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도서관의 국수 맛 / 이헌 조미경
얼마전 한식을 파는 식당에서 잔치 국수를 먹은 적이 있다.
잔치 국수 고명은 김치와 계란지단, 그리고 김가루 등이 소복하게 올라 가
한 눈에 보아도 먹음직 스러워 보였다
남들이 맛있게 한그릇 뚝딱 하는 것을 보고 나도 한번 따라 먹었는데
맛이 괜찮았다.
음식은 시각적으로 후각적으로 먹는 미식가가 아니어도
첫인상은 무척 중요하다.
밀가루 음식 중에서 잔치 국수 같은 가볍게 후루룩 뚝딱 먹어치우는 음식은
왠지 한 끼 식사가 되지 않아 즐기는 음식은 아니다.
그런데 추운 겨울이면 꼭 한번씩 습관처럼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어쩌면 그것은 나의 학창시절 추억 중에서 지금까지도 잊지 않고
가슴에만 숨을 쉬는 것일 수도 있고, 당시 함께 했던 벗들과 함께
먹어서 그 향수를 잊지 못해 멀리 떠나 보낸 그리운 이를 떠올리는 음식으로
명명 되었는지도 모른다.
면발이 두꺼운, 그러나 식당에서 파는 국수처럼 오래 우물거리지 않아도 되는
우동처럼 면이 물렁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끓는 물에 미리 삶아 둔
면을 말아주는 가락국수를 먹을 때면, 떠오르는 추억의 음식 중에서 가락국수가 있다.
나의 학창 시절 우리들의 나이와 함께 세월의 흐름과 함께 나이가
들어가는 남산 도서관에서 먹던 면이 굵은, 맛도 그다지 그런
국수가 요즘처럼 추운 날이면 불현듯 뇌리를 스친다.
기말고사 시험 기간이면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서 남산 도서관에 갔었다
용돈이 충분치 않았던 나와 친구들은 남산 도서관 간이식당에서
파는 가락국수라 명명이 된 그 음식을 냄새로만 맡고서는 사 먹지를 못했다.
남산 도서관에서 파는 면이 굵은 국수는 한그릇에 300원이었는데
늘 용돈이 궁했던 나는 따끈한 국물에 고추가루를 살짝 뿌려서
얼근한 국물의 국수를 자주 사먹지 못했다.
옆자리에 앉아서 뜨거운 국수를 맛있게 먹고 있는 다른 학생들을 볼때면
그들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그러던 어느 날 큰 맘 먹고 한 그릇 사 먹었던 국수는 얇은 유부를 살짝 얹어서,
실파를 쫑쫑 썰고 김가루를 살짝 하얀 면위에 뿌린, 국물을 마시면
얼큰하면서 시원했던 국수의 맛이라니...
그날 국수 한그릇에 세상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던 시간들.
그날 남산 도서관에서 먹었던 국수의 맛은 너무나 맛이 있어서
또다시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추운 겨울 차갑게 식은 도시락을 먹는 것은 떨리는 몸을 더 떨리게 했었다.
부실한 도시락 반찬, 밥은 식어서 딱딱하고 반찬도 차갑게 식어서
두꺼운 옷을 입었지만 차가운 도시락을 먹고 나면, 온몸이 떨리던 시간
그 시절을 지금 생각하니, 요즘의 겨울은 내가 어린 시절의 겨울과는
많이 달랐던 것 같다.
추억을 먹으러 다시 한번 남산도서관에 가고 싶은데
그날 함께 국수를 먹었던 친구들과 그 식당에 마주 앉아서
함께 후루룩 쩝쩝 소리를 내며 먹고 싶은 그 국수가 지금도 눈에 선한데
남산도서관은 나의 이런 마음을 알고 있을까 다시 한번 찾고 싶은 그곳의
추억을 다시 한번 상기 시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