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이 PGA 챔피언쉽에서 타이거우즈를 꺾고 우승을 했습니다.
다들 뉴스에서 봐서 아는 스토리이겠지만,
사흘동안 손에 땀을 쥐고 봐야했던 내게는 여러가지로 큰 선물이었습니다.
PGA Championship,
첫날은 중계도 보지 않았습니다.워낙 새벽에(2시 부근) 중계를 하는데다가 우리나라 선수와는 상관이 없
는 대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재방송 정도나 볼까 했습니다.
첫날부터 타이거우즈가 수위를 달려서 이 친구 금년에는 메이저 인연이 없나 했더니 기어이 하는구나 했
습니다.
둘째날 그냥 아침 4시에 잠이 깨는 바람에 중계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들 플러스 몇타이고 해서 우리나라 선수는 역시 메이저는 안되는구나 했습니다.그런데 양용은이 10위
권 안에 들어서 어 이 친구 Top 10에 들겠네 하는 생각에 마음 뿌듯했습니다.
세째날 미친듯이 잘 치더군요.
- 5, 당일의 데일리베스트 였지요.
그리고 젼년 우승자 포드해링턴이 마지막 홀을 보기를 하니까 공동 2위가 됐습니다. 그런데 해설자가 먼
저 홀아웃을 한 사람이 먼저 배정이 되기 때문에 양용은이 타이거우즈와 한 조가 된다고 하는군요.
이미 두 타나 뒤진데다가 골프선수치고 우즈 공포증 없는 사람 없으니까 틀린 게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요일,
차를 타고 멀리 나들이를 갔는데 도중에 마누라에게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작년에는 포드해링턴이 우즈를 이겼으니(이 때는 역전은 아니었습니다) 금년에는 양용은이 한 번 해줬으
면 좋겠다. 해링턴이 아일랜드 출신이고 양용은이 제주도 출신이니 만약 이기면 이후 우즈는 섬놈 공포증
생길거야 뭐 이렇게 얘길 했더니 우리 마누라 왈,
우즈 엄마가 태국사람이라 우즈에게 참선을 하게 하는데 하루에 한시간 이상을 하게 한다고,그게 이 친구
의 평정심을 그렇게 유지하게 해주는 거라고.
월요일,
아침 4시에 또 눈이 떠졌습니다.
TV를 켰더니 이미 8번 홀을 마친 상태였는데 우즈가 두 타를 잃고 양용은이 이븐을 유지를 해서 동타더구
군요.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이거 일 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롱홀에서 우즈가 역시 투온을 하고 버디를 해서 한타를 달아나서 불안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홀(물건너 가는 숏홀인데 우즈는 오버하고 양용은 2m 정도로 붙였습니다) 에서 역전을 하는
줄 알았는데 그 2m도 안되는 홀에서 퍼트를 놓쳐 보기를 한 우즈와 동타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14번 홀, 320 야드인가 되는 미들 홀, 둘다 앞바람에 드라이버를 쳤는데 양용은은 약간 모자라는
벙커 사이드, 우즈는 벙커에 빠졌지요. 우즈가 먼저 벙커샷을 해서 2m 정도로 붙였습니다.
제발, 제발 양용은도 붙여야 하는데 하는 기도를 하고 있는데 데굴데굴 굴러가던 공이 홀컵으로 쑥(이 대
목에 정말 중요한데 정말 사정없이 쑥) 들어갔습니다.
양용은 어퍼컷 하고 팔 공중에 흔들고 야단났습니다.
마누라 무슨 아침잠도 없이 새벽같이 설치냐고 한 마누라 자는 방에 고함을 질렀습니다.
"이 봐 , 빨리 나와, 섬놈이 일내겠어."
17번 홀, 숏 홀인데 우즌 그린오버하고 양용은은 중간에 올렸을 때 이제 끝났구나 했습니다. 아니,그런데
우즈가 어퍼로치를 3m정도 남기길래 투퍼트만 해서 파 하면 두타 차이니 마지막 홀은 느긋하게 보겠다 했
는데 어이없는 짧은 퍼트, 그런데 우즈가 퍼트를 미스를(이날 우즈는 정말 퍼트 안되더군요, 퍼블릭 에니
미로서의 면모를 전혀 보이지 못했습니다.) 하길래 이제 넣으면 이긴다 했는데 양용은의 퍼트가 이게 또
변죽만 울리고(홀 가장자리 맞고 나왔습니다.) 말았네요.
한타차 마지막 홀,
먼저 티샷한 양용은 왼쪽 러프, 앞에는 키큰 나무, 아이고.
우즈 티샷, 페어웨이 한 가운데.
이제 연장을 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었습니다.
200야드를 약간 넘는 세컨샷을 유틸리티를 빼든 양용은, 나무에 맞지 않으려면 드로우 샷을 구사해야 하
는데 하는 생각, 공이 하늘높이 떠올랐습니다. 양용은이 썩은 얼굴을 해서 내 속도 다 타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 공이 얼마 안되는 핀과 벙크 사이에 떨어지더니 몇 미터 구르지도 않고 멈췄습니다. 핀에서 2m
정도, 아 이제는 이겼구나 싶더군요.
페어웨이 좋은 곳에서 세컨샷하는 우즈, 핀 노릴 수 밖에. 약간 왼쪽으로 벗어나 그린을 30센치 정도 빗
겨간 러프, 워낙 어퍼로치 버디도 잘하는 놈이라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9부 능선은 넘었습니다.
우즈가 기어히 넣으려고 강하게 친 어프로치 핀오버, 끝났습니다.
2m에서 3 퍼트야 있을 수 없으니까.
침착하게 노려보던 양용은 팬서비스, 버디!
섬놈이 일내는 순간이었습니다.
최경주나 이 친구나 다 시골머슴처럼 생겼는데.
그러면 어떻습니까?
이뻐 죽겠더군요.
아침에 출근해서 이런저런 기사에 양용은 관련 기사를 보다가 내가 몇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돈 많으면 양용은이 받는 상금 130만불에 또 130만불 보내고 싶더라고요.
우리도 이런저런 유명브랜드 OEM수출로 밥먹고 사는데,늘 그런 유명브랜드에는 이기지 못한다고 생각
해왔는데, 양용은이 보고 생각좀 달리 먹었습니다.
나도 우승할 수 있다.
세계최고의 선글라스 브랜드 될 수 있다.
내가 다 못하면 아들이 마저 하면 되지.
첫댓글 진짜 딸이 애비닮았어.어쩜그리 부녀간에 실황중계를 생동감있게 하냐?몇달전, 김연아출전대회 중계를 딸이 기가 막히게 하더니만 .... 피는 못속여. 회장님! 세계최고의 선글라스가 꼭 될껍니다. 화이팅!!!!
한사장 과찬의 말씀을. 그런데 정말 어제 오늘은 저절로 웃음이 나오고 그래서 주변사람들이 "저거 2% 부족한 것 아냐?"했을 것 같은데. 아무튼 어때요? 생각만 해도 실실 웃음이 나오는데... 얼씨구 좋다~~
골프 문외한인 나에게는 '남자 체면을 살렸구나!' 정도인데, 회장님 중계를 읽으니(뭔지는 몰라도) 대단한 일 냈네요. 아직도 넘치는 열정이 꼭 꿈을 이루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