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월요일. 어느덧 농성6일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아직도 삼성은 묵묵부답 아무 움직임이 없지만, '삼성 직업병을 제대로 해결 하기 위한 24시간 매일매일 이어말하기'는 오늘도 계속됩니다.
오늘은 오후 3시 특별한 손님이 또 방문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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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울산에서 오신 손님은, 이어말하기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이미 눈시울이 벌겋게 젖어 있으셨습니다.
마이크를 들고 자리에 모신 후에도 올해 2월 세상을 떠난 딸이 생각나시는지 말씀을 시작하지 못하시더군요.
네 그렇습니다. 오늘 직업병 피해를 이어말씀하셔 주신 분은 올 2월 돌아가신 고 조은주 님의 어머님 되십니다.
눈물을 흘리시느라 소개를 못하시는 은주씨 어머니를 대신하여 반올림 이종란 활동가가 대신 소개를 했습니다.
"울산에서 올라오신 김경희님. 올해 2월 혈액암으로 딸을 잃은 조은주씨 어머님이십니다. 은주씨는 92년생으로 어린나이에 혈액암으로 사망했습니다. 은주씨는 삼성전자 탕정사업장에서 대형엘씨디 TV 불량검사를 했습니다. 현재까지는 엘씨디사업장의 유해요인이 밝혀진바 없습니다. 다만 전리방사선이 많이 사용되고 노출되었다는 것을 추정할 뿐입니다. 역학조사를 통해 유해요인을 밝혀내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게으름을 피우고 있습니다. 정부에 강력히 요구합니다."
삼성은 현재는 과거보다 훨씬 좋은 작업환경이고 직업병은 있을 수 없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2010년에 입사한 은주씨의 사례는 최신식 라인에서도 직업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잠시 후 어머님께서 딸 조은주님의 너무나 짧아서 안타까웠던 삶을 힘겹게 증언해 주셨습니다.
"괜히 삼성에 보냈어요. 거기만 안갔어도 아직 살아있을 건데... 황유미씨 사건도 몰랐고 고1 때 삼성에서 학교로 나와 연봉이 3천만원이라고 홍보를 했다고 합니다. 그 날 학교를 다녀와 삼성에 들어가겠다고 얘기하더니 3학년이 돼서 삼성에 합격했습니다. 대학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삼성이라고 하니 내심 기쁜 마음도 있었습니다.
입사한지 2년쯤 지나 몸이 안좋았고, 3년 후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어 대학병원에 갔더니 혈액암이라고 합니다. 그 때서야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영화를 통해 황유미씨를 알게 되었습니다. 딸아이는 22살 생각지도 못한 병에 걸려 결국 죽게 되었습니다. 노무사님이 어떤 일을 했는지 물어봐서 울산에서 같이 삼성에 입사한 은주 친구에게 전화해서 은주가 무슨 일을 했는지 물어보았는데 전혀 모른다고 하면서 이후에는 전화를 받지도 않더군요.
가족 중 혈액암이 없고 혹시 직업병이 아닐까 생각해서 산재신청을 하려고 했는데, 삼성에서는 직업병이면 일하는 사람들 모두 병에 걸려야지 왜 은주씨만 걸리겠느냐 그건 개인이 몸이 약해 병에 걸린거다라고 했습니다. 은주가 같은 회사에 자기보다 어린친구도 갑상선암에 걸렸다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갑상선암은 흔하니까 넘어갔는데 내 딸이 가족과 상관없는 혈액암에 걸렸다고 하니 직업병이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이어말하기 시간을 마치기 전 삼성에 한말씀 하시라! 라는 사회자의 이야기에 어머님 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린애들 돈으로 유혹해서 데려가면서 안좋은 환경에서 머리끝까지 덮는 방진복 입히지 말고 삼성은 어마어마하게 돈이 많다고 알고 있는데 그 돈으로 사람이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은주 같이 어린 아이들" 건강하게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말씀 ...딸 또래의 아가씨들만 지나가도 눈물이 난다는 은주씨 어머니의 바램이 조속히 이루어 졌으면 좋겠습니다. .
그리고 오늘도 어김없이 저녁 6시 퇴근시간에 맞춰 오늘의 두번째 이어말하기를 진행했습니다.
오늘은 와~ 법조계 2군데에서나 방문해 주셨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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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법(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활동하시는 변호사들께서 저녁시간 첫번째 초대손님이었습니다.
그 중 , 서선영 변호사를 사회자 푸우씨가 앞으로 부르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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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선영 변호사는 반올림을 지지하고 함께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시네요.
"노동자의 건강에 관련된 정보들이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숨겨지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생명을 지키고 일할 수 있도록, 알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알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연구하는 모임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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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법조계 손님 2탄, 반지모(반올림을 지지.지원하는 노무사들의 모임)의 이상규 노무사님 입니다.
"보시다시피 저도 장애가 있습니다. 10년 전에 회사 생활을 하다가 과로로 쓰러져, 산재 장애 1급입니다. 일을 20년 넘게 하다가 스트레스가 컸던 것 같습니다. 병원에 입원해서 산재 승인 받는 과정이 아주 어려웠습니다. 사건을 맡겼던 노무사가 성공 보수를 크게 요구하기도 해서 화가 나고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산재 승인이 된 뒤에, 이렇게 산재 입은 사람에게 두 번 고통 주는 현실을 혼내고, 산재 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노무사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민주노총에서 하는 수습노무사 과정 ‘노벗’에 참여했다가 반올림을 알게 되었습니다. 반올림과 같은 활동은 제가 노무사가 된 계기였고 그래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하는 것이 제게는 기쁨입니다. "
반지모로 활동하시는 노무사로서 기억에 남는 삼성직업병 피해자 사건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제가 산재신청을 한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최호경씨라고 28세에 뇌종양으로 사망한 분이 계십니다. 얘기만 하려고 하면 눈물이 나는데요. 처음 만난 게 반올림을 통해서가 아니라, 세브란스 병원 교목실 전도사 님 통해서 연락이 왔어요. 산재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와 달라고. 얼굴이 통통하고 예뻤어요. 지원을 하다가, 반올림에 접수를 하고 함께 대응하자고 해서 그렇게 진행됐는데요, 결국 사망을 했습니다. 4번 방문을 했는데, 갈 때마다 악화되는 모습,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게 힘들었습니다. 결국 고향에 내려갔다가 사망했는데, 사망 뒤 3-4달 지난 뒤에야 아버님이 전화를 해서 ‘딸 보냈네. 세 달 됐어’ 하시더라구요. ‘귀엽고, 아빠 생각 많이 하던 둘째 딸 갔는데, 지금은 보내기가 안타까워서 화장한 유골함을 그냥 집에 끌어 안고 있네.’
그 얘기 들으면서 저도 많이 울었죠. 더 안타까운 것은, 처음의 그 용기가 다 없어지고, 포기하시는 거예요. 그게 딸의 억울함에 대한 포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생에 대한 포기예요. 지금은 신장 투석을 하고 있는데, 엊그제도 전화가 와서 투석을 안 하시겠다고, 더 이상 버틸 기운이 없다고 그만 두고 싶다고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통화하면서 저도 같이 울죠. 이건 한 사람의 피해자가 아니라 한 집안을 망가뜨린 거거든요.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사과하고 와서 빌어야죠. "
그리고, 오늘의 마지막 초대손님은, 고 손경주 님의 아들 성배씨 였습니다.
2012년 8월에 돌아가신 성배씨의 아버지(손경주)께서는 삼성반도체 화성사업장 내 협력업체, 기흥사업장 내 협력업체 두 곳에서 관리소장으로 일하셨었습니다. 손경주 님께서는 2009년 5월 16일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한 차례 골수이식 후에 회복해서 복직했다가 2012년 1월 6일 재발 확진을 받고 4월 27일 2차 골수이식-이때는 제대혈-을 받고 투병 중에 패혈증, 폐출혈로 돌아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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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처음에는 아버지가 정말 그것 때문에 병 걸린게 맞나 생각했어요. 내가 억지 부리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아버지 밑에서 함께 일하시던 분이 협력업체에서 일하실 때는 아버지 편을 안 들어줬는데, 재심을 할 때는 질병판정위원회에 같이 가서 진술까지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그 내용을 묵살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과정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올 해 초 증언대회 할 때 확신이 들었어요. 아버지가 남겨놓은 기록이 거짓이라고 근로복지공단이나 언론이 떠드는데, 가만히 있으면 아버지가 거짓말쟁이라고 인정하는 셈이잖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계속 얘기하는 겁니다."
"아버지 기록에도 셋업할 때는 8시간씩 상주했다는 얘기도 있고, 서브룸에 상시 들어가야 한다 이런 기록이 있는 시말서도 있고요. 그런 걸 보면 아버지는 분명 현장 패트롤, 라인 출입을 많이 하셨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아버지의 백혈병과 작업환경이 관련있다고 봅니다. 아버지도 그런 걸 규명해주기를 원하신다고 생각합니다. 일기나 그런 거 보면요. "
"영화 베테랑에서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하더라고요. 저는 아직 돈도 없고, 경력도 없지만, 가오는 갖고 살겠습니다. "
자신들이 주창해서 만든 조정위원회와 진행했던 사회적 대화의 원칙을 싸그리 무시하고
보상위원회를 만들어 알량한 보상금으로 많은 피해자들의 삶과 마음을 우롱하고 있는 삼성.
그 삼성의 높은 사옥 앞에서 이렇게 많은 피해자들과 지지하는 분들과 함께 외칩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 삼성은 직업병문제, 제대로 해결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