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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장두석의 생명살림 원문보기 글쓴이: 솔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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守岩칼럼●음식은 생명이다
몸과 마음을 살리는 음식을 섭취해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어
현대사회는 먹을거리(먹거리)가 풍요로워 보이지만, 글로벌화된 푸드시스템 속에서 취약계층은 오히려 건강한 먹거리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그래서 세종대왕은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고 식(食)은 백성의 하늘이므로 국가는 농업과 식량에 전심전력해야 한다”고 했다. 식량(食糧)의 식(食)은 사람 인(人)과 좋을 량(良)으로 구성되어 있고, 좋은 사람(良人)이 되려면 매일 일정한 양의 음식(糧)을 먹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국제기구 통계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27.9%가 기아로 허덕이고 있다. 이것 하나만 봐도 북한은 나라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의 전통 한식(韓食)의 식사패턴 지수가 증가할수록 고혈압, 비만, 대사증후군(代謝症候群) 등의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우리는 집집마다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음식의 맛을 보존하고 계승해야 하고, 또한 가족 모두가 함께 식탁문화의 건강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 전통음식은 대부분 슬로푸드(slow food)이고 장(醬), 김치, 젓갈, 식혜 등 발효식품(醱酵食品)이 많다.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이 시대의 키워드(key word)는 생명과 환경이다. 이에 생산자와 소비자가 지구 환경과 함께 살아야 지속가능하므로 슬로푸드 운동은 반드시 친환경 유기농(organic food)운동 alc 로컬푸드(local food)운동과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슬로푸드국제대회 국내서 성황리 개최
‘음식은 생명이다’라는 주제로 2013 남양주 슬로푸드국제대회(2013 AsiO Gusto) 개막행사(Terra Madre Korea)가 2013년 10월1일 남양주 체육문화센터에서 개최되었다. 총 43개국 160여명의 해외 초청자들이 참석하였으며, 10월6일 폐막식까지 누적 관람객은 52만1000명으로 집계되었다. 요즘 안전한 먹거리, 밥상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의식이 높아 1주일 동안 5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했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열린 ‘아시오 구스토’의 아시오(AsiO)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Oceania)’가 합쳐진 합성어이고, 구스토(Gusto)는 이태리어로 ‘맛’을 의미한다. 남양주에서 열린 ‘아시오 구스토’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살로네 델 구스토(Salone del Gusto)’와 유럽 대회인 프랑스 투르에서 열리는 ‘유로 구스토(Euro Gusto)’와 더불어 세계 3대 슬로푸드대회이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서 처음 열린 슬로푸드 국제대회는 슬로푸드문화원, 슬로푸드국제본부, 남양주시가 주최했다. 산업형 농업의 확산과 세계 식량체계의 지배로 인해 세계 농업과 음식의 보고(寶庫)인 아시아·오세아니아(大洋洲)에서 농업과 음식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농업과 음식의 지속가능성이 위협을 받고 있어 현실을 진단하고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국제대회를 개최했다.
대회조직위원회는 ‘음식과 정의, 평화’, ‘음식과 영성 그리고 깨달음’ 등 11개 주제로 열린 콘퍼런스와 먹거리에 대한 학술적인 내용과 체험을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맛 워크샵’은 음식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그밖에도 가족밥상의 날, 농부장터, 슬로푸드 요리경연대회, 지역 먹거리 부스, 슬로청춘들의 요리가무, 아시오 슬로뮤직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관람객들에게 선보였다.
슬로푸드운동은 1986년 이탈리아의 브라(Bra)라는 마을에서 시작됐다. 미국의 패스트푸드 기업인 맥도날드가 이탈리아 로마에 진출하려하자 카를로 페트리니와 그의 동료들은 그들의 전통음식을 밀어내고 맛의 획일화를 강요하는 자본에 저항하는 작은 외침이 현재 세계 150여 개국에서 동참하는 거대한 물결이 되었다.
이는 자본을 앞세운 글로벌 식품 기업에 의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단절돼가는 사이에 지구촌에서 전통 먹거리들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슬로푸드(slow food)는 즉석 식품인 패스트푸드(fast food)에 반대하기 위한 일종의 반어법적인 표현으로 식탁에서부터 시작되는 서두르지 않는 라이프스타일(life style)이다.
슬로푸드 운동은 음식을 매개로 한 지속가능한 삶의 질 개선과 지역사회 경제 활성화를 위한 운동이다. 유전자조작(GMO)·조미료·첨가물 등을 사용한 대량 생산이 아닌 전통방식의 다양한 먹거리 운동이며, 소규모 공동체의 네트워크 활성화와 가족농(家族農) 중심의 전통식문화 복원과 더불어 지속되도록 한다. 또한 지역 농수축산물의 근거리 가공·유통·판매를 원칙으로 하여 로컬푸드(local food)를 실현하고, 먹을 권리(The Right to Food)를 구현한다.
슬로푸드 운동의 강점은 자연환경, 역사, 문화, 전통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며, 지역 고유의 우수 농수축산물 가치를 확산시킬 수 있다. 또한, 농특산 자원개발을 통한 지역 경쟁력을 제고 하고 지역경제와 연계한 쾌적한 삶과 먹거리를 지향하여 관광 및 농식품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남양주 슬로푸드국제대회는 다른 음식 축제와 달리 슬로푸드 철학을 다뤄 몸에 좋고 자연과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으며 생산자가 공정하게 보상 받는 음식의 중요성을 관람객들에게 인식시켰다. 특히 슬로푸드국제본부의 핵심 프로젝트인 ‘맛의 방주(Ark of Taste)’를 대대적으로 소개하여 소멸 음식과 종자(種子)의 보존 필요성의 공감대를 만들었다.
국제본부는 76개국의 사라질 위기에 있는 음식과 종자 1179가지를 ‘맛의 방주’에 등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 ‘푸른콩 된장’과 ‘흑우’, 경남 진주 ‘앉은뱅이밀’, 충남 논산 ‘연산오계’, 충남 태안 ‘자염’, 경북 울릉도 ‘칡소’와‘섬말나리’, 전남 장흥 ‘돈차’ 등 8종이 포함됐다.
제주도 지역 속명이 ‘푸린독새기콩’인 ‘푸른콩’은 제주도 토종 대두(大豆)이다. 급격한 식문화 변화로 인하여 수요가 적어 푸른콩 재배가 급격히 감소되고 있다. 이에 된장의 비중이 큰 제주도 음식을 고려하여 ‘푸른콩장’ 식문화 자원 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북 울릉도 ‘삼말나리’는 줄기가 50cm〜1m까지 자라는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며, 6월〜7월에 원줄기 끝과 가지 끝에 6〜7송이의 꽃이 핀다. 울릉도 섬말나리는 전세계 백합과 100여종 식물의 원시(原始) 조상격이며, 원시 자연이 살아있는 울릉도는 다윈의 진화론을 낳은 또 하나의 ‘갈라파고스(Galapagos)’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2009년 울릉도 성인봉에서 섬말나리 씨앗을 채취해 2011년 재배에 성공하였다. 2013년 섬말나리를 재료로 섬말나리 산채비빔밥, 섬말나리범벅 등을 개발하였다.
경남 진주 ‘앉은뱅이밀’은 기원전 300년 전부터 우리 조상들이 먹던 밀로서 다른 밀에 비해 키가 50〜80cm로 작아 붙여진 이름이다. 일제(日帝) 강점기 시절 일본은 앉은뱅이밀을 농림10호로 개량했고, 미국 농학자 노먼 몰로그는 농림10호를 개량하여 1970년 인류 식량증산에 이바지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충남 논산의 ‘연산 오계(烏鷄)’는 조선시대 임금 숙종은 중병을 앓다 오계를 먹고 건강을 회복했다고 한다. 오계는 뼈와 깃털, 껍질, 살, 발톱, 부리, 눈 까지 온통 검은빛이다. 오계논산문화원은 천연기념물 256호 연산오계 육성을 위해 ‘연산오계 문화제’를 개최한다. 오계알에 그림 그리기, 오계마라톤, 닭싸움, 백일장 등 문화행사를 한다.
우리나라에서 1900년대 초까지 한우(韓牛)는 황소, 칡소, 흑소, 백소 등 9종을 흔히 볼 수 있었으며, 1928년 일제 시대 보고서에 의하면 전체 한우의 3% 가량이 ‘칡소’였다. 세로 무늬줄이 있는 칡소를 호랑이를 닮은 줄무늬가 악귀(惡鬼)를 물리친다고 해서 마을마다 칡소를 길렀다고 한다. 1920년대 일제는 모색통일(일본은 흑소, 조선은 황소)정책을 펴 조선은 황갈색 소만 기르게 하고 다른 색깔 소들은 모두 수탈해 갔다(동아일보 1938년 12월21일 보도). 해방 이후에도 일제 기준을 적용해 1970년에 개정된 한우심사표준에서도 황색만 한우로 규정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칡소 복원이 본격화돼 현재 전국에 약 1500마리가 사육되고 있으며, 27%가 울릉도에서 사육되고 있다.
제주 ‘흑우(黑牛)’는 토종 한우로서 온몸이 검은 털로 뒤덮여있다. 쇠고기의 감칠맛을 내는 성분인 올레인산 함량이 다른 한우 품종보다도 높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보존 및 증식 사업을 벌여 현재 1500여 두가 사육되고 있다.
‘자염(煮鹽)’이란 가마솥에 끓여서 만든 소금이란 뜻으로 천일염(天日塩)이 생산되기 전 전통적으로 소금을 생산하는 방식이었다. 즉, 갯벌의 흙을 갈아 햇볕에 말리면 염도가 높아지므로 이 흙을 갯벌 구덩이에 채운다. 바닷물이 들어올 때 이 흙을 통과하므로 염도가 12∼17도로 높아지며, 이걸 끓여 소금을 얻는다. 정제염이나 천일염보다 짠맛과 쓴맛이 덜하고 구수한 맛이 나고 입자가 희고 곱다. 1950년대 생산이 중단됐다가, 최근 충남 태안 마금리와 전북 고창 사등마을에서 복원됐다.
장흥 ‘돈차’는 동글납작하고 가운데 구멍이 있어 옛날 돈(엽전)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남 장흥 등 한반도 남해안에 자생하는 찻잎을 5월경 채취해 가마솥에 찌고 절구에 빻아 동그란 덩이차로 빚는다. 햇볕에 건조하고 구멍을 뚫어 6개월에서 길게는 20년까지도 숙성한다. 약한 불에 구운 뒤 물에 넣고 끓이거나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면 해독, 해열, 변비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
먹거리와 식생활 환경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농업과 먹거리의 중요성과 가치를 인식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과 먹거리를 위해 힘쓰고 있는 슬로푸드 운동에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슬로푸드 운동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의 회복과 함께 전통식사 형태를 회복함과 동시에 건강한 식탁을 회복하는 일이다.
밀라노 푸드엑스포 한국관 관람객 100만 몰려
이탈리아 사람들은 자국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강하고 보수적이어서 그런지 바깥세상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우리가 이탈리아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다고 느끼는데 반해, 이탈리아인들에게 한국은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이다. 심지어 북부 이탈리아가 남부보다 부유해서 그런지 남한을 북한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요즈음 밀라노에서 만나는 많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한국을 얘기한다. 지난 5월1일 개관한 밀라노 푸드엑스포의 한국관 때문이다. 지난 7월21일에는 그곳을 찾은 방문객이 100만명을 돌파했다. 매일 평균 1만2000명 이상이 찾았다. 입장객의 대다수가 한국관을 관람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월까지 6개월간 열리는 밀라노엑스포는 ‘지구 식량 공급, 생명의 에너지(Feeding the Planet, Energy for Life)’라는 거창한 슬로건 아래 인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먹거리를 엑스포의 주제로 삼고 있다. 한국관은 ‘한식, 미래를 향한 제안: 음식이 곧 생명이다(Hansik, Food for the Future: You are What You Eat)’를 주제로 정하고, 미래 대안음식으로서 한식이 가진 ‘조화, 발효, 저장’의 지혜를 미디어아트 기술을 접목해 인상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건강한 한식이라는 전시 주제를 레스토랑 메뉴로 연결하여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이탈리아인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눈과 입을 사로잡고 있다.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Corriere Della Sera)>에서 진행 중인 인기투표에 따르면, 한국관은 이탈리아관, 일본관과 함께 3대 국가관에 들어갈 정도로 호응이 높다.지난 6월23일 ‘한국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한 이탈리아 브루노 파스키노(Bruno Pasquino) 조직위원장은 “한국관은 밀라노 엑스포의 성공에 결정적 기여를 하고 있는 국가관”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프랑스 국경일 리셉션에 참석한 프랑스상공인협회 장-마크 데쉐르(Jean-Marc Deshaires) 회장도 ‘한국관이 전통과 현대기술을 융합해 디자인과 메시지 전달 면에서 가장 우수한 국가관’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한국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밀라노에서 만나는 많은 이탈리아인과 외국인들이 한국관과 한식에 대한 얘기를 먼저 자연스럽게 끄집어내는 상황이 됐다고 한다. 이제 많은 현지인들이 밀라노에 한국식당이 어디에 있는지,한국식품을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는지 물어볼 때마다 답해주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고 현지 대사관 직원들은 밝히고 있다.
한식은 조화와 자연의 철학을 바탕으로 이어져 온 건강식으로, 인류의 먹거리 대안으로 내어놓기에 손색이 없다. 육류나 치즈 위주의 서양음식과 달리 한식은 김치나 장 같은 자연 친화적인 채소 발효 음식 위주로 미래의 음식으로 세계적으로 퍼져나갈 잠재력이 크다.
이런 측면에서 식문화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에서 우리 문화를 담은 한식이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밀라노 푸드엑스포는 한식 세계화를 위한 작은 발걸음에 지나지 않지만, 그 울림은 이탈리아와 유럽을 울릴 정도로 크다. 입맛이 까다로운 이탈리아인들이 밀라노엑스포를 통해 한국의 음식과 맛을 직접 체험하고 이에 매료되어 ‘한식의 세계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선재 스님의 사찰음식 특강 인기
“선재 스님의 ‘모든 존재하는 생명은 나와 둘이 아니라, 서로 의지하고,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음식을 통해 깨닫게 해주고 싶다.’는 불교의 연기론적 세계관의 관점에서 이 시대 인문학 부재의 황량함을 생명존중으로 채워줄 값진 자리가 마련될 것입니다.”
‘음식은 생명이다’를 주제로 시민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는 선재 스님에 관한 홍보 문구이다. 선재 스님은 평소 시민강좌에서 세상의 모든 음식은 불성(佛性)을 지녔으며, 이를 대하는 올바른 마음가짐과 자연을 거슬리지 않는 식습관은 몸과 마음을 살리는 명약이라며 세상이 좀 더 건강하고, 밝아지는 음식문화에 대한 철학을 전하고 있다.
사찰음식 전문가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선재 스님은 2015년 4월23일 농업기술센터에서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사찰음식 특강이 열렸다. ‘음식은 생명이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강의는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의 선재 스님이 맡았다.
선재 스님은 ‘장독대 스님’ ‘김치 스님’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20년 전 걸린 간암을 약물이 아닌 식생활 개선과 식사요법으로 완치해 지금까지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스님은 음식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선재 스님은 ‘음식은 생명이다’라는 주제로 사찰음식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봄나물 버섯된장볶음’, ‘더덕잣즙무침’ 등을 시연했다. 강의에 앞서 스님은 “음식은 단순히 음식이 아닙니다. 무엇이 진짜 음식인가 하는 생각을 갖고 음식을 섭취해야 합니다. 우리가 행복하려면 맑고 건강한 음식이 필요하고, 그런 음식이 우리에게 약이 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우리가 땅에 쓰레기를 매립하면 그 땅에서 자란 식물들이 독을 품고 자라고, 우리가 그 식물들을 먹으면 결국 그 독이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사찰음식은 말 그대로 불가(佛家)에서 스님들이 깨달음을 구하기 위해 수행할 때 먹는 식사를 말한다. 우리는 흔히 사찰음식하면 육류나 어패류가 배제된 음식 정도로 여기기 쉽지만, 그 속에는 ‘모든 자연과 나는 하나다’라는 철학이 담겨있다. 때문에 술과 제철음식이 아닌 것도 금기음식에 포함된다.
불교경전 『중일아함경』에는 ‘불교에서는 음식 만드는 일을 수행의 하나로 생각하고, 만드는 일에서 음식을 먹는 일까지 도를 닦는 마음으로 행해야 한다.’고 기록돼 있다. 선재스님은 “사찰음식이야 말로 한국 고유의 맛을 내면서 세계인의 입맛을 맞출 수 있는 우리나라 전통음식입니다. 사찰음식은 짜거나 맵지 않아 건강하고 바르기 때문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음식은 생명이다! 당신을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음식은 생명이다! 당신을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라는 제목으로 열린 선재 스님의 강의는 명품 강의로 소문났다. 선재 스님은 우선 자신이 음식에 관한 일을 하게 된 동기와 그동안 청소년수련회에서 문제아들을 모아 훈련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면서 느꼈던 경험담으로 시작한다.
선재 스님은 젊은 시절 10분이면 걸어갈 수 있는 길을 3번이나 쉬어 갔을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다고 한다. 그래서 스님은 음식수행자로서 약이 되는 음식을 찾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이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바로 약이 되는 음식을 찾는 것이었다.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은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청소년들의 심성수련을 위해 3박4일 캠프를 진행해 오면서 겪은 수많은 일화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청소년들이 수련 캠프에 입소할 때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그들이 가지고 온 간식과 빵, 음료수, 돈, 술, 담배까지 몸에 해로운 음식을 멀리 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선재 스님은 사람들이 몸이 아파서, 또는 사업이 안 되거나 공부를 못해서 부처님께 여쭈어 보면 부처님은 이렇게 되묻는다고 한다.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 열반경
● 부처님은 사람들이 삶의 어려움에 처했을 때 상담을 하러 오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 고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 사업이 안돼서, 몸이 아파서, 마음이 불편해서 오는 사람들에게 부처님은 왜 무엇을 먹 는가 하고 물었을까?그만큼 우리 삶에 있어 먹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 내가 먹는 것은 모든 생명과 연결 돼 있다. 그것은 맑고 건강한 음식이 토대가 되고, 맑 고 건강한 음식은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토양, 햇빛, 바람, 물 등의 환경이 토대가 된다.
● 내가 행복하려면 건강한 몸과 맑은 영혼이 필요하다. 그것은 맑고 건강한 음식이 토대 가 된다. 맑고 건강한 음식은 모든 자연계가 맑고 건강할 때에 가능하다. 따라서 자연계 는 나와 함께 ‘공생·공존’한다.
그러면 몸이 아프고 사업이 안 되고 공부를 못해서 왔는데 부처님은 왜 무엇을 먹고 사는지 묻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내가 행복하려면 건강한 몸, 맑은 영혼이어야 행복할 수 있고 건강한 몸, 맑은 영혼은 반드시 건강한 음식이 토대가 되어야 한다. 건강한 음식은 바로 자연계가 건강해져야 하는 것으로 곧 불이(不二)의 세상이다. 즉, ‘세상과 내가 둘이 아니다’는 뜻으로 ‘음식은 곧 생명이다’는 말이 성립된다. 이것이 바로 발우공양(鉢盂供養)의 진정한 의미이고 음식을 생명처럼 소중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스님은 일반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꼭 집어 이야기해 줌으로써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일반인들이 자주 먹는 계란, 프라이드치킨, 삼계탕 등이 보양식인데, 성장촉진제를 맡고 365일 달걀을 낳은 닭이 과연 행복할까? 사료를 먹고 양계장이라는 좁은 공간에 가두어 기르는 닭이 과연 행복할까?
이렇게 사육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갈수록 성장이 빨라지고 성조숙증이 나타나고,어린 아이인데도 암이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이 최근 들어 많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잘 생각해야 한다고 선재 스님은 강조한다.
그래서 스님은 “생명 존중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것이 바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맛을 도와주는 양념으로 선재 스님이 추천한 것은 몸에 열을 나게 해주는 생강과 신장의 열을 빼주는 팥 등이 있다. 은행잎은 벌레 퇴치의 효능이 있어 책갈피에 끼워 넣으면 좀이 설지 않는다고 한다. 은행의 알은 폐를 보호해주는 기능이 있고 탱자나 솔방울을 옛날에 집을 지을 때 바닥에 깔았던 것은 흙에서 올라오는 나쁜 균들을 막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고춧가루를 잘 쓰지 않지만 예전에는 고춧가루 대신 제피가루를 대용으로 썼다고 한다. 제피는 충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해서 특히, 민물고기는 끓여도 없어지지 않는 균을 잡기 위해 추어탕에 넣어 먹는 재료이다.
결국 건강한 삶을 살려면 ‘약이 되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약이 되지 않는 음식은 취하지 말고 모두 버리라고 한다. 선재 스님은 첨가제가 들어간 조미료 등을 모두 버리고 간장, 고추장, 된장도 직접 담아서 먹을 것을 권한다. 그리고 제철에 나는 채소와 과일로 본재료의 맛을 느낄 수 있게 요리하라고 한다. 발효음식인 김치를 매일 먹는 것도 중요하다. 집에서 담근 된장을 매일 먹고, 담근 간장으로 간을 맞추는 등 식탁의 혁명적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좋은 식재료로 먹거리를 준비하고 인스턴트 음식을 멀리하면 자연히 건강해진다고 조언했다.
땅과 물, 공기와 우리 몸은 하나이다. 좋은 토양에서 좋은 물과 깨끗한 공기로 길러낸 먹거리가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해준다. 그래서 맑은 공기를 많이 마시고 자주 목욕을 해서 몸을 청결하게 할 것을 권유한다. 선재 스님은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것을 먹고, 좋은 것을 듣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향기를 맡는 것이 결국 ‘좋은 나’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음식은 곧 ‘나’이다
●토마토가 자라기 위해서는 땅과 물, 바람, 공기를 통해 자라기 때문에 토마토를 먹으면 자연과 교감을 한다.
● 거칠고 사나운 짐승의 고기를 먹으면 내 몸과 마음이 거칠어진다.
● 본래의 맛과 영양을 파괴하는 첨가제가 들어간 음식을 먹게 되면 우리 몸의 세포마다
기억되어 몸과 마음을 파괴하게 된다.
선재 스님은 무엇보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청소년이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요즘 어린이들이 특이한 희귀병들에 크게 노출돼 있다. 이 모든 것이 잘못된 먹거리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식습관의 변화가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재인식해야 한다.
선재 스님은 경기도 수원 출신으로, 보령승가대 대교과,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졸업, 동국대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전통사찰음식보존회 회장 및 명지대, 동국대 교수를 거쳐 현재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약이 되는 선재스님의 사찰음식』, 『선재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등이 있고, 주요 상훈으로는 ‘제26회 불이상 실천분야’가 있다.
좋은 음식은 약이다
약식동원(藥食同原). “약과 음식은 그 근본이 동일하다”라는 뜻이다. 가장 오래된 한의학 서적인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서 유래됐다. 농업과 동양의학의 시조로 알려진 신농씨(神農氏)가 원저자다. 전설 속 인물이 전하는 질병 치료의 해답은 음식이다. 신농본초경에서는 약재와 식재가 함께 다뤄진다. 즉 음식 자체를 약으로 인식한다. 이는 서양도 마찬가지다.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사도 못 고친다”는 유명한 경구(警句)를 남겼다. 비만, 당뇨병, 위장병, 동맥경화, 고혈압, 심장병 등은 식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대한내과학회는 2003년 이와 같은 성인병을 ‘생활습관병’으로 명명했다. 이들 질환의 원인이 식생활을 비롯한 생활 습관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질병의 80% 이상은 생활습관병으로 알려졌다. 의학계에서는 생활습관을 바꿈으로써 이들 질환에 대한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다고 보고한다. 그래서 대두된 건강 증진 방식 중 하나가 식품 치유다. 식품 치유는 인간의 몸에 유익한 식품을 체계적인 방법으로 섭취하게 하는 식생활 개선법이다. 식품을 올바르게 섭취하는 식생활 방식을 갖추는 것이 건강의 지름길이다. 보통 각 개인의 건강 상태나 병이 있고 없음에 따라 강조됨은 다르지만, 식품 치유의 근본 원칙은 비슷하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의 균형적인 선택과 긍정적인 섭취 방식이다. 무엇을 먹느냐 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언제, 어떻게 먹느냐이다. 뉴멕시코에 위치한 통합의학센터 벅슨 박사의 말이다. 그는 식품 치유 프로그램을 3단계로 나눈다. 주로 시작 프로그램이 가장 엄격하다. 평소 잘못된 습관을 교정하기 위해서다.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건강이 좋아짐에 따라 점차 수월해진다.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좋은 습관과 알맞은 영양을 유지하기 위한 유지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인체의 자연 치유력을 향상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인간의 몸과 마음을 함께 다스린다.
식품 치유라 해서 좋은 음식만 섭취하는 것은 절름발이 치료법이다. 사람에 따라 장(腸) 청소, 단식과 같은 해독 요법을 행하거나 활기를 되찾기 위한 프로그램이 선행된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명상, 바른 자세 유지와 적절한 운동 등은 세부적인 치유 원칙에 해당한다. 식품 치유는 한두 달만 하고 나면 성공적으로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시간의 식이 조절로 질병이 치료되리라는 생각은 옳지 않다. 좋은 식습관 형성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건강은 원래의 상태를 되찾는 것이다. 인위적인 가공을 배제하고 자연의 숨결에 순응하였을 때 가능하다. 마음과 몸의 조화로운 회복을 위한 식품 치유의 기준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효소가 살아 있는 발효식품 △현미, 잡곡 등의 통곡식 △과채류, 해조류 등의 자연식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식품 △유기농 식품 등은 무엇을 먹을까에 대한 대안이다. 그리고 △약간 배고플 정도의 소식(小食) △꼭꼭 씹어 천천히 먹기 △규칙적인 식사 △긍정적인 마음으로 맛있게 먹기 등은 어떻게 먹을까에 대한 방법이다.
음식을 약으로 먹으려면?
선재 스님도 몸에 좋은 음식은 ‘약’과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즐겨 찾는 음식은 재료의 대다수가 육류나 가공식품이기 때문에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식재료들은 체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병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음식을 약으로 먹으려면 채소와 같이 독이 없는 음식과 제철음식을 섭취하는 게 좋다.
선재 스님은 “우리의 몸은 계절 마다 바뀝니다. 그 이유는 자연과 몸이 하나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봄에는 떫고 매운 것, 쓴맛이 나는 재료들을 먹고, 여름에는 미끈미끈하고 뜨겁고 짜고 신 것, 가을에는 차고 달고 미끈한 것, 겨울에는 열이 나고 더운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이렇게 계절과 음식의 특성을 잘 알고 함께 맞추어 먹는 것이 좋습니다.”라며 제철음식 섭취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제철에 나는 음식이야 말로 그 시기에 우리 몸에 가장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공급해주기 때문이다. 선조들이 의학이 발달한 지금보다 건강했던 것도 절기별로 몸에 맞는 음식을 해먹었던 까닭이다.
음식을 공급하는 사람이 식재료의 각자 특성을 잘 이해하고 조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연근은 색이 변하지 않게 하기 위해 물에 담그는데, 물에 너무 오래 담갔다가 손질하면 연근의 좋은 기운을 빼앗기고 재료 고유의 맛과 영양소도 파괴된다. 따라서 연근은 흐르지 않는 물에 살짝만 씻어 손질하는 것이 좋다.
신선한 음식은 먹고 나면 마음이 상쾌하고 맑은 느낌이 들어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우리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건강해지기도, 허약해질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단순히 보기 좋고 입에 맞는 음식보다는 사람의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음식이야말로 ‘최고의 음식’이라는 것이다. 뚝배기, 장독 하나에도 자연이 녹아있고,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깃들어 있는 음식이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최고의 보약’인 셈이다.
<精吾 문윤홍·칼럼니스트·moon4758@naver.com>
나물버섯된장볶음
재료: 취나물 50g, 냉이 50g, 유채 50g, 애호박 1/2개, 새송이버섯 1개, 양송이 버섯 2개, 건표고버섯 3장, 풋고추 2개, 된장 2큰술, 들기름 1큰술
만드는 법:
1.건표고버섯은 물에 불려서 썰고, 새송이버섯, 양송이버섯, 애호박, 풋고추도 씻어서 큼직하게 썬다.
2. 취나물, 냉이, 유채도 다듬어 깨끗이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3.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표고버섯을 넣어서 볶는다.
4. 잘 볶아지면 새송이버섯, 양송이버섯, 애호박, 풋고추를 넣고 볶다가 봄나물을 넣고 같이 볶는다.
5. 볶아진 채소에 된장을 넣고 볶는다.
더덕잣즙무침
재료: 더덕 200g, 잣 1/4컵, 배 1/4개, 흑임자 약간,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더덕을 깨끗하게 씻어서 껍질을 깐 뒤, 반으로 갈라 방망이로 두드려 부드러워지면 먹기 좋은 크기로 찢는다.
2. 배는 껍질을 벗기고 작게 썰어서 잣과 함께 믹서에 곱게 간다.
3. 갈아놓은 소스에 소금을 조금만 넣고, 찢어놓은 더덕에 부어 검은깨를 뿌려서 살살 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