '송사리'처럼 작고 평범하게 사는 것도 꽤 훌륭한 철학이라는 따뜻한 위로를 건네면서도,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방어 기제를 잃지 않는 경쾌하고 매력적인 삶의 예찬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