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여행 인터넷 언론 ・ 1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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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여행 장두이 문화국장(연극배우)
인사동은 마지막 보내는 봄을 마냥 시샘한다.
오랜만에 보는 도심 속 하늘.
이근은 작가의 ‘섭리의 구름展’을 보기 전, 집을 나서며 하늘을 보았다.
오랜만에 올려다보고 치어다보는 하늘......
점점이 한 편 하늘가를 수놓아 자리 잡은 갖가지 형상구름.
자연이 그린 화폭의 중심이다.
모처럼 자작시(自作詩) 하나 써내려간다.
“구름아!
산들 바람이 너를 실어 나른 그 자리.
너의 여정도 내 인생의 사잇 길.
그래서 정겨웁고 애달픈가?
우린 天上~天下 영락없는 친구로세....”
종종 찾는 ‘인사아트센타’.
결코 문화의 중심이 서울이 아닌, 특히 지방에서 올곧게 작업에 매진하는 작가들을 대할 수 있어 즐겨 찾는 곳이다.
창원시에서 우주를 대면하고 하염없이 조그만 이 세상에 연이어 16회에 이르기까지 개인전을 열고 있는 아티스트 이근은의 구름展에 담은 진심을 대할 수 있었다.
보통 아트엔 네 가지.
감성(感性)을 교감하는 하는 것과 지성(知性)의 높낮이를 제공하는 것. 테크닉 크래프트와 더불어 인성(人性)을 인지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지극히 영성(靈性)을 구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오랜 동안 작품을 품게 만드는 것.....
사진: 이근은 작가의 작품 전시가 열리고 있는 인사아트센터 전시장에 외국인 관람객이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5층을 빼곡하게 가득 채운 이근은 작가의 작품들은 한 마디로, 그동안 추구해온 개인적 구상의 세계를 구름에 가리워진 ‘비밀의 방’으로 천천히 안내하는 느낌이었다.
사진: 이근은 작가의 작품 전시가 열리고 있는 인사아트센터 전시장에 여성 관람객이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루드비히 쾰러(Ludwig Koehler)는 ‘영’이 기상학적인 기원에서 비롯된 것으로‘숨’이나 ‘바람’을 가리키며, 생명력을 가리키기도 하며, 인간이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한다. 이런 의미에서 구름 이미지는 창조주의 섭리(燮理)를 따라 운행하는 생명과의 호흡이다.”라고 이근은 작가는 전시회의 의미를 전한다.
창조주..... 태초.....
도대체 인간은 무엇이며, 우린 어디서 나서 어디로 가는가? 작가는 말한다. “어느 날 산 속 계곡을 오르다, 작은 돌조각 하날 봤어요. 작은 돌맹이, 이름없는 작은 풀꽃? 그것이 가진 의미와 존재와 나와의 동행은? 마찬가지로 구름은 나를 내려다보는데, 나 역시 하나의 자연 가운데 생성된 창조주의 작품 아닌가?”
사진: 좌) 이근은 작가. 우) 장두이 배우
대화는 이어졌다.
장 : 지방에서 활동한다고 중앙작가(?)들의 그릇된 편견은 없나요?
이 : 그동안 16회에 걸쳐 개인전을 열었지만..... 중앙에서 전시회가 없다고 근시안 적 차별이나 올바른 판단에서 제외되는 건 제도권적인 오류라고 봅니다. 저 뿐 아니라, 지방에도 진실로 중앙집권적인 안목으로 묻혀버리는 좋은 작가들이 얼마든지 많다고 생각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인사아트센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 : 인간의 처신이 그러한가 합니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작가가 사후에야 작품의 진가를 비로소 인정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이 : 사전이건 사후건 진정한 아티스트가 된다는 건 멋진 소명(召命)이지요.
장 : 소명....? (잠시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다양한 소재의 작품으로 활동해 오셨는데, 특히 작품 하나하나 선생님의 라이프 스토리가 함께 숨 쉬고 있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이 : 사실 모든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로 환원되고 재탄생되는 거겠지요. 제 경우는 아직도 못다 한, 제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존재에 대한 의문과 울림이 끓어올라 채우느라 여념이 없지요. 그러면서 태초, 섭리 이런 명제들이 제겐 작품의 모티브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 : 그래서 그런가요? 작품 속에서 매우 부드럽고 보드라운 포용(包容)과 용서(容恕)의 기(氣)를 느낍니다. 특히 부친에 대한 작품을 보면서, 넘쳐나는 포근하게 감싸 도는 디테일한 감성과 애증을 한껏 감지했습니다.
이 : (잠시 눈가에 비춘 눈물방울)
장 :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를 들춰놓은 것 같아 죄송합니다.
이 : 아니요. 그냥 저의 감성 그 자체로 전부일 뿐입니다.
장 : 오늘 섭리에 비친 구름 작품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어요. 말씀대로 섭리, 절망 가운데 희망, 꿈, 내면 깊숙한 자아, 인간 세상이 아닌 창조주 우주의 비경..... 등등. 작품 가운데 몇 작품 속에서 마치 성화(聖畵)를 대하는 듯 한, 영감(靈感)을 느꼈는데....
사진: 이근은 작가 2024 아버지가 가시던 날
사진: 이근은 작가 2020가을밤 6P
이 : 어린 시절 ‘헬만 헤세’의 소설을 대하면서, 영적(靈的)인 유산에 대한 걸 생각했지요. 특히 보이지 않는 진실의 형상을 좇고 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전 제 작품을 보시는 분들이 기쁨과 희열을 맛보며, ‘보기에 좋더라.’라고 감수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행여 제가 하는 작업에 ‘거짓’이 없고, 자만이나 허황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작품 너머에 있는 미지의 공간을 서로 나눌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지요.
장 : 선생님의 구름 작품에선 세모 네모 둥그런 원형이 상쇄된 것처럼 보이는데요.....
이 : 우린 단순하게 구름은 수증기 등이 모여 만들어진다는 과학적 근거로 생각 자체가 무한 좁혀져 있죠. 그런데 절대적 형상은 절대적 시간이 가없는 것처럼, 형태도 형식도 없는 것 아닐까 합니다!..... (긴 침묵. 우린 잠시 말이 없었다)
사진: 이근은 작가 2020생기를 얻다02
이근은 작가의 구름 작품에선 세모 네모 둥그런 원형이 상쇄된 것처럼 보인다. (사진: 전시장에 전시되어 있는 이근은 작가의 작품)
장 : 자연을 이토록 아름다운 채색으로 물들이는 작품 앞에서 잠시 경건해졌습니다.
이 : 전 일터로 향하는 길도 시내가 아닌 일부러 시골길을 택했습니다. 40분 정도 소요(逍遙)하지요. 그러다보니 시시때때, 하루하루가 역시 자연은 다르고, 그것이 자연의 섭리임을 서서히 감내하기 시작했어요. 꽃 하나하나, 풀잎 하나하나, 나무 하나하나..... 모두 하늘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되더라고요. 전 이런 자연의 조형적 특질에 특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제 삶의 일상이 제겐 편안한 안식(安息)을 가져다주고 있지요. 바로 그런 감성과 영적인 체온을 시각화 하고자 하는 것이 제 비주얼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긴 침묵)
장 : 그래서 이번 전시회는 ‘구름 나무’, ‘빨래 구름’, ‘구름을 가르다’, ‘구름 달 바위’, ‘별 눈 구름 비’, ‘구름 아래로 가는 길’ 등이 유독 가슴에 와 닿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사진: 전시장에 전시되어 있는 이근은 작가의 작품)
(사진: 전시장에 전시되어 있는 이근은 작가의 작품)
이 : 우선 그동안 작업해 왔던 생각을 좀 더 치밀하게 정리해보고 싶고요. 그리고 그림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장 : 더 안 들어도 무슨 미래의 작업이 될지 그냥 기대 충만(充滿)이었다.
이근은 작가에 대해, 한국화의 대가 홍상문 화백과 화가이며 큐레이터 하현주 선생의 칭찬이 허언이 아니었단 생각이 들었다. 천진한 대학원생 같은 얼굴과 몸을 가진 영락없는 청순청춘 아티스트였다.
사진: 이근은 작가 2021물이들다
(사진: 전시장에 전시되어 있는 이근은 작가의 작품)
만남을 통해, 모처럼 맑은 마음과 무거운 내 삶의 무게를 지니고, 필자는 인사동 길을 카페 ‘귀천’ 자리를 돌아 천천히 완보(緩步)로 귀가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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