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날의 동반자
채린(綵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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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각싸각 분주한 가위질이 한창이다
하얀 도화지를 멋진 가위로 썰고 또 써는 것이다
어쩌면 너는 가위 손을 가지고 태어난 지도 모른다
어느 영화에서처럼
삼천리강산을 저렇게 가위질해 놓았다
쓱쓱 스케치처럼
나는
틀릴세라 손목에 힘을 부어가며 조심스레
섬세하게 한 잎 그리고 또 한 잎
겨우 세밀화 하나 완성한 가을날이다
덤으로 손목에 혹 하나 달고서
어느 것 하나
이 가을날 없어서는 허전할 귀한 몫들이다
드높은 하늘 밑
어느 잠든 궁궐 파수꾼이 되어
말없이 지키는 동료이기에 소중하다
너와 나
오목조목
이 멋진 시월을 지키는
짝패
망초와 쑥부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