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연주대
다리 누각에 혼자 누웠다 일어나며 橋樓獨臥起
아침 내내 관악산을 바라보았다 終朝面冠岳
산과 나 둘이 싫지 않으니 不是兩不厭
이것 말고 다른 무슨 즐거움이 있을까 別無他可樂
――― 강세황(姜世晃), 『화선루제화시1(畵扇樓題畵詩1)』
▶ 산행일시 : 2013년 3월 26일(화), 맑음, 약한 황사
▶ 산행인원 : 9명(오기산악회 화요산행)
▶ 산행시간 : 7시간 18분
▶ 산행거리 : 이정표 거리 7.0㎞(도상 6.0㎞)
▶ 교 통 편 : 전철과 버스 이용
▶ 시간별 구간(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랐음)
10 : 00 - 사당역 5번 출구, 산행시작
10 : 24 - 관음사 입구, 관악산공원 안내도 앞
10 : 34 - 관음사
11 : 02 - 319m봉, 데크 광장
11 : 50 - 380m봉
12 : 03 - 마당바위
12 : 43 ~ 14 : 11 - 헬기장, 점심
14 : 29 - 559m봉
15 : 16 - 연주대(戀主臺, 631m)
16 : 27 - 제3왕관바위
17 : 08 - 자운암
17 : 18 - 서울대 구내, 산행종료
1. 연주대 오르는 슬랩
사당역 5번 출구로 나와 뭇 등산객들 따라 동네길 1㎞ 정도 오르면 관악산공원 안내도가 있
는 관음사 입구다. 휴일 못지않게 등산객들이 많다. 안내도 앞에서 정화 님 지도로 산행 준비
운동 여덟 가지 동작을 하고 다리 건너 관음사로 향한다. 길옆 오리나무 꽃과 이를 희롱하는
실바람부터 확실히 봄이다. 상춘 산행이다.
관음사 일주문 현판은 명말(明末) 사람인 왕탁(王鐸, 1592~1652)의 글씨를 집자(集字)하였다
고 한다. 일주문 들어 속세를 벗어난다. 그런데 대체 일주문이 있기나 한 건가? 관음사 일주
문은 실은 육주문이다. 사당능선 등산로는 관음사 절집에 들어가기 전 오른쪽 계단으로 나 있
다. 우리는 불사가 한창 진행 중인 절집을 구경한다.
卽心是佛. 큰 비(碑)로 새겼다. 즉심시불. 즉심즉불(卽心卽佛)과 같은 뜻으로 ‘내 마음이 곧 부
처’라는 말이라고 한다. 무문관(無門關) 30칙에 나온다.
대매(大梅) 스님이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라고 묻자, 마조(馬祖) 선사는 “마음이 곧 부처
다”라고 말했다(馬祖 因 大梅問 如何是佛, 祖云 卽心卽佛). 무문관(無門關)은 중국 남송(南宋)
의 선승인 무문 혜개(無門慧開)가 지은 불서라고 한다.
등산로는 다시 절집 밖으로 나가 오른쪽의 계단 길을 따랐어야 했는데 내친걸음이라 절집 주
위를 돈다. 절에서 웬 개를 이렇게 많이 키우는지 모르겠다. 요란스런 개 축사 앞을 지나고 철
조망 옆 사면을 뚫어 주등산로와 만난다. 바윗길이 잦다. 대개 우회로로 돌아가지만 짜릿한
손맛 보려고 직등을 서슴지 않는다.
관음사 뒤 암봉인 319m봉을 오르는 철계단으로 들기 위해서는 약간 긴 슬랩을 기어올라야
한다. 데크 광장인 319m봉은 경점이자 쉼터다. 이광수는 괜히 『금강산유기(金剛山遊記)』를
빌었다. 관악산에서 이미 그런 것을. 남산은 둔덕에 불과하고 그 앞 한강은 개울이다.
비로봉(毘盧峯) 올라서니
세상만사(世上萬事) 우스워라.
산해(山海) 만리(萬里)를
일모(一眸, 한 눈에 바라 봄)에 넣었으니.
그따위 만국도성(萬國都城)이
의질(蟻垤, 개미가 쌓은 둑)에나 비(比)하리오.
일전에 말한 대로 정하 님이 도토리묵을 가져왔다. 집에서 무쳐 오면 맛이 덜할까봐 데크광장
탁자에서 양푼 꺼내놓고 갖은 양념 넣어 무친다. 입산주 탁주가 입에 짝짝 달라붙는다. 얼근
하여 나지막한 암봉을 오르내린다. 가급적 직등. 오른쪽 지능선의 국기봉 들여다보고 숲속 길
간다. 380m봉 넘고 마당바위는 선 재주할라 왼쪽 계단으로 오른다.
마당바위에 예전처럼 장(場) 선 좌판은 없다. 414m봉 넘으면 연주대가 바로 큰골 건너편이다.
연주대 연릉은 역광의 실루엣도 아름답다. 등로는 살짝 내렸다가 길게 오른다. 주로 바윗길이
다. 숨이 가쁠만하여 너른 헬기장이다. 점심 먹을 자리 찾는다. 헬기장에서 왼쪽 지능선으로
내리다 보면 오른쪽 사면 중턱에 안온하고 너른 공터가 있다.
2. 오리나무 꽃(Alnus japonica)
자작나뭇과의 낙엽 활엽 교목. 높이는 20미터 정도이며, 잎은 어긋나고 긴 타원형 또는 넓은
피침 모양으로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3월에 잎보다 먼저 어두운 자갈색 단성화가 피고 열
매는 편평한 넓은 타원형의 견과(堅果)로 가을에 익는다. 재목은 건축과 가구 제작에 쓰고 껍
질과 열매는 타닌을 함유하여 염료로 쓴다. 습지에서 자라는데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
아에 분포한다. 유리목, 적양(赤楊).
3. 관음사 뒤 319m봉
4. 서울시내, 한강 건너 남산과 그 왼쪽으로 북한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5. 낙성대에서 오르는 국기봉
6. 멀리가 연주대
7. 지나온 319m봉
8. 연주대
9. 멀리 구룡산과 대모산이 서로 정답다
10. 연주대 가는 길
11. 연주대 가는 길
12. 연주대 연봉
13. 연주대 가는 길
14. 관악문
15. 지나온 연주대 전위봉
이영상 님이 동부기술훈련원에서 배운 조리솜씨를 선보인다. 이름하여 새우젓국찌개. 두부,
굴, 새우젓, 부추 등을 넣고 끓인다. 함초소금이 문제였다. 새우젓으로 간이 딱 알맞았겠는데
함초소금을 넣는 바람에 소태맛인지라 물을 더 붓고도 계란 풀고 라면사리 넣어 삼삼하게 하
였다. 타박하면서도 두 차례나 코펠을 다 비웠다. 산수유주, 블루베리주, 소주, 맥주, 탁주 바
닥 보이고 일어난다.
이영상 님이 나누어 준 다데기 레시피 유인물에 곁들인 ‘인생 레시피’가 꼭 나를 겨냥한 것 같
다.
저로 하여금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게 하시고
특히 아무 때나, 무엇에나 한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그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 잡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저는 사려 깊으나 시무룩한 사람이 되지 않게,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559m봉은 오른쪽 우회로 마다하고 직등한다. 연주대를 더욱 알뜰히 보기 위해서다. 관악문
넘고 암릉. 작년 1월 18일에 왔었다. 눈에 익어 익숙히 지난다. 연주대 오르는 슬랩 앞에 선
다. 여기서 건너편 암릉에서 사고 나는 것을 목격한다. 30미터 되는 절벽으로 누군가 떨어졌
다.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리고 숲속에서 떨어진 등산객의 꿈틀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내 옆에
선 등산객이 곧바로 119로 신고한다.
마음이 급하니 119 통신마저 더디다. 어렵게 통화한다. 신고 받자마자 구조대가 출동하였다
고 한다. 우리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슬랩 더듬어 연주대에 오르고 기상관측소 연결다리로 가
서 관악산 제1경이라고 할 수 있는 연주대를 자세히 살핀다. 우리는 방금 등산객이 떨어진 자
운암 능선을 하산 길로 잡는다.
사고지점이다. 굵은 밧줄이 가드레일로 매여 있고 암릉 옆 소로에는 얼음이 녹지 않았다. 그
러나 일부러 떨어지려도 해도 떨어지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하
여 구조 중이다. 그리 크게 다치지는 않은 모양이다. 헬기가 푸다닥거리며 두 차례 선회하다
돌아간다.
전후좌우 원경근경이 다 가경이다. 앞에는 국기봉인 514m봉의 입석군, 뒤에는 연주대 연봉,
왼쪽은 삼성산. 멀리 수암봉, 슬기봉, 태을봉. 오른쪽의 흘립한 암벽. 그림이다. 암봉인 514m
봉 돌아 넘고, 제3왕관봉 지나 너럭바위. 일광(日光) 즐긴다. 바윗길은 끝났다. 사면 도니 자운
암이다. 콘크리트 포장도로는 서울대로 이어진다.
이번에도 그렇다. 오기산행은 산행 이튿날 새벽에 목욕 하는 맛이다. 오지산행은 산행 마치자
마자 목욕하는 맛인데. 마침 어스름해졌다. 천호동 먹자골목으로 간다.
16. 지나온 연주대 전위봉
17. 연주대 오르는 슬랩
20. 자운암 능선, 저기서 등산객 한 분이 떨어졌다
21. 자운암 능선 514m봉
22. 연주대 주변
25. 자운암 능선 내리던 중 조망
26. 자운암 능선 514m봉
27. 뒤돌아본 관악산 정상
28. 자운암 능선 514m봉
29. 자운암 가기 전 너럭바위
첫댓글 산도 못타는 분덜이 드시는 것은 엄청입니다.
관악산 기암을 이러케 멋지게 담아낸 사진은
난생 처음 보게됩니다0~^^
이제 대모-구룡산보믄 무서버요 여유있는 산행 부럽네염 복수혈전 해야되나 말아야되나 올겨울봄 관악을 많이 갔더니만
오리나무 꽃을 희롱하는 실바람
표현 한번 죽여주네요....
그런 실바람을 희롱하며 관악산을 직등하는 드류~~~~~
그냥 죽여줍니다....
일부러라도 떨어지기 쉽지않은 곳에서의 추락이라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인데,,,혹시 헬기를 타고 싶어서....여유로운 산행기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