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셋은 그림에 대한 깊은 생각을 골똘히 하느라고 대화 없이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용, 안개...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노인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음... 도움이 될지 모르겠는데.. 용 그림 위에 누가 장난쳤는지는 모르겠지만
닭의 머리를 그리려다 그만둔 것 같은 그런 그림이 있었지..
그리고 그때 남자 두 명에 여자 한명이었는데... 젊은 아가씨의 왼쪽 볼에 있는 보조개가 참 예뻤어..."
"닭... 그리고 보조개라....."
(난 개인적으로 보조개 있는 여자를 무척 좋아하는데...쩝..)
김제에 도착한 우리는 단골집인 "금평상회"에 들렸다.
금평상회는 일반 슈퍼인데 가계 안에 테이블이 두개 있고, 값이 저렴해서 우리가 주로 애용하는 단골집이다.
우리는 주로 맥주를 마시는데 안주로는 갑오징어가 환상적이다.
사실 우리는 갑오징어 먹으러 이곳에 온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안녕 하세요?"
"네! 어서와요. 이번엔 왜 이리 오랜만 이래?"
"그렇게 되었네요. 장사는 잘 되시죠?“
“그저 그렇지 뭐”
“갑오징어와 맥주 주세요."
"형!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큰 거예요."
진영이는 화장실에 간다.
맥주를 마시며 곰곰이 뭔가를 생각하던 민혁이 형이 입을 열었다.
"만일 수중동굴의 그림과 글씨가 위도를 가리키는 게 맞다면 답은 둘 중 하나야.
망월봉(望月峰)의 암석 밑에 무엇인가가 있던지. 아니면 다른 장소를 가리키던지.."
난 나도 모르게 "엄정화의 몰라"를 불렀다. 흉내도 내면서...
"몰라! 알 수가 없어~~"
화장실에서 진영이가 왔고, 맥주 몇 병을 더 마셨고, 우리의 술자리는 소득 없이 끝이 났다.
<여기는 강민혁 집>
땡! 땡! 벽시계가 새벽 2시를 알린다. 강민혁..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을 못 이루고 있다.
벌떡 일어나서 거실로 나와 밖을 바라보다가. 이번엔 밖으로 나간다.
잘 안 피우던 담배를 피우며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정원을 서성인다.
"용....안개... 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그런데 닭은 또 뭐야... 가만...닭?.... 한자로는 계(鷄)?
그렇다면... 용계... 계룡... 계룡?"
순간 민혁의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바로 계룡산(鷄龍山)...
- 계룡산 -
충남 공주시 반포면 학봉리 777
68년 12월 31일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계룡산은 차령산맥과 노령산맥 사이에 이룩된 산지로....
대전광역시, 공주 시, 논산시에 걸쳐있는 충남 제일의 명산으로...
주봉인 천황봉 (845.1M)을 비롯하여 삼불봉, 연천봉, 관음봉 등 열 댓개의 봉우리,
기암괴석과 서쪽에 용문폭포... 능선이 닭의 볏을 머리에 쓴 용의 모습과 닮았다고 하여
계룡(鷄龍)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으며, 풍수지리에서도 명산이며, 무속신앙과 관계 깊은 신비스러운...
갑자기 강민혁은 크게 웃으며 소리쳤다.
"그래 바로 그거였어...
능선이 닭의 볏을 머리에 쓴 용의 모습과 닮았다고 하여 계룡산(鷄龍山)이라 부른다는.... "
"맞아... 그 노인의 이야기 중 그림이 겹쳤다는 것은, 단지 일반인의 눈에 그렇게 보였을 뿐
사실은 닭의 벼슬을 쓴 용의 그림 이었던 것이야."
<여기는 정재형의 집>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리고 나는 곤히 자다가 잠결에 전화를 받았다.
"여... 보 세 요.."
"재형아! 계룡산이야! 계룡산!"
나는 투덜대려다가 민혁의 들뜬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계룡산 요?"
"그래! 계룡산은 능선이 닭의 볏을 머리에 쓴 용의 모습과 닮았다고 하여 계룡산(鷄龍山)이라 불렸거든.... "
그이야기에 나는 잠이 번쩍 깼다.
"아니 그럼 용 그림과 닭 그림이 계룡산을 암시하는 열쇠였네요?"
민혁은 신이 나서 말을 이었다.
"바로 그거야.. 또 하나의 문제는 안개가 계룡산 어느 곳을 가리키는 것 같은데 그것은 아직 모르겠어..."
"이야기를 들어보니 계룡산이 맞는 것 같네요. 근데 지금 몇 시 인줄 알아요?"
"아이고... 벌써 2시가 넘었네? 미안해. 하던 일 계속해."
"하던 일 요?"
"응.. 잠자던 중 이었잖아.. 그럼 계속 자라고...ㅎㅎ
"네. 자세한건 내일 이야기해요. 형님도 이제 그만 자요. 노인네라서 잠도 없구먼...ㅎㅎㅎ"
전화를 끊은 후 잠을 청해보았지만 설레이는 마음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용과 닭이 계룡 이었다니...음...계룡산(鷄龍山)이라... 그렇다면 이제 안개(霧)가 문제인데... 무(霧)...
혹시 계룡산 지형 중 무(霧)자가 들어간 곳이 있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2003년 7월 14일 월요일>
여기는 벽골제 유물전시관...
민혁이 형과 계룡산에 대해 이야기하며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는데 내 휴대폰이 울린다.
"응.. 진영아.. 어디야.."
"유물전시관 안내데스크인데. 형은 어디 있는 거야.."
"3전시실로 와.. 민혁이 형이랑 같이 있어."
진영이가 구해온 자료는 계룡산의 상세 지도였다. 지도를 내밀며 진영이가 말한다.
"1차로 내가 확인해봤는데 안개 무(霧)자 가 들어간 지명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랬다 우리 세 명이서 아무리 봐도 안개 무(霧)의 글씨가 들어있는 지명은 없었다.
진영이가 서류봉투에서 또 다른 자료를 꺼내며 말한다.
"이번 토요일에 오전 근무하고 계룡산으로 출발해요. 물론 그때까지 자료 수집은 계속하고요."
진영이가 내밀은 자료는 생각보다 꼼꼼했다.
▶계룡 8경
[제 1 경 천황봉 일출]
상봉이라고 불리는 계룡산 최고봉으로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입산이 금지되어 있는 곳
[제 2 경 삼불봉 설화]
천황봉이나 동학사에서 바라보면 세 부처님의 모습을 닮았다 하는 삼불봉에서는
자연성능을 거쳐 쌀개봉∼천황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비롯해
황적봉 능선, 연천봉 능선이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 듯 느껴지고
사시사철 아름다움 풍광을 맛 볼 수 있으나 그 중 설화가 피었을 때가 압권을 이룸
[제 3 경 연천봉 낙조]
연천봉은 자연성능이 시작되는 관음봉에서 갑사계곡과 신원사 계곡을 가르며
서쪽으로 뻗은 산줄기에 솟아있는 봉으로, 특히 저녁노을이 물들 때는
산야는 붉게, 멀리 백마강 물줄기가 은빛으로 반짝이는 등 절경임
[제 4 경 관음봉 한운]
관음봉은 계룡산의 중앙에 위치한 봉으로 정상에 전망대가 세워져 있고
이곳에서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을 보면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함
[제 5 경 동학사계곡 신록]
동학사계곡은 자연성능과 쌀개봉 능선, 장군봉 능선, 황적봉 능선 등
계룡산을 대표하는 능선들 사이에 깊게 패어있는 계곡으로 수림이 매우 울창함
[제 6 경 갑사계곡 단풍]
예부터 "춘 동학, 추 갑사"라 했듯이 갑사 계곡의 가을단풍은 아름답고
연성능에서 갑사계곡을 내려다 보노 라면
울긋불긋한 단풍에 취해 단풍바다에 몸을 던지고픈 마음까지 들게 함
[제 7 경 은선폭포 운무]
동학사계곡 상류에 있는 폭포로
옛날 신선들이 폭포의 아름다움에 반해 숨어 지냈다 하여 은선폭포라 불리고
특히 안개가 자욱할 때의 풍광이 압권이라 함
[제 8 경 남매탑 명월]
남매탑 이라고도 불리는 오뉘탑은 계명정사 부근, 옛날 청량사터에 위치해 있고
멸망한 백제의 왕족과 호랑이가 업고 온 여인과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있는 탑임
민혁이 형과 나는 진영이가 준비한 자료가 너무도 훌륭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 새워줬다.
"김진영... 화이팅!"
- 계속 -
- 예쁜발 -
첫댓글 오늘은 모처럼 시간을 내서 차분히 1편부터 읽었습니다.너무 잘 읽었구요.담편 기대되는데요.^^*
관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