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5. 26. 주일예배설교
고린도후서 1장 3~11절
모두에게 필요한 위로
■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자기 힘으로 성공한 사람을 ‘자수성가’(自手成家) 했다고 합니다. 그녀/그의 수고는 누구보다도 컸을 것입니다. 도움이 없었으니 성공하기까지 수 없는 우여곡절을 겪었을 것입니다. 소위, 산전-수전-공중전에 우주전까지도 겪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무서울 것도 없고, 그 누구의 위로도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과연 위로는 약하고 연약한 사람만 필요한 것일까요?
■ 고린도후서는 바울이 고린도교회에 보낸 두 번째 편지입니다. 바울이 고리도교회에 편지를 쓴 이유는, 고린도교회에 갈등과 내분, 그리고 여러 혼란스러운 죄가 있기에 이를 지도할 목적이었습니다. 그래서 편지는 다소 격앙되고 격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편지인 고린도후서는 첫 번째 편지인 고린도전서와는 달리 차분해졌습니다. 이유인즉, 첫 번째 편지를 받고 고린도교회가 회개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고린도후서 7장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니 고린도후서는 전서와는 달리 훈육의 분위기보다는, 나눔과 소통의 분위기가 큽니다.
그래서 그런지 바울은 아예 1장에서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펼칩니다. 자신이 그동안 어떤 일을 겪었는지 말합니다. 8~9절입니다. “형제들아, 우리가 아시아에서 당한 환난을 너희가 모르기를 원하지 아니하노니, 힘에 겹도록 심한 고난을 당하여 살 소망까지 끊어지고, 우리는 우리 자신이 사형 선고를 받은 줄 알았으니, 이는 우리로 자기를 의지하지 말고, 오직 죽은 자를 다시 살리시는 하나님만 의지하게 하심이라.”
바울은 아시아에서 무수한 고난을 당했는데, 그중에는 “살 소망까지 끊어진” 죽음 일보 직전까지 간 일도 있었습니다. 이를 고린도후서 뒤쪽인 11장 23~27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그리스도의 일꾼이냐 정신 없는 말을 하거니와 나는 더욱 그러하도다. 내가 수고를 넘치도록 하고, 옥에 갇히기도 더 많이 하고, 매도 수없이 맞고, 여러 번 죽을 뻔하였으니, 유대인들에게 사십에서 하나 감한 매를 다섯 번 맞았으며, 세 번 태장으로 맞고, 한 번 돌로 맞고, 세 번 파선하고, 일 주야를 깊은 바다에서 지냈으며, 여러 번 여행하면서 강의 위험과 강도의 위험과 동족의 위험과 이방인의 위험과 시내의 위험과 광야의 위험과 바다의 위험과 거짓 형제 중의 위험을 당하고, 또 수고하며 애쓰고 여러 번 자지 못하고, 주리며 목마르고, 여러 번 굶고 춥고 헐벗었노라.”
이 설명으로, 바울이 당한 일들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았는지 충분히 헤아리고도 남습니다. 그런데 바울이 자신의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매우 분명했습니다. <나도 위로가 필요하오!> 4절을 봅니다. “우리의 모든 환난 중에서, 우리를 위로하사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 받는 위로로써 모든 환난 중에 있는 자들을 능히 위로하게 하시는 이시로다.”
4절을 글자대로 읽으면, 바울은 하나님의 위로를 받고 있음으로 충분하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충분한 하나님의 위로 덕에 다른 사람까지도 위로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해한 대로라면, ‘나는 하나님의 위로로 족하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읽기, 이런 이해는 이면을 못 읽은 오해입니다. 바울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님의 위로가 적다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위로도 받고 싶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여러분의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말을 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바울은 산전-수전-공중전은 물론 우주전까지 다 겪은 사람이니 ‘위로’ 따위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해입니다. 오히려 누구 못지않게 위로가 필요한 사람입니다. 그 어느 것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큰 산처럼 보이는 사람이 오히려 더 큰 위로가 필요한 것을 알아야 합니다. 보이는 것과 사실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겉으로야 ‘난 혼자서도 잘해!’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나 견디고 있는 것이지, 속은 애처롭습니다.
30여 년 전에, KBS 2TV에서 방영된 ‘혼자서도 잘해요.’라는 어린이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자립심을 길러주자는 의도에서 기획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시청자들은 아이들이 씩씩하게 혼자서도 잘해 내는 것을 기특해하며 박수와 응원을 보냈습니다. 바로 이 점입니다. 박수와 응원이라는 지지와 위로가 있었기에 혼자서도 잘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아이들은 씩씩한 모습만큼 위로가 필요한 것입니다.
바울이 그랬습니다. 그가 겪고 있는 산전-수전-공중전-우주전 만큼 위로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물론 그는 누구보다도 자신이 하나님의 위로를 충분히 받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5절입니다. “그리스도의 고난이 우리에게 넘친 것 같이, 우리가 받는 위로도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넘치는 도다.” 그렇지만 이 하나님의 위로 못지않게 성도들의 지지와 위로도 받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위로가 절대 필요한 존재이지만, 더불어 사람의 위로도 필요로 하는 존재입니다. 이는 하나님은 사람의 위로를 통해 하나님의 위로를 덧입혀 주시기 때문입니다. 11절입니다. “너희도 우리를 위하여 간구함으로 도우라. 이는 우리가 많은 사람의 기도로 얻은 은사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이 우리를 위하여 감사하게 하려 함이라.”
무슨 뜻입니까? <공동번역개정판>으로 다시 읽어드리죠. “여러분은 기도로써 우리를 도와주십시오. 하느님께서 많은 사람의 기도를 들으시고 우리에게 축복을 내리실 것이며 그것을 보고 많은 사람이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게 될 것입니다.”
물론 바울이 요청한 것은 “기도-중보 기도”였습니다. 그러나 중보 기도가 누군가를 위하는 기도이니 곧 위로와 같은 말입니다. 기도는 하나님께 지지를 호소하는 것이니 바울을 위한 기도는 곧 바울에게 위로를 보내는 거룩한 행위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바울이 요청한 것은 기도이지만, 이는 위로를 요청한 것입니다. 기도는 위로이고, 위로 또한 기도입니다.
이참에 저도 숟가락 하나 얹겠습니다. 여러분의 담임목사도 위로가 필요하고, 위로 행위 중 하나인 중보 기도도 절실히 필요한 사람입니다. 바울만큼 말입니다. 그러니 좀 더 기도해 주십시오. 위로도 좀 더 보내주십시오.
■ 그런데 위로가 바울만 필요하고, 여러분의 담임목사만 필요할까요? 아닙니다. 여러분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모두가 필요합니다. 이유인즉, 사람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한계 아래 수많은 결핍을 노출하고 살아가고 있으니, 이를 채워줄 위로가 필요합니다. 이 위로를 여러분이 채워줘야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불완전한 사람끼리의 위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한계 가운데, 결핍 가운데 사는 사람들끼리 건네는 위로는 당연히 한계가 있습니다. 이 한계와 결핍을 완전히 해결하실 분은 단 한 분이십니다. 하나님이십니다. 3~4절입니다. “찬송하리로다. 그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이시오, 자비의 아버지시오, 모든 위로의 하나님이시며, 우리의 모든 환난 중에서 우리를 위로하사,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 받는 위로로써 모든 환난 중에 있는 자들을 능히 위로하게 하시는 이시로다.”
확인하시다시피, 하나님은 위로의 하나님이십니다. 위로에 완벽한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위로가 임할 때, 진정한 평안과 평화를 누리게 됩니다. 사람의 위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위로로 충만한 사람은 그 충만한 기운으로 다른 이들을 위로해야 합니다. 이때의 위로는 사람으로서의 최고의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당장 위로의 한 행위인 중보 기도가 뜨겁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위로는 친절한 권면도 상냥한 훈계도 아닙니다. 위로는 용기를 주는 격려도 아닙니다. 위로는 그녀/그의 편이 되는 것입니다. 그녀/그에게 공감하고, 그녀/그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것입니다. 위로는 전적인 지지입니다. 바로 이런 위로가 천국을 만듭니다. 혹시 잘못하는 위로라면 주님께서 뒷정리해주실 것입니다. 우리는 위로를 하면 됩니다.
■ 참으로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 위로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바라기는, 우리 비전교회가 ‘위로 공동체’가 되길 소망합니다. 우리 비전교회 성도들의 모든 가정이 ‘위로의 천국’이 되길 소망합니다. 그래서 위로가 가져온 행복감을 맘껏 뿜어내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