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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기온에 따른 우주왕복선 연료탱크 접합 이상 발생수(발생한 경우만 포함)
[그림2] 기온에 따른 우주왕복선 연료탱크 접합 이상 발생수(발생하지 않았던 경우까지 포함)
[나]
1986년 1월 27일 챌린저호 발사 예정 하루 전, NASA의 일부 연구원들은 우주왕복선 발사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체연료 탱크의 접합 부위에 있는 조인트가 낮은 온도에서 파손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실제 [그림1]의 ⓐ는 1985년 1월 24일의 자료로 다른 때보다 낮은 온도에서 조인트 접합 이상 개수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 주장이 발사 연기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다수의 관계자들이 [그림1]을 제시하며 온도와 접합 이상 발생에 큰 연관이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실제 [그림1]을 살피면 ⓐ라는 예외적 경우를 제외할 때 오히려 온도가 높을수록 발생 빈도가 높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결국 우주왕복선은 발사 직후 폭발했다. 발사 당일 기온은 ⓐ시점보다 12℃ 이상 낮았다.
[문제]
제시문들을 참고하여 우주왕복선의 발사를 강행했던 판단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설명하시오.
ⓑ가 예외적 상황일수도
챌린저호는 연료탱크의 접합부위에 장착된 O-ring이라는 조인트가 파손되며 연료가 누출되어 폭발했다고 해요. 당시 발사 연기를 주장했던 측이 비교적 정확한 판단을 내린 거죠. 물론 [그림1]의 경우처럼 연결 부위에 접합 이상이 발생했던 경우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뚜렷한 추세를 발견하기 힘들어요. 접합 이상이 세 군데나 발견되었던 ⓐ의 상황이 예외인 것처럼 보이죠. ⓐ 시점인 1985년 1월 24일에도 큰 문제없이 발사에 성공했으니 말이에요. 낮은 온도에서 발사했던 경험이 많지 않았던 당시로서는 [그림1]로 어떠한 판단을 내리기 힘들었을 거예요. 결국 ⓐ의 시점에서 발견된 세 군데의 접합 이상이 기온 때문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성급하다는 결론이 내려졌죠. 하지만 이러한 판단은 비극으로 이어져요.
발사 강행이 결정되고 폭발에 이르렀는데, 이는 자료를 잘못 해석한 탓이 커요. 결정적으로 자료의 표본을 잘못 선택한 거죠.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그림1]이 아니라 [그림2]를 통해 판단을 내렸어야 했어요. 즉 연료탱크 결합부위의 접합 이상이 발생했던 경우에 한정하여 그래프를 그릴 것이 아니라 이상이 발생하지 않았던 경우까지 모두 포함하여 그래프를 그렸어야 했죠. 편의상 문제가 발생한 경우만 표본으로 추출하여 살펴본 것이 문제였던 거예요.
만일 이상이 발생하지 않았던 시점의 온도를 모두 포함하여 그래프를 그렸다면 [그림2]의 경우처럼 온도가 낮을수록 접합 이상이 많이 발견되는 추세를 파악할 수 있었을 거예요. ⓑ의 경우가 다소 예외적인 상황에 속하죠. 더구나 [그림2]는 온도가 낮을수록 접합 이상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요. 발사 당일의 기온이 0℃에 가까웠다고 하니 그 위험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죠.
정확한 표본 선택이 정확한 판단 이끌어
통계학에서는 ‘표본 선택 편의(sample selection bias)’를 가장 흔한 오류 중 하나로 꼽아요. ‘표본 선택 편의’란 모집단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표본을 선택하지 못해 편향된 결과를 낳는 경우를 가리키죠. 앞에서 서술한 우주왕복선의 판단 오류도 이와 다르지 않아요. 즉 표본에서 접합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경우를 배제하면서 정확한 추세를 찾지 못한 거죠. 접합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던 경우도 나름대로 전체 집단의 특성을 반영한다는 점을 간과한 결과예요. 더구나 우주왕복선의 발사 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았으니 모든 경우를 데이터에 포함시켜야 했죠.
전쟁터가 더 안전하다?
이런 오류는 통계자료를 잘못 해석하는 매우 흔한 사례예요. 이런 말을 들어봤을 거예요.
“전쟁터의 군인이 민간인보다 더 안전하다.”
군인이라면 각종 전투장비나 보호장비를 갖추고 있으니 실제로 더 안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라요.
이러한 주장은 미국의 해군 징병관들이 선전한 잘못된 통계 해석에 의해 널리 퍼졌어요. 이들은 미국과 스페인이 1898년 쿠바에서 전쟁을 벌였을 당시의 통계 자료를 근거로 삼았죠. 이에 따르면 미국-스페인 전쟁에서 미 해군의 전사율은 1000명당 9명이었어요. 하지만 같은 기간 뉴욕의 사망률은 1000명당 16명이었죠. 언뜻 보면 대도시에 사는 것보다 전쟁터에 나가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 해군은 이러한 분석을 통해 미 해군에 입대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홍보했어요.
하지만 이는 비교 대상의 표본을 잘못 선정한 오류에 해당해요. 해군은 대부분 육체적으로 건강한 젊은이들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뉴욕의 시민들은 병자들도 적지 않고, 병에 취약한 갓난아이나 노인들도 많은 편이기 때문이죠.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뉴욕에 사는 인구 중 미 해군과 유사한 연령층의 사망률을 따졌어야 해요.
챌린저호와 광우병
최근 한 블로거는 챌린저호의 폭발과 광우병의 상황이 매우 유사하다며 정부의 광우병 안전 홍보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해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어요.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이 광우병을 두고 무시할만한 수준의 확률이라고 안전을 호언장담하고 있으나 이는 챌린저호의 폭발 사례처럼 일부 전문적 지식을 맹신하고 지나치게 오만한 태도로 안전을 장담했다는 거죠.
챌린저호 역시 발사 지연이 지속될 경우 야기될 경제적 부담과 발사지연으로 인한 레이건 행정부의 정치적 부담이 발사 강행을 촉발했다고 해요. 실제 레이건 대통령이 발사 결정을 내렸다는 점도 밝혀졌고요.
과연 미국의 소가 안전하다는 사실이 믿을만한 표본에 의해 검사된 결과인지, 한국인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MM형 유전자가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연구결과가 가설일 뿐, 근거가 많지 않다는 주장을 그대로 믿을 수 있는 것인지 따져볼 일이네요.
조성진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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