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한빛의 거리, 시민과의 ‘소통로’를 잇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대학생기자단 3기
글 : 송대진 사진: 오진웅
취재일정 : 2010년 7월 24일
저녁 8시. 어둠이 내리면 유달리 빛을 발하는 거리가 있다. 그런데 그냥 빛나는 것만이 아니다. 빛이 물결을 이루기도 하고, 무지개를 이루기도 해 지나가는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칠흑의 벽이 아닌 빛의 벽이 거리를 매워 사람들을 웃음 짓게 만들기도 한다.
이것은 동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서울 한복판, 을지한빛거리의 풍경이다. 2010년 1월. 서울 을지로 2가 장교동 일대는 도심속의 미디어 아트 체험 공간인 을지한빛거리로 거듭났다. 종로와 명동을 잇는 구심점을 목표로, 또 시민과 소통하는 체험 공간 조성을 목적으로 이루어 졌다는 이곳. 그 진짜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을지한빛거리의 시작을 알리는 귀여운 해태의 모습>
한빛미디어파크, 가족과 연인들의 맞춤쉼터
을지한빛거리가 시작되는 곳에는 영상가로등과 미디어보드가 함께하는 옥외공원, 한빛 미디어 파크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영상가로등은 주변 이용자들의 움직임에 반응해 다양한 빛의 물결을 만들어내 흥미를 더한다. 빛이 자리하는 곳에는 시냇물과 같은 물줄기가 흘러 인근 청계천과 공간적 조화를 이루어낸다. 또한 여자 친구의 어깨를 주물러주는 남자친구에서부터 아이의 손을 잡고 놀아주는 아버지까지 도심 속의 휴식공간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빛미디어파크 전경>
<영상가로등 아래에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 한빛미디어파크는 가족과 연인들의 휴식공간으로서 제 몫을 다하고 있었다>
을지한빛거리, 빛이 만들어내는 거리의 이야기(Light+Story)
한빛미디어파크를 지나 본격적으로 을지한빛거리에 들어서면 각종 엔터테이먼트 컨텐츠로 무장한 미디어월(Media Wall)이 거리를 따라 설치되어 있다. 흔히 벽의 이미지는 소통과 연결을 가로막는 것으로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빛의 거리가 만들어낸 미디어월은 연인이 함께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가족들이 모여 게임도 할 수 있는 시민과 ‘소통벽’으로 거듭났다. 을지한빛거리가 사람들이 추억을 쌓을 수 있고, 그 추억이 모여 거리의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으로 재탄생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거리아티스트 공연은 도심 속의 오감충전을 가능케 하여 더욱 눈길을 끈다. 이날 역시 가수 몰릭(Molic)이 거리 한복판에 나서 관중들과 호흡하는 공연을 통해 시민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 냈다. 더 이상 아티스트들의 공연은 한정된 무대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이제 아티스트들이 자아내는 문화는 거리에서 소통하는 문화로 확장되고 있었다.
<연인들의 셀카찍기, 미디어월은 유독 연인들의 발걸음을 사로잡는 매력을 지닌 벽이었다.>
<한 시민과의 거리인터뷰. 미디어월을 통해 여자친구와 함께 사진을 찍고, 메일로 보낼 수 있어 좋은 추억이 되었다는 말을 전했다.>
한빛미디어파크, 미디어아트의 일곱 빛깔 무지개를 보여주다
을지한빛거리를 한참 거닐다 보면 일곱 빛깔 무지개의 외관을 갖춘 한빛미디어파크가 나타난다. 한빛 미디어 파크는 미디어 아트의 전시공간이자 이용자가 참여하는 디지털 놀이터를 지향하는 갤러리이다. 그런 만큼 재기발랄한 작가들의 작품이 눈에 띈다. 특히나 이용자들의 손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되는 작품들은 전시의 재미를 더한다. 검은 모래를 걷어내면 희귀 생물체들이 나타나게 되어 있는 디지털폰드(Digital Pond), 임금의 행차도를 표현하여 관람객이 다가가면 병풍 속 그림이 반응하는 디지털 병풍(Digital Folding Screen)은 미디어아트가 가진 상호소통의 장점을 집약해 보여주는 걸작이었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의 빛을 담아내 유달리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던 한빛미디어갤러리>
<한빛미디어갤러리를 찾은 관람객들은 놀이터를 찾은 아이마냥 신이나 있다.>
을지한빛거리에서 광주 빛의숲의 미래를 엿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빛의 숲’을 건축의 개념으로 삼고 진행되는 사업임을 염두 해 볼 때 을지한빛거리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아시아문화의 다양성이 빛을 발하는 문화예술의 ‘큰 마당’을 지향하는 빛의 숲 역시도 을지한빛거리가 추구하는 문화를 통한 소통을 지향한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을지한빛거리가 미디어아트라는 새로운 문화트렌드로 시민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한 흔적들을 빛의 숲에서 적극 담아내보는 것은 어떨까. 덧붙여 미디어아트와 자연의 어우러짐을 ‘빛의 숲’만의 장점으로 부각시키고자 노력한다면 한층 차별화된 아시아문화전당건립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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