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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최고의 투수 수비 (아래)최고의 포수 수비 |
송진우가 몰표를 받았다. 골든글러브가 수비상이라면 송진우는 18년 연속 수상 기록을 세웠을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이 부문 최고 기록은 그레그 매덕스와 짐 캇의 16년 연속이다.
SK 김상진 투수코치는 “일반적으로 왼손투수는 오른손투수에 비해 수비에 불리하다”고 말한다. 내야 땅볼은 1루수나 2루수 쪽보다는 3루수와 유격수 쪽으로 많이 굴러온다. 왼손잡이 투수가 오른쪽으로 굴러오는 공을 잡으면 몸을 돌려 1루로 송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타고난 순발력을 자랑하는 송진우에게 오른손에 낀 글러브는 큰 핸디캡이 되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의 캇도 왼손잡이였다. 투수 앞 땅볼이나 번트 타구를 잡아 선행 주자를 잡아내는 능력은 송진우를 따라올 투수가 없다는 평이다. 수비코치들보다 선후배 사이인 투수코치들이 송진우의 수비를 더 높이 평가했다.
두산 리오스와 롯데 손민한도 빠른 동작으로 공을 처리하는 투수들이다. 한 코치는 “희생 번트 상황에서 자기가 잡기 좋은 타구가 굴러오도록 하는 것도 투수의 수비 능력”이라며 손민한의 수비를 칭찬했다.
최고의 포수 수비
삼성이 내년에 33살이 되는 포수 진갑용과 3년 26억 원에 계약한 것은 모험일까, 아닐까. 세 가지 이유에서 아니다. 첫째, 역대 FA 포수들은 비교적 몸값을 했다. 2000년 FA 김동수는 실패 사례였다. 그러나 김동수는 2005년 2번째로 FA 계약한 현대에서는 주전 포수다운 경기력을 보였다. 2003년 SK와 3년 19억 원에 계약한 박경완도 계약 기간 시즌 평균 타율 2할6푼5리, 20홈런을 때려냈다. 둘째, 공격과 수비를 모두 갖춘 포수를 트레이드나 FA로 영입하기는 매우 어렵다. 셋째, 진갑용은 올해 최고의 포수였다. 도루 저지율 1위(.396)를 기록한 강한 어깨에 좀처럼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침착한 수비 플레이를 한다. 진갑용이 붙박이 주전으로 뛰기 시작한 2002년부터 올해까지 5년 동안 삼성의 팀 방어율은 3.83이다. 반면 그전 4년 동안 팀 방어율은 4.63이었다. 물론 포수 리드 하나만으로 투수력을 급격하게 끌어올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삼성이 포수 최고 연봉을 안겨준 데에는 진갑용이 투수들을 잘 이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위)최고의 1루 수비 (아래)최고의 2루 수비(SPORTS2.0) |
롯데 강민호는 야수로서의 움직임은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다. 투수 리드도 지난해보다 성장했다는 평가다. 강민호가 마스크를 썼을 때 롯데 팀 방어율은 3.79, 강민호가 아닐 때는 무려 4.97이었다. 강민호는 올해 126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롯데 공필성 수비코치는 “팀에서 ‘올해 한해만 이렇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두 번 다시 못 할 일”이라고 말했다. LG 조인성은 블로킹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최고의 1루 수비
KIA 장성호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외야수 출신답게 다른 1루수보다 몸동작이 다소 빠르다는 평가다. 두산 한영준 수비코치는 “유격수나 3루수에 왼손 수비수가 없다. 반대 위치의 1루수에는 왼손잡이가 유리하다”고 말한다. 1, 2루 사이 타구를 잡아 2루로 송구하는 데는 왼손잡이가 수비 범위 및 송구에서 이점을 가진다. 1루에서 공을 받을 때도 시야가 내야 쪽으로 열려 있다.
3루수에서 전향한 롯데 이대호와 외야수를 볼 수 있는 현대 이숭용도 수준급 1루수로 평가받았다. 이대호는 3루 출신답게 타구 판단이 빠르다는 게 장점이다. 또 큰 덩치로 동료 내야수들에게 큼직한 송구 목표를 제공한다.
이숭용은 내야 땅볼 때 스타트가 빠르다. 한 수비코치는 “이숭용은 외야수에서 내야수, 포수로 이어지는 중계 플레이에 능하다. 외야수의 악송구도 잘 잡아준다”며 “이런 플레이에서 실수가 나오면 곧바로 득점으로 이어진다. 한 번 실수하면 타격까지 슬럼프에 빠진다”고 말했다.
올해 126경기에서 101차례나 지명타자로 출전한 삼성 양준혁이 한 표를 얻은 게 이색적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999년 지명타자로 135경기, 1루수로 28경기에 출전한 라파엘 팔메이로가 그해 1루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적이 있다.
최고의 2루 수비
KIA 김종국은 올해 유격수를 겸하면서 2루수로는 55경기 출전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응답자들은 김종국을 최고의 2루 수비수로 뽑았다. 포구와 글러브에 들어온 공을 다루는 솜씨, 실수가 적은 송구 등 여러 분야에서 김종국이 가장 낫다는 응답자가 6명이었다. 지난해에는 왼쪽 무릎 염증으로 장기인 수비에서도 제몫을 못했지만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주전 2루수로 낙점돼 유격수 박진만과 함께 한국 내야진의 핵이 됐다. 한 수비코치는 “전성기에는 다소 미치지 못하지만 가장 안정감 있는 2루수는 역시 김종국”이라고 말했다.
(위)최고의 3루 수비 (아래)최고의 유격수 수비 |
SK 정근우에 대해서는 “아직 경기를 읽는 눈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정근우는 올해 처음으로 2루수를 맡았다. 빠른 발을 무기로 한 넓은 수비 범위가 장점이다. 9이닝당 자살과 보살 합계의 평균치(레인지 팩터)는 5.8개로 정근우가 2루수 가운데 가장 뛰어났다. 그만큼 많은 공을 처리했다는 뜻이다. 부상으로 고전한 삼성 박종호나 한화 루 콜리어보다는 경기당 1개 이상 많은 수치다. 한화 한상훈은 주전으로 기용된다면 수비에서는 안심할 수 있는 선수로 평가받았다. 대다수 응답자들은 “올해 크게 두드러지는 2루수가 없었다”고 답했다. 그래서일까. 올해 1루수로 뛴 두산 안경현도 1표를 받았다. 안경현은 지난해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였다.
최고의 3루 수비
두산 김동주가 WBC에서 오른쪽 어깨를 다치지 않았더라면 또 삼성 김한수가 1루수로 옮기지 않았더라면 이 부문 1위의 임자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대 정성훈도 훌륭한 3루수다. 수비 범위와 송구의 빠르기에서 정성훈은 평균 이상의 3루수다. ‘핫 코너’인 3루는 강한 타구가 많이 날아오지만 느린 땅볼이나 기습 번트에도 대처해야 하는 포지션이다. 한 수비코치는 정성훈의 불규칙 바운드 처리 능력에 점수를 줬다. 그는 “정성훈은 가끔 경기 흐름을 바꾸는 멋진 플레이를 하는 선수”라고 평했다. 실수가 적은 편은 아니다. 올해 실책 19개로 3루수 최다다. 특히 악송구가 많다. 그러나 또 다른 코치는 “1루 코치로 나가 있으면 상대 야수가 던진 공의 회전을 볼 수 있다. 정성훈의 경우 1루수가 잡기 편한 볼 회전”이라고 말했다.
삼성 조동찬은 올해 3루수 가운데 가장 좋은 수비율(.970)을 기록했다. 송구의 정확성과 안정감은 정성훈을 앞선다고 답한 응답자가 많았다. 유격수 출신답게 어깨가 강하며 포구에서 송구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다. KIA는 올해 타선 강화를 위해 스캇 시볼을 시즌 도중 영입했다. 그러나 그의 장점은 기대했던 타격이 아니라 수비였다.
최고의 외야 수비(SPORTS2.0) |
최고의 유격수 수비
삼성 박진만은 전성기보다 어깨가 약해졌다. 순발력도 떨어졌다. 체중이 불었고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 그래도 박진만은 최고 유격수다. 박진만에게 쏟아진 찬사는 이렇다.
“송구의 빠르기로는 손시헌이 앞선다. 그러나 박진만은 강하게 던질 때와 천천히 던질 때를 정확하게 안다.” “글러브로 공을 낚아채는 기술은 한국 최고다.” “상대를 읽으면서 경기를 한다.” “달리는 자세에서 공을 던지는 러닝 스로가 일품이다.” “수비 범위가 약간 줄어들긴 했다. 대신 등을 돌린 자세에서 공을 잡는 백 핸드 기술로 이를 벌충할 수 있다.” “타구를 예측해 포구 위치를 잡는 능력은 제일이다.” “지난해에는 확실히 손시헌이 나았다. 올해는 박진만이다.” “경기에서 이기게 할 수 있는 유격수다.”
지난해 두산 손시헌이 받았던 유격수 골든글러브는 박진만에게 돌아갈 게 확실하다. 그러나 “손시헌은 올해로 주전 3년 째였다. 전성기 무렵에는 지금의 박진만보다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롯데 박기혁은 강한 발목을 바탕으로 한 반 박자 빠른 대시와 빠른 타구 반응 속도가 장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밴핸드 포구는 아직 가다듬어야 한다는 평가다.
최고의 외야 수비
전성기의 이종범(KIA)과 이병규(FA)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중견수였다. 몇 년 전까지 우익수 포지션에서는 심정수와 심재학이 총알같은 송구를 뽐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말 수비가 뛰어난 선수는 백업 요원으로 뛴다는 게 수비코치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런 가운데 WBC 대표 출신인 SK 이진영은 응답자들로부터 최고의 외야수로 뽑혔다. 그는 송구가 가장 정확한 외야수로 꼽히기도 했다. 파울 라인 근처에서 공 처리도 좋다. 어깨가 남달리 강한 편은 아니지만 송구가 정확하다. 롯데 강병철 감독은 WBC 때 “이진영은 원래 내야수 출신이다. 글러브에서 공을 뺀 뒤 테이크백 동작이 간결하기 때문에 좋은 송구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수비코치는 “이진영은 열심히 공을 쫓는 선수다. ‘국민 우익수’라는 부담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프로라면 팬들이 환호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 이 점만으로도 최고 외야수로 꼽고 싶다”고 말했다. 인조잔디 구장을 사용하는 구단 팬들이 그의 몸을 던지는 수비를 보지 못하는 건 유감이다.
SK 이진영(사진) |
삼성 김창희는 발이 빠른 편이 아니다. 우익수 치고는 어깨도 강하지 않다. 그러나 그를 최고로 들지 않은 응답자들도 타구 판단만은 최고라는 평가를 내렸다. 한 수비코치는 “기가 막힐 정도”라고 표현했다. 올해 교체요원으로 주로 출전한 두산 민병헌은 내년이 기대되는 외야 유망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