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 시점,
전쟁이 얼마나 큰 비극을 낳게 되는지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드니 빌뇌브는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한 감독이라고 하네요.
그가 연출한 <그을린 사랑>은 종교로 인한 전쟁발발 지역에서 실제 벌어진 일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인간의 삶을 어디까지 파괴할 수 있는지에 대해 너무나 잔인하게, 리얼하게 보여주는 영화이지요.
이 영화를 통해 1+1=1이 될수도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이념으로 인해 인간들 스스로가 서로를 파괴시키는 과정을 보여주고 그러한 과정에서 자연의 섭리가 깨지는 현상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기존의 영화들과는 다릅니다. 기존의 영화들은 전장에서의 희생과 상처를 주로 다루지요.
<그을린 사랑> 한 여자의 일생을 통해 전쟁이 세대를 걸쳐 얼마나 잔인한 비극을 낳을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의 주무대는 수십년간 내전이 지속되고 있는 중동의 어느 지역(레바논 내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민족과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민족을 쫓아내 난민을 만들고 그들을 차별하거나 대규모로 살상하고 이에 복수하는 습격까지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곳입니다.
캐나다에 사는 쌍둥이 남매 ‘잔느’(멜리사 데소르모-풀랭)와 ‘시몬’(막심 고데트)의 어머니 ‘나왈 마르완’(루브나 아자발)의 고향은 바로 이곳. 남매는 어머니가 죽은 뒤 장례를 준비하면서 공증인으로부터 어머니의 유언을 전해듣습니다.
“세상을 등질 수 있도록 엎드린 자세로 묻고 약속이 지켜지기 전에는 이름을 새긴 비석도 세우지 말라”는 말과 함께 어머니는 쌍둥이가 두 개의 편지를 각각 아버지와 형에게 전해야 그 약속이 지켜진다는 수수께끼같은 유언을 남기지요.
아버지는 전쟁에서 죽었다고 들었고 형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던 쌍둥이는 혼란스러워하다 잔느 혼자 낯선 곳을 배경으로 찍힌 어머니의 사진 한 장을 들고 어머니의 고향으로 떠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진의 배경이 전쟁 포로를 수용한 무시무시한 감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내전의 비극적인 역사를 관통해야 했던 어머니의 충격적인 과거를 하나둘씩 마주하게 됩니다. 나중에 시몬도 합류하게 되지요.
영화는 쌍둥이 남매가 어머니의 과거를 좇아가는 여정과 함께 다른 한 축으로 나왈의 일생 이야기를 교차시켜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동의 기독교인 집안에서 태어난 나왈은 연인이었던 난민 청년과의 사별하는데 사실은 죽임을 당한 것.
그 후에 나왈은 기독교 민병대의 무차별 테러를 목격하고 또 이에 대항해 이슬람 세력을 등에 업은 난민들이 일으킨 내전 등을 겪으며 전쟁의 한복판에 서게 됩니다.
과거와 현재, 전쟁과 전쟁이 남긴 폐허를 교차시켜 보여주는 영화는 주제는 ‘사랑’.
인간들이 만들어낸 분노의 연쇄적인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인데....
왜 여전히, 아직도 전쟁이 일어나는 것인지...
갈등의 고리를 끊을 방법은 없는 건지...과연 그게 가능한 것인지...
충격적인 결말에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영화의 원작은 레바논 출신 캐나다 극작가 와이디 무아와드의 연극 ‘인센디스(Incendies)’로, 레바논 내전을 피해 캐나다로 이주했다는 작가가 썼다는군요. 중동의 참담한 현실을 잘 표현한 작품.
첫댓글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이 영화 보고 괜히 봤다 후회했어요.
너무 무겁고 괴로운 영화였거든요.
힘들고 무겁고 우울한 영화라서 한번에 볼 수가 없더군요. 끊고 감정 추스리고 다시 보고 또 끊고.
여행은 잘 다녀오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