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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자 여사!
공개적으로 편지를 쓰는 일이 조금은 그렇지만 이 방법을 택하기로. 양해를 바랍니다.
어제(토) 모임을 하고 늦게 집에 들어오니 문 앞에 소포가 왔다는 표시가, 아파트 코너 스토아에 보관 해두었다고.
오늘 일요일인데 문을 열까 걱정을하고 9시 넘어 가 봤더니 백인 청년이 모닝 커피를 마시고 있더군. 얼마나 반가웠는지.
친구의 마음을 빨리 열어보고 싶은 마음에 집에 가지고 와 개봉을 하니.
무우시래기, 고사리, 토란대 말린 것. 신문지에 돌돌 말린 참기름 두병, 참깨, 그리고 대추.........
아! 청국장을 넣은 된장.
일단 냄비에 멸치 넣고 물을 급히 끓이면서 무우 썰어넣고 풋고추, 양파, 그래도 호박과 두부 사 놓은 것이 있어서 송송 썰어 넣고 된장 두 숫가락을 푹 떠 넣고 끓이니,
어제 모임에서 너무 많이 먹어 오늘은 다이어트 좀 하기로 했는데.
남편과 마주 앉아 샐러드 야채 것저리해서 된장 찌게로 따뜻한 밥 한그릇을 뚝딱.
정말 따사로운 일요일. 모국에서 친구가 보내준 된장으로 우린 너무 행복 했노라.
밥을 먹으면서도 연신 여기 싱글로 온 모국 음식 그리워하는 분들 생각이.
내일 당장 연구실 나가면 화요일 쯤 저녁엔 우리집에 초대 모국서 친구가 보내준 된장 맛갈 나게 끓여서 소주 한잔 할 계획이오.
지금 주메뉴를 된장찌게로 할까? 아니면 얼큰 하게 고사리 시래기 넣고 육개장을 아니면 닭개장을 끓일까? 어떤 것이 더 적당 할까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우.
어디 밖에서 술 한잔하려 해도 가격 문제도 있고, 또한 밤 늦도록 소주잔을 기울이기에는 적당한 곳이 없어서.
서로 1년 정도씩 와 있는 살림살이라 부족함이 있어도 부끄럼 없이 사람을 초대하곤 하지.
친구야!
아직도 많이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니?
우린 만성이 되어서 그러려니 하는 것들을 친구는 먼저 마음 아파하고 속상해 하곤 했지.
정말 오랜 시간 넉넉한 마음으로 항상 우리 옆에 있어 주어서 고맙. 진정으로 고맙.
목요일까지 나가던 영어수업도 이젠 두 주 밖에 남지 않았군. 물론 1월에 다시 새 학기가 곧 시작 되지만.
12월, 한 해를 정리하듯 우리도 스탠포드에서의 한 학기(여긴 쿼터제로 3개월이 한 학기)를 서서히 마무리하고 정리를 좀 해야하는 시간 인것 같아.
잘 지내고 자주 카페에서 대화 나누자꾸나.
친구가 보내준 정성, 정말 고맙게 여기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고국 생각하며 먹을께.
2008.12. 7.일요일 오후에 스탠포드에서 배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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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근데 된장에 청국장 가루가 들어서 끓이면 집안에 냄새가 많이 날걸.처음이라 우체국 직원이 마른것만 가능타 하여 걱정이 좀 됐건만 잘 도착 되었다니 다행 사실 김치도 준비했는데 쪼래서 못 보냈지요. 미안합니다요 잘 잡수세요ㅎㅎㅎ
쌩큐! 쌩큐! 덕분에 또 살 찌게 생겼어요.
정이 가득 넘치네요!!!!!
두 분이 친구였구나, 우정이 엿보이네요.
시래기보면서, 김장 김치보면서, 겉저리 나물 보면서, 사과 따면서 저가 생각난다고. 정말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택배비가 너무 비싸서 한번으로 아주 아주 고맙.
아이코 멀리 날아서 간 된장 아주 부러워요.. 마음이 따듯해지는 글이네용.
대학원은 결정 되었는지? 박서방과 함께 오르리 카페가 항상 훈훈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서 고맙. 젊은 세대의 글 마니마니 올라 왔으면 하는 바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