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 동국대 불교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합니다. 그런데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진학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서울캠퍼스에 진학하는 게 좋을지 고민입니다. 본가는 경산이라 경주가 코앞입니다. 다만 제가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는 일본의 정토사상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캠퍼스에 진학하는 것이 좋을까요?
답변입니다.
일본 정토사상 관련하여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는 동국대 인도철학과 졸업 후 일본 동경대학 대학원 인도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동아대학교 철학과에 재직하셨던 강동균 교수님이십니다. 퇴임 후 출가하셨는데 현재 화엄사에 계시는 도경 스님(77세)이십니다. (젊은 시절 출가 이력을 인정 받아서 65세 이후 출가가 가능했다고 합니다.)
서울 동국대 선학과 교수로 계셨던 보광 스님 역시 정토학을 전공하셨는데 현재 퇴임하셨습니다.
중앙승가대 교수로 재직하셨던 태원 스님도 정토학을 전공하신 분입니다.
현재로선 서울이든 경주든 동국대 불교학과에 정토학을 전공하신 전임교수님은 안 계십니다. 그러나 대학원이나 학부에서 정토 관련 강의를 담당하는 강사 분들 가운데 정토학을 전공한 분이 간혹 계실 겁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진학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서울캠퍼스에 진학하는 게 좋을지" 물으셨는데, 현재로선 어디에 진학하셔도 대학원 지도교수로서 정토학을 전공한 분을 지도교수로 모시긴 어렵습니다. 대학원 지도교수의 전공과 내가 제출한 석사학위 논문의 주제가 전혀 달라도 아무 상관 없습니다. 지도교수가 중국화엄 전공인데 그 제자는 티벳 불교 논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하기도 하고, 저의 경우도 제 전공은 중관이지만 박사학위 지도제자의 논문은 초기불교, 유식학, 한국불교 등으로 다양합니다. 따라서 지도교수는 전공보다 '인격적으로 출중한 분'을 모시면 됩니다. (간혹, '교수'를 '권력'으로 착각하여 지도학생을 괴롭히는 분이 계신다고 합니다. ^^)
그런데, 대학원의 경우 교수든 강사든 누군가에게 배우는 곳이 아니라, 혼자 공부하는 곳입니다. 학부 교육에서는 각 분야의 전공자들이 주입식 교육을 통해서 학문을 전달하지만, 대학원은 내가 관심 갖는 분야와 주제에 대해 혼자 깊이 파들어가서 새로운 자료를 발굴하고 나의 사상을 형성하는 곳입니다.
대학원의 수업 방식도 학부와 전혀 다릅니다. 학부에서는 교수가 일방적으로 강의를 하고 질문을 받지만, 대학원에서는 대학원생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이 담당한 내용을 발표하고 토론하며 담당교수는 가끔 커멘트만 할 뿐입니다. 학기 초에 발표자 선정할 때 담당교수가 약간 관여할 뿐입니다.
따라서 대학원에 진학하여 전문적인 불교 학자가 되고자 하신다면, 앞으로 모든 학문적 문제를 나 홀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다짐이 있어야 합니다. 대학원에서는 지도교수에게 배우겠다고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저 역시 대학원 지도교수를 하면서 누군가에게 제 생각을 주입한 적이 없습니다. 대학원생이 발표를 하거나, 레포트를 제출하면 '독자' 입장에서 그에 대한 개인적인 커멘트만 했습니다. 왜냐하면 교수나 대학원생이나 모두 독자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학자로서 평등하기 때문입니다.
서울 동국대의 경우 경주 동국대 불교학자료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도서관에 자료가 풍부합니다. 그러나 경주 동국대에서 공부하다가, 내가 찾는 자료가 서울 동국대 도서관에 있을 경우, 도서관 인터넷을 통해서 이를 신청하면 며칠 내로 논문이든 책자든 복사본을 모두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서울 동국대의 경우 수도권에 인구가 많기에 한 강좌 당 수강인원이 너무 많아서 발표 없이 한 학기를 마치는 과목도 적지 않아고 합니다. 경주 동국대의 경우 수강 인원이 10명 내외이기에 친밀한 분위기에서 여러 차례 발표하면서 대학원 수업을 진행합니다. 서울 동국대의 경우 불교학과 관련하여 너무나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기에 본인이 적극적일 경우, 불교학계에서 아주 많은 도반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러나 불교학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학벌이나 도반이나 인맥이 아니라, '나의 무서운 실력'입니다.
서울 동국대의 경우 대학원생으로서 장학금을 받을 기회가 많습니다. 불교학술원에서 수주한 여러 사업에 참여할 경우 공부를 하면서 등록금을 벌 수 있는 반면, 경주 동국대의 경우 '스님'에 대한 특별 장학금 이외에 일반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전문적인 불교학자가 되려면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게 첫 관문입니다. 과거에는 '해외 유학 경력'이든지, '학위 취득 대학의 지명도' 등을 보고서 그 사람의 실력을 평가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 어느 나라에서 그 어떤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든, 불교학자의 '실력', 즉 '학문적 능력'만 보고서 그 사람을 평가합니다. 이는 현재 불교학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좋은 조짐입니다.
요컨대 서울이나 경주, 국내 대학원인가 외국 대학원인가 등은 전혀 중요하지 않고 박사학위 받기까지 '생활, 생계 등 학문 연구와 무관한 일'에 시간을 많이 쏟지 않을 수 있는 곳, 그 곳의 교수진 모두의 심성 역시 불교적이기에 인간관계에서 별 불편 없이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선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서울이든 경주든 동국대에서 불교를 공부할 수 있는 대학원은 주간에 운영하는 일반대학원과 야간에 운영하는 특수대학원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일반대학원의 경우 졸업하려면 반드시 논문을 작성해야 하지만, 특수대학원의 경우 레포트 정도만 제출해도 석사학위를 수여합니다. 특수대학원의 경우 직장인 가운데 향학열이 강한 분들을 위한 대학원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특수대학원의 경우 '수강생의 발표'는 거의 없고, 학부와 마찬가지로 교수의 일방적 강의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서울 동국대 홈페이지에서 그냥 '대학원'이라고 적힌 메뉴가 '일반대학원'이고, 경주 동국대의 경우는 일반대학원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일반대학원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석사과정 2년, 박사과정 3년)
서울 동국대 일반대학원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dongguk.edu)
경주 동국대 일반대학원 https://leader.dongguk.ac.kr/
야간에 강의식으로 운영하는 특수대학원 링크는 아래와 같습니다. (석사과정 2년 6개월, 박사과정 없음)
서울 동국대 불교대학원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dongguk.edu)
경주 동국대 불교문화대학원 불교문화대학원 (dongguk.ac.kr)
그리고 어느 대학원에 들어가든, 학부에서 불교학을 전공하지 않은 분들의 경우 선수과목을 수강해야 합니다. 일반대학원 석사과정의 경우 학부의 3학점 과목 3강좌(총 9학점)을 들어야 하고, 특수대학원의 경우 지정과목 가운데 2학점 과목 2개(4학점)을 더 들어야 합니다.
불교를 보다 심도 있게 알기 위한 목적이라면, 야간의 특수대학원에 입학하셔도 되고, 전문적인 불교학자가 되고 싶다면 주간의 일반대학원에 진학하시는 게 좋습니다 물론 석사는 야간 특수대학원에서 받고, 박사과정을 주간의 일반대학원에 입학해도 됩니다. (인문학 분야라고 해도 등록금이 어마어마하기에, 재정 계획을 세운 후 대학원에 입학하시기 바랍니다.)
석사학위를 서울 동국대에서 받은 후 박사학위를 일본의 대학원에서 받아도 좋습니다. 석사학위 과정 중에 국내의 불교학자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기에, 나중에 일본에서 박사학위 받고 귀국한 후에, 강사나 교수 자리를 얻는 과정에서 그분들로부터 조언이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불교 정토종'을 전공하시겠다고 했는데,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불교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어학 공부가 필수적입니다. 기본적으로 한문, 일본어는 독해가 가능할 정도로 익힌 후 입학하시면 좋겠습니다. 중국어, 영어, 범어 등도 차츰 익혀야 하고요(문장 독해 가능할 정도까지만 공부하면 됩니다. 어학에 너무 에너지 낭비하지 마시고 공부의 본질로 들어가야 합니다).
불교학계의 시류와 무관하게 내가 선택한 분야를 오롯하게 파고 들어가서, 항상 읽고 사색하고, 의문을 떠올리고, 그 답을 구해가면서, 학문적으로 전 세계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큰 성취 하시기 바랍니다.
이상 답변을 마칩니다.
첫댓글 이렇게나 상세한 답변을 해주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정말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대학원 공부는 혼자서 해야 하고, 자신의 분야를 오롯하게 파고 들어야 한다는 말씀, 가슴에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많이 바쁘신 와중에도 이토록 신경을 써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열심히 정진하여 부처님과 불자님들께 도움 되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드리며, 앞으로도 좋은 책과 강연 부탁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