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17일 대림 제3주일 (자선주일)
“금을 쌓아 두는 것보다 자선을 베푸는 것이 낫다”(토빗 12,8). 한국 교회는 1984년부터 해마다 대림 제3주일을 ‘자선 주일’로 지내고 있다. 자선은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한 가지 방법이며, 주님께서 당신 자신을 송두리째 내주신 성체성사의 나눔의 신비를 체험하게 하는 신앙 행위이다. 오늘 교회는 가난하고 병든 이들, 소외된 이들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고, 특별 헌금으로 자선을 실천한다. 교회는 자선이라는 사랑의 구체적 실천으로 다시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기다릴 수 있도록 준비시킨다.
오늘은 대림 제3주일이며 자선 주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이들이 하느님 나라의 평화와 영광을 누리게 하십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부르시어, 주님 은총으로 우리에게 깨끗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주시고, 구세주께서 오시는 길을 정성껏 준비하게 하여 주시도록 기도합시다.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6-8.19-28 6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요한이었다. 7 그는 증언하러 왔다. 빛을 증언하여 자기를 통해 모든 사람이 믿게 하려는 것이었다. 8 그 사람은 빛이 아니었다. 빛을 증언하러 왔을 따름이다. 19 요한의 증언은 이러하다. 유다인들이 예루살렘에서 사제들과 레위인들을 요한에게 보내어, “당신은 누구요?” 하고 물었을 때, 20 요한은 서슴지 않고 고백하였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하고 고백한 것이다. 21 그들이 “그러면 누구란 말이오? 엘리야요?” 하고 묻자, 요한은 “아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면 그 예언자요?” 하고 물어도 다시 “아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22 그래서 그들이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우리를 보낸 이들에게 우리가 대답을 해야 하오. 당신은 자신을 무엇이라고 말하는 것이오?” 23 요한이 말하였다. “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대로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 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 24 그들은 바리사이들이 보낸 사람들이었다. 25 이들이 요한에게 물었다. “당신이 그리스도도 아니고 엘리야도 아니고 그 예언자도 아니라면, 세례는 왜 주는 것이오?” 26 그러자 요한이 그들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런데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27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28 이는 요한이 세례를 주던 요르단 강 건너편 베타니아에서 일어난 일이다.
2023년 제40회 자선 주일 담화
한국 주교회의 문헌소식사회복지위원회 조규만 주교 자선 주일 2023-12-17 제40회 자선 주일 담화
+ 찬미 예수님,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오늘은 ‘자선 주일’입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1984년부터 대림 제3주일을 ‘자선 주일’로 지내도록 정했습니다. 자선은 사랑의 한 가지 행위입니다. 사랑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 주신 당신의 삶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리스도 신앙인들로 하여금 서로 돕기를 바라시며, 이웃 사랑을 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사순 시기마다 그리스도 신앙인들이 기도와 자선과 단식을 훈련하도록 전례력을 마련하였습니다. 기도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그리고 단식은 자신과의 관계를 위한 것이라면, 자선은 이웃과의 관계를 위한 것입니다.
우리가 싫어하는 사람은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들입니다. 하느님께서도 그들을 좋아하시지 않는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은 자신의 것을 나눌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하느님께서도 그들을 좋아하십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살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가끔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우리들의 자선을 생각하게 하는 김요한 시인의 시입니다.
“많은 재산과 권력과 명예를 가진 사람이 죽었습니다.
천사가 그의 영혼에게 말했습니다. ‘이제 저승으로 떠납니다. 갖고 가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씀하십시오.’ 그러자 그는 대뜸 말했습니다. ‘돈을 가져가겠습니다.’ 천사가 ‘그것은 안 됩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그럼 권력을 갖고 가겠습니다.’ 그것도 안 된다고 하자, ‘그렇다면 아름다운 여자라도 데려가고 싶습니다.’ 그것도 안 된다고 하자, 화가 나서 말했습니다. ‘그럼 내 몸에 있는 보석이라도 가져가게 해 주십시오.’ 그것도 안 된다고 하자, 그는 화가 나서 물었습니다. ‘그럼 대체 무엇을 갖고 갈 수 있다는 말입니까?’ 천사가 대답하였습니다. ‘세상에 있을 때 남에게 베풀어 준 것은 모두 가져갈 수 있습니다.’”
자선은 믿음과 더불어 천국에 갈 수 있는 한 가지 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께서 굶주리신 것을 보고 먹을 것을 드렸고,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실 것을 드렸습니까?’ …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35-40).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자선 주일을 맞이하여 많은 것을 베풀어 하느님 나라에 많은 것을 가져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동안 끊임없이 자선을 베풀어 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하느님의 은총으로 기쁨과 평화를 기도합니다.
2023년 12월 17일 자선 주일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조 규 만 주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