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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만화영화나
SF영화에 등장했던 ‘순간이동’을 기억하시나요? 주인공이 눈을 감고 집중하면 눈 깜짝 할 사이 자신이 원하는 장소로 이동하는 모습에 입이 쫙
벌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갈 길이 멀거나 몸이 피곤할 때는 ‘내게도 순간이동 능력이 있었으면…’ 하고 바라곤 했는데요, 어쩌면 앞으로는
굳이 이런 순간이동 능력이 없어도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2013년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로 꼽힌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때문입니다.
사물 인터넷이란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모아 인터넷으로 전달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의 소통을 넘어 이제는 ‘사물과
사물의 소통’이 가능해진 것을 말하는데요, 이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데이터를 획득, 저장, 분석 후 다시 활용하고 예측하는 프로세스입니다.
△구글 글래스를 착용한 스카이다이빙 영상
이러한 사물 인터넷은
상품정보를 저장한 극소형 칩이 무선으로 데이터를 송신하는 ‘RFID’와 센서, 스마트기기의 등장에서 비롯되었는데요, 최근 구글이 내놓은 스마트
안경 ‘구글 글래스’나 나이키의 건강관리용 스마트 팔찌 ‘퓨얼 밴드’같은 웨어러블 컴퓨터가 이에 속합니다. 근거리 무선통신기술인 ‘NFC’ 칩을
활용한 IT형 가전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NFC 칩이 탑재된 세탁기는 태그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세탁기의 동작 상태나 오작동 여부를 확인하고
맞춤형 세탁코스로 세탁을 할 수 있습니다. 냉장고는 실시간으로 온도점검을 하고 제품 진단과 절전관리를 할 수 있으며, 파일을 컴퓨터에 옮기지
않고 스마트폰을 프린터기에 갖다 대는 것만으로도 인쇄물을 손쉽게 출력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김지현
교수는 “인터넷과 거리가 멀게 느껴졌던 주변 사물이 통신망을 통해 서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그동안
등장했던 사물 인터넷의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물 인터넷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바로 월트디즈니의 미키마우스 인형입니다. 이것은 미키마우스의 눈, 코, 팔, 배 등 몸 곳곳에 적외선 센서와 스피커를 탑재한 것인데요, 인형이 실시간으로 디즈니랜드의 정보 데이터를 수집한 뒤 관람객에게 어떤 놀이기구의 줄이 가장 짧은지, 또 지금 있는 위치가 어디쯤인지 등을 알려준다고 합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사진: 홈페이지)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는 기숙사의 화장실과 세탁실에 센서를 설치해 두고 인터넷을 연결해 어떤 화장실이 비어있는지, 어떤 세탁기와 건조기 사용이
가능한지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물
인터넷은 농업과 축산업에서도 활용됩니다. 네덜란드의 ‘스파크드’는 소의 몸에 센서를 이식해 소의 움직임과 건강정보를 파악한 뒤 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해주는데, 농부는 이 기술 덕택에 더욱 많은 소들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본의 NEC는 농지에
사물 인터넷을 적용해 효율적인 농업활동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회사는 농지에 온도, 습도, 강우량 등을 계측하는 센서를 설치해 정보를
수집하고, 이 정보를 PC 또는 스마트폰에서 확인해 농지와 작물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NEC는 이 센서를 통해 가뭄이나 홍수 등을 미리 예측할
수 있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2013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는 미국의 ‘하피랩스’ 라는 회사에서 선보인 ‘하피포크’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포크는 식사도구라기 보다는 식습관 개선 및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기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포크에 설치된 센서와 마이크로칩이 사용자의 움직임을 인식해 총 식사시간과 포크 사용 빈도 등을 기록합니다. 이렇게 기록된 데이터는 블루투스 및 USB를 통해 웹과 모바일 앱으로 전송되고,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식사습관을 총체적으로 점검합니다. 그래서 사용자의 식사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판단될 경우 포크에서 경고음이 울려 사용자가 음식 먹는 속도를 조절하도록 합니다.
지난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BM의 ‘임팩트 2013’에서는 포드사가 신형차 ‘이보스(Evos)’를 선보였는데요, 이 자동차에는 거의 모든 부품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사고로 에어백이 터질 경우 장착된 센서에서 중앙관제센터로 신호를 보내며 센터에 연결된 클라우드 시스템에서는 그동안 발생했던 수천만 건의 에어백 사고 유형을 분석해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또 범퍼는 어느 정도 파손됐는지, 과거 비슷한 사고가 있었는지, 해당 지역의 도로와 날씨는 어떤지, 사고가 날만한 특이사항은 없었는지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사고의 규모를 파악합니다. 사고라고 판단될 경우는 근처 고객센터와 병원에 즉시 사고 수습 차량과 앰뷸런스를 보내라는 명령을 내리고 보험사에도 자동으로 통보됩니다.
미국의 첨단 기술 업체인 GEC(General Electric Company)에서도 해당 분야에서 세계 일등이 되자는 일념 아래 분야별로 사물 인터넷을 적극 활용했는데요, 항공용 제트 엔진과 MRI 같은 병원 장비에 센서를 탑재해 고객만족도는 물론, 비용절감 효과까지 이끌어냈다고 합니다. 이에 GE는 “사물 인터넷으로 각 분야의 운영효율성을 1% 끌어올리면 향후 15년간 에너지 산업은 660억 달러, 항공업은 300억 달러, 헬스케어는 630억 달러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며 사물 인터넷의 힘이 전체 산업지도를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세계는 약 100억 개에 달하는 기계가 인터넷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는 전 세계 단말기 수의 0.7%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지금은 99.3%라는 엄청난 잠재시장이 잠을 자고 있는 셈입니다. IBM은 오는 2020년에는 약 500억 개의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될 것이며, 앞으로는 새로운 하드웨어의 등장보다 사용자에게 데이터를 어떻게 제공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물이 인터넷과 연결되면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시스템이 마비되는 등 해킹의 문제가 자연히 일어나기 때문에 철저한 대안과 정책 마련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합니다. 사물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기술이고 앞으 로도 그와 관련된 기술들이 무궁무진한 개발되겠지만, 그런 기술발전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그에 상응하는 데이터 관리와 안전한 환경을 마련하는 일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