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이런 날이 올 줄이야!
한 병에 거금 11만원이나 하는 고급 막걸리를 맛보다니.
지난 번 막걸리 시리즈 중 마지막에 소개한 '세상에서 가장 비싼 막걸리'를 맛보는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물론 찾아보니, 같은 주조장에서 더 비싼 막걸리가 출시되긴 했지만...)
상상도 못할 비싼 가격이라 내 인생에 맛이나 볼 수 있을까라고 즐거운 상상을 하며 쓴 글에,
딸들이 주문을 해서 보내온 것이 아닌가.
역시 심청이 뺨치는 우리 딸들의 효심에 또 한 번 감동하는 순간이었다.
11만원의 주인공 해창 18도 막걸리와 이 주조장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는 12도 짜리 막걸리.
두근두근.
과연 무슨 맛일까 궁금했지만, 막상 맛을 보자니, 비싼 가격에 자꾸만 손이 떨린다.
그래서 일단 냉장고에 고이 모셔두고, 조금 더 감상하기로 했다.
뭔가 먹지 않아도 이미 부자된 느낌, 배부른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일단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아는 만큼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서, 이왕이면 이 가치를 좀 더 알고 먹자는 마음에
이 막걸리에 대해서 좀 더 자료조사를 해보았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해창 주조장은 1927년 설립된 역사 깊은 곳으로 깊은 맛 뿐 아니라,
100년 역사를 가진 환상의 정원을 자랑해 이미 저명인사들이 즐겨 찾는 곳이었다.
2008년 지금의 오병인 대표님이 서울 생활을 접고 귀촌해서 이곳을 인수했다고 하는데.
생각해보니, 우리도 그 즈음 서울에서 지금 살고 있는 단양에 터를 잡아서 펜션을 시작했다.
묘한 친근감과 함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보니, 아름다운 정원으로 티비에도 많이 소개가 된 모양이다.
2014년에는 농림축산 식품부의 ‘찾아가는 양조장’에도 선정된바 있다.
평소 정원에 관심이 많은 나는 남편과 함께 나중에 꼭 한 번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자료조사를 하다 보니, 해남의 쌀과 물, 바닷바람에 자존심과 자부심을 담아
익힌 막걸리의 맛이 더욱 궁금해졌다.
그런데 나랑 남편, 둘이 맛보기엔 아무래도 아깝다.
살짝 자랑(?)하고 싶은 마음 반, 좋은 맛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 반, 고민을 하다가
제천에서 소나무 농장을 하는 절친을 초대했다.
예전에 그가 자랑한 걸 들은 것이 기억났다.
"자식들과 모인 자리였는데 사위가 세상에서 가장 비싼 해창 막걸리 소문을 듣고,
11만 원짜리는 아니어도, 이 주조장의 막걸리를 한 박스 배달 받아 맛봤다"
아무래도 이 맛의 가치와 진가를 알 것 같아서 초대를 한 것이다.
솔직히 나는 그다지 술맛을 잘 아는 편은 아니다. 술의 맛을 평가하기엔
술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그래도 마셨을 때, 정말 다른 막걸리와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 들었다.
뭔가 맛이 깊으면서도 무겁지 않고, 부드럽게 잘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남편은 천하의 술꾼이다.
한 때는 파리7대학을 나온 중앙대 정모 교수에게 발효주에 대한 연구를 의뢰하고
함께 전국을 누비며 토속주에 대한 자료를 조사 한 적도 있었다.
그에 따르면, 18도 막걸리의 경우 네 번 덧술한 사양주다.
일반 막걸리나 삼양주 막걸리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특별한 풍미와 함께 찹쌀의 기분 좋은
단맛과 뒷맛의 새콤달콤함, 부드러움과 깊은 맛이 잘 어우러진, 숙성된 맛으로 표현했다.
가격때문인지, 도수 때문인지, 한 모금 한 모금 음미하면서 마시니
그 맛이 더 깊고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또한, 우리 막걸리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술로서의 자부심까지 서려 있어
고액을 주고도 사먹는 이유를 느꼈다고 한다.
해창 주조장 대표님은 우리 막걸리와 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 한 것 같다.
11만 원짜리가 제일 비싼 줄 알았더니, 110만 원짜리 막걸리까지 출시를 했다고 하니!
뒤로 넘어갈 가격에 그 맛 또한 궁금해졌지만.
(딸들아! 110만 원짜리 막걸리는 정말정말 꿈도 안 꾸니, 부담 갖지 말아라 ㅋㅋ )
그리고 정말 놀라운 사실.
이 주조장에서 무려 2320만 원짜리 술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서민들은 정말 뒤로 넘어가고도 남을 가격이다.
술에 금이라도 들었나 했더니, 정말 금 50돈짜리 술잔을 함께 준다고 한다.
가격을 그렇게 책정할 만큼 또 그 술맛은 얼마나 좋을까.
최상의 재료를 사용해 본연의 맛을 살린 고급 막걸리를 맛보면서,
한민족 고유의 전통을 살린 시대가 도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의 전통주도 세계적으로 유명해져셔 K막걸리의 위상이 커지는 날이 곧 올지도 모른다는
또 다른 행복한 기대감으로, 마지막 건배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