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수교사에 해외연수·안식년 주는 평가제(評價制)를
입력 : 2009.08.13 23:01
경기도 양평 광동고의 전교조 소속 국어담당 송승훈 교사는 1000여권의 도서목록을 갖고 독서교육을 시킨다. 학생들을 상담해 무슨 책을 읽는 것이 좋겠다고 권하고, 제출받은 독후감을 놓고 그룹 토론을 벌인다. 조별(組別)로 저자를 찾아가 인터뷰한 뒤 서평도 쓰게 한다. 수능 '언어' 시험을 볼 필요가 없는 고3 이과(理科) 학생들에겐 국어시간에 '오류와 우연의 과학사' '우리 몸 미생물 이야기' 같은 과학책으로 토론식 수업을 이끌어간다.
이화여대 병설 미디어고 임경묵 교사는 2007년부터 미대에 진학하겠다는 학생 18명을 모아 방과후 수업을 했다. 임 교사는 홍익대 앞 미술학원에서 실기 테크닉과 입시 경향을 배운 뒤 구청 지원으로 마련한 실습실에서 매일 밤 10시까지 학생들을 가르쳤다. 올 대입에서 미술반 18명 중 17명이 학원 근처에도 안 가보고도 미대에 합격한 것은 거의 기적 같은 성과다.
대한민국 공교육의 질(質)을 끌어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송 교사, 임 교사처럼 열정적인 교사들의 성공사례를 널리 알리고 많은 교사가 본뜨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교육당국이 송 교사, 임 교사 같은 선생님들에게 더 많은 지원과 보상을 해줘야 한다. 내년부터 교원평가를 수용하겠다고 선언한 한국교총 이원희 회장은 수업 잘하는 교사에게 해외연수나 교원 안식년제의 우선권을 주고 성과급도 차등 지급하는 방식으로 교원평가제가 시행돼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회장의 제안이 교육개혁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좋은 방법이 될 수가 있다.
지금도 성과급 제도가 도입돼 있긴 하지만 일부 학교에선 전입 순서에 따라 등급을 매기거나 아예 성과급을 똑같이 나눠 갖는 균등(均等) 배분제를 하고 있다. 혼신의 열정으로 가르치는 사람과 수업시간만 채우기 바쁜 나태한 교사가 똑같은 처우를 받는다면 교육개혁은 까마득해진다. 교사 사회에 더 잘 가르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게 만드는 것이 학교를 살리고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고 사교육을 잡는 길이다.
전교조는 교원평가제가 도입되면 교직사회에 구조조정이 몰아치고 일부 교사는 퇴출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도저히 구제불능인 무자격 교사들은 교육현장에서 물러나게 하는 게 옳다. 그러나 교원평가제의 1차적 목적은 자격 없는 교사를 몰아내겠다는 것보다는, 치열하게 연구하고 고민하는 교사들에게 노력과 헌신에 걸맞은 보수와 처우를 해주는 데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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