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 태극을 가기전에 제목을 목청에서 지리까지로 미리 정해 놓았다. 워쨌든 목청 멤버가 주가 되어 지리태극을 하게 된 것이니... 하지만 결과는 시간계획이 잘 못되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너무 아쉽다. 제목은 좋은데...
1. 산행계획
애초에
해송님 주관하에 5명(사노,
봉옹구, 레드캡, 어신)이 모여서 지리 태극을 하려던 계획에서 개인사정으로 해송님이 빠지고, 서울산악회의
보령대장님과 안산님과 썬짱님을 추가하여 총 7명이 확정되었다. 산행계획부터
실행까지 해송님의 많은 도움이 있었고, 보령대장님이 참여한 이후로는 행동식과 전투식량, 라면, 버너코펠 등 모든 물자조달과 계획을 대장님이 봉사해 주셨다.
우리는 모두 지리태극을 해 본 경험이 없었고, 지원조
또한 꾸리기 쉽지 않아 모든 식량과 가스버너 등을 직접 운반하기로 하였고, 산행 초반 밤머리재와 중반
이후 성삼재에서 매식을 하기로 하였다.
2. 산행경과
산청군
원지시외버스 터미널
금요일
10시 40분에 도착, 터미널에서
아랫쪽으로 조금 이동하면 영광돼지국밥집(010-3859-8976)이 있다. 아마도 아침식사가 되는 유일한 집이지 싶다. 여기서 돼지국밥과 순대, 막걸리를 시켜서 먹고, 터미널로 다시 이동하면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다. 한대당 2만원씩 주면 사리마을 등로입구까지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
- 원지로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영광 돼지국밥
- 국밥 외에 순대 큰 거 한접시 먹고...
- 막걸리도 한잔하고...(난 물로 건배)
사리마을/등로 입구
- 떠나기 전 인증 샷
- 등로입구
동부능선(사리마을~천왕봉까지 약 37.5K)
동부능선에서
왕등재~왕등재습지~청이당까지는 코스의 높낮이도 심했지만 산죽(山竹)이 길을 가로막고, 이를
헤쳐가야 했으며 시그널이 모두 제거되어 있어서 길찾기도 쉽지 않아 군데군데 알바를 각오해야 했다. 특히, 청이당으로 오르는 길은 수직절벽에 가까워 깜깜한 밤에 밧줄을 부여잡고 곡예를 해야 한다.
- 시무산(안산님, 봉구, 썬짱님)
- 수양산(어신님, 안산님, 썬짱님, 사노, 봉구)
- 웅석봉에 올라(안산님, 사노, 어신, 썬짱, 레드캡, 봉구)
- 서울 산악회 보령대장님 추가
- 사노와 봉구
- 웅석봉에서 바라본 산청군
- 저 쪽으로는 산청군에서 진주 남강으로 이어지는 경오강이 흐른다.
- 밤머리재 도착, 이곳에서 1만4천원에 삼계탕을 매식할 수 있고, 500원에 생수를 구입하였다.
왕등재
습지를 지날 때 길가에서 비박을 하는 듯한 사람 2명이 간이텐트를 치고 주무시고 계신다. 순간 국공임을 직감하는데, 불빛이 얼굴에 닿자 막 짜증을 내신다. 일어 나시면 큰 일 나므로 얼른 벗어나야 하는데, 제일 뒤에 있는
썬짱님이 걱정이다. 다행히 벌떡 일어나시지는 않아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윽고
봉구와 안산님과 함께 청이당에 먼저 도착해서 우물을 찾으니, 우물은 잘 모르겠고 아예 작은 계곡이 형성되어
물이 철철 흘러 넘친다. 이 높은 곳에 어찌 이런 계곡이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식사 준비를 하고 한참을 지나니 보령대장님이 후미와 함께 가까스로 도착한다.
오르막을 오르다 이마에 돌을 맞아 찢어지는 부상을 심하게 당하셨다. 그래도 그 돌이 눈에
안맞은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일기도
너무 안좋다. 태풍의 간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서인지 바람이 비와 함께 심하게 불고, 안개가 자욱히 끼어 체감온도는 더 떨어지고, 길 찾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청이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 우리들이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체온저하와 투쟁을 해야 했다. 힘나라고, 커피를 끓여 마시고 우리는 몸을 추스렸다.
- 왕등재 습지(안산님, 졸고 있는 봉구)
청이당
이후 하봉을 찾아 가는 길은 더욱 가관이다. 설마 여기를 가라고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수직절벽이 많았는데 여기서 알바를 하고 말았다. 내리막
길을 타고 한참 내려 갔는데 맵을 보니 하봉과는 점점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 내리막을 다시 올라오자니
뒤따르던 대원들의 고통소리가 터져 나온다. ㅋㅋㅋ 죄송…
비바람과
안개 때문에 길이 잘 보이지 않아서 어쩔 수가 없었는데… 빨리 아침이 오면 좀 나을텐데…
이렇게
사투를 벌이며 마침내 하봉을 점령하니, 중봉은 금방이다. 중봉에
도착하니 드뎌 아침이 밝아오기 시작했고, 약간은 어두웠지만 헤더랜턴을 제거했다. 지난 밤에 비바람과 안개와 추위와 사투를 벌이며 수직절벽들을 오르내린 기억들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아침은 결코 쉽게 오지 않는 것임을 뼈저리게 경험하였다.
- 헥헥~드뎌 중봉을 올랐다. 웃는게 웃는 것이 아니다. (어신님, 안산님, 레드캡, 봉구, 썬짱님, 보령대장)
- 아직까지 바람이 심하게 불고 몹시 춥다. 살기 위해선 계속 움직여야...
장터목
산장
봉구와
어신님과 함께 장터목에 도착해서 라면을 끓여 동료들과 식사를 하고 시간을 체크해 보니 여기까지 오는 동안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하여 계속해서 이
속도를 유지하면 우리는 이 산행을 성삼재에서 접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여기서부턴 내리막이니 서바이블 형식으로 노고단까지 치고 가기로 한다. 이렇게라도 해야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리산
주능(천왕봉37.5K에서 노고단대피소62.5K까지 약 25K)
지리산을
오를 때, 화엄사에서 천왕봉까지 약 32K를 힘들게 오르곤
한다. 이에 따라 당연하게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 하향코스는 좀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걸어보니 지리 주능은 내리막 코스가 오르막보다 훨씬 힘들다는 사실을 알았다. 주능을 따라 돌고돌고, 오르고 올라도 정상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정말
지겨웠다.
마지막
삼도봉을 오를 때는 계단이 너무 많아서 힘이 다 빠졌다. 계단을 오르는 중에 중간에 쉬고 있는 분들이
응원을 해 주는 바람에 쉬지도 못하고 계속 올라야 했고, 마지막 열 몇 계단은 뛰는 시늉까지 해서 그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했다. 나중에 나도 한번 써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응원을 해서 못쉬게…
- 삼도봉에 올라...계단이 너무 많았다.
- 드뎌 노고단 대피소 도착, 마지막 500M가 왜 이리 긴지...
성삼재
휴게소
성삼재에
도착하지 먹을 곳이 딱 한군데 식당 뿐이다. 메뉴는 육개장과 비빔밥 두개 뿐. 봉구는 육개장을 시키고, 난 비빔밥을 먹었다. 봉구가 비명을 지른다. 맛이 너무 없단다. ㅎㅎ
전투식량을
꺼내서 섞어 먹어 보았다. 맛이 더욱 없다. 하지만 허기가
지면 안되므로 꾸역꾸역 먹었다. 배낭에 든 먹지 않는 전투식량과 버너코펠 등 짐도 정리해야 하는데 맡아
줄 장소가 없어서 그냥 들고 가야 한다. 어째 산행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배낭무게는 줄어들지를 않았다. 봉구는 어깨 아프다고 난리다. 여기서 지원이 한번 이루어졌으면 하는
진한 아쉬움이 든다.
이윽고
후미 주자들이 도착을 하고 우리는 단결해서 같이 산행을 진행하기로 한다.
- 서북능선 올라가기 직전, 구름이 많이 끼었고, 바람이 심하다. 너무 추웠다.
서북능선(성삼재65.5K~구인월 마을회관90.16K)
서북능선을
오르기 전에 산을 바라보니 시커먼 먹구름이 잔뜩 끼여있고, 바람은 심하게 불어 너무나 추운 날씨다. 금방이라도 빗줄기가 내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날씨다.
초반에
내가 산행을 포기하자고 했다. 지금 상태를 보면 틀림없이 비가 올 터인데, 그러면 우리 처지에 체온이 저하되면 깊은 산속에서 사고를 당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때 보령대장님께서 정령치까지 진행해 보고 결정하자고 해서 일단 진행해 본다.
잠시 후
빗방울이 굵어지니 이번엔 안산님이 긴급히 일행을 멈춰 세운다. 여기서 중단하자고 하시는데, 이제 막 달리기 시작하는 시점이어서 중단하고 싶은 맘이 없어졌다. 그래서
또 정령치까지 진행해 보자고 내가 설득했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으나,
강풍과 안개비 때문에 나무와 풀들이 젖어 있어 우리도 젖을 수 밖에 없었다.
서북능선
오르기 전에 까마귀 고문님이 전화로 서북능선은 광청 하는 정도밖에 안되니 막 달리면 된단다. 실제로
6KM 정도까지는 길이 양호하다. 이 정도면 시간단축이 가능하겠다
싶었는데…이 지점을 지나니 동부능선과 똑같이 높낮이가 보통이 아니고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아~까고문님 정말… 거짓말이잖아요.
그리고
이 구간은 졸음과 심하게 싸워야 하는 구간이다. 지나면 어디를 지났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로 심하게 졸았다. 그래서 사진도 많이 찍지 못했다. 지치고 졸려서…
- 서북능선 마지막 봉우리, 조는 와중에 가까스로 한장 찍음.
- 나도 한장...내려 오면서 이 차가운 바람은 영원히 못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아듀~ 무려 41시간을 걷고 걸었다. 무슨 국공연계산행 하는 것도 아니고...졸리고 힘들다.
지리태극은
거리는 90 남짓하지만 쉬운 구간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난이도도
장난 아니고… 일기까지 안좋은 상태에서는 몇시간 더 잡아야… 그래서
이번엔 산행시간보다는 완주했다는 사실에 더욱 감사해야 할 지 모른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 진하게 남아 언젠가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 너무 아쉽다.
지윤님 담에 하게되면 미리 연락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