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에포크는 나에겐 매우 뜻깊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저번 에포크와는 달리 고등과 함께 에포크를 했기 때문에 더더욱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나는 에포크로 싱어송라이터를 할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일단 곡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그때의 나에게는 전문적인 작곡가나 천재나 하는 일이라고 너무 크게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이 작사작곡하는 모습을 보고 우아 나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해봤지만 그때 나에게는 역시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다.
작년 13기 논문스텝을 할 때 사랑이 언니,원영이 오빠 준길이 오빠가 작사작곡한 노래를 들은 적이 있다. 전문적인 작곡가가 아닌 사람들도 멋진 곡을 만들고 부르는 모습을 보고 ‘나도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작사작곡에 관심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가사도 혼자 써보게 되었다.
나의 자주학 주제가 노래이기 때문에 에포크 수업을 밴드 보컬을 하는 게 자주학과 더 잘 맞겠지만 자주학에 작사작곡을 추가하면서까지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나름 전문가이신 여유쌤의 도움을 받아보고 싶었기 때문에 싱어송라이터 수업을 선택했다.
수업을 먼저 들어본 사람의 말로는 방치형 RPG에 엄청난 노가다라 정말 힘들다고 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생각보단 힘들진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싱송라는 현실적으로 ‘곡 만들기’에 주어진 시간은 4일밖에 되지 않아보였기 때문에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주제,가사는 미리 준비해갔다. 원래는 사랑관련 가사를 쓰고 싶었는데 사랑을 잘 몰라서 포기하기에는 욕심이 나서 집에 가고 싶다는 내용이지만 모르고 보면 애인을 그리워하는 가사로 보이게끔했다.
예)
노을이 지는 저 하늘을 바라볼때면
나는 닿을 수 없는 당신이 그리워져서
온종일 시곗바늘만 바라봐요
가사는 솔직할 수록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실제 나의 감정을 포장해서 가사를 썼다. 문장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고 문맥이 맞아야 내 성에 찼기 때문이다. 노래 만드는 법을 정말 하나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내가 만들고 싶은 노래 분위기의 노래를 정말 많이 들었다. 사실 수업을 들은 날도 아니면서 이 주말이 제일 열심히인 날이었다. 집가서 쉬고 싶어 죽겠지만 이미 학교에 남았으니까. 더 집에 가고 싶을 미래의 나를 위해 일을 하자라는 생각이었다
드디어 에포크 시작 당일날, 내 굳은 결심대로 싱어송라이터를 신청하러 갔다. 저번 싱송라는 3명이 신청했는데 이번에는 그에 3배되는 9명정도가 신청했다. 여유쌤은 자신이 도움을 많이 주지 못할 것 같다고 말씀하시며 자진해서 나가기를 바라시는 것 같아보였지만 꿋꿋하게 버틴 결과 두명이 양보해 나 포함 7명이 남게 되었고 (사실 7명인지 잘 모르겠당)방치형 RPG가 시작되었다. 사실 매일매일이 비슷비슷했다. 자신이 원하는 어느 장소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가만히 누워있다 갑자기 아이디어가 폭주하는 레파토리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육체적인 고통은 없어서 몸과 마음이 힘들었던 현대무용보다는 꽤 수월했다. 정신적 고통이라면 어느날엔 멜로디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아 고생한 창작의 고통정도였다. 거의 아무것도 만들지 못한 날도 있었고 2시간안에 곡의 반이상 짠 날도 있었다. 배운 점이라면 곡 만드는 법과 머리를 좀 식혀야 효율이 좋다는 점 정도다. 곡 만드는 일만 하루종일 하니 사고가 정상적이지 않게 굴러가고 아이디어가 막혔다. (나만 그런 게 아니더라) 바람을 쐬고 오거나 일을 잊고 쉬는 것은 땡땡이 치고 노는 것으로도 보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야기가 좀 다른 곳으로 샐 것 같으니 다시 에포크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싱송라는 방치형 RPG라는 말 그대로 하루종일 곡을 만들고 곡의 퀄리티는 개인의 역량이다. 그래서 곡을 만든 사람마다 만족도도 다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난 내가 만든 노래가 처음엔 생각보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들은 곡 두 세개씩 만들어내는동안 나 혼자 딸랑 곡 하나 만든 점과 가사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노래 음은 정말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을 정도로 엉망 같았다는 점 이걸로 내가 공연을 해야한다니 공연 전 날부터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종혁쌤의 칭찬과 공연했을 때 사람들이 노래 잘부른다,잘만들었다,가사가 예쁘다라고 말해줘서 다행이라 생각했고 그 칭찬들 덕분에 이제는 조금 마음에 드는 것 같다 멜로디 칭찬보다는 가사 칭찬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만큼 가사를 잘 썼다는 거니까~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칭찬을 해주셔서 정말이지 짜릿했다. 오랜만에 무대관련일로 희열을 느낀 것 같다. 무대에 올라가서 무언가를 하는 일은 정말 내 적성에 맞는 일인가보다. 싱송라에 들어올 미래의 누군가를 위해 감히 내가 조언하자면 ’열정따위 난 존재하지 않는다‘주의면 들어오지 말고 들어오기 전 미리 무언갈 준비해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이번 에포크가 다양한 것을 시도할수 있는 계기가 되어 만족스럽다 도움주신 나윤이,여유쌤 용기주신 용산T기은T감사핮니다
.... 진짜 의식의 흐름 글 알차게 쓰려 노력했지만 그냥 이도저도 아니게 되었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