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오늘 이곳에 글을 올렸다 했습니다.
물론 안봐도 그 내용는 알수 있었습니다.
사실은 조금 질투가 나기도 하고
또 내 사랑이 부족한가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 글 보기 싫을만큼..
하지만 그 글이 끝날 때 난 수화기를 들고 그녀와 함께 울었습니다.
그분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날 슬프게 했고
나에 대한 사랑에 감사했기에...
그 글에 대한 답글로 제가 그녀를 만나서 사랑하게 된 내용을
그녀의 그분에게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분도 나의 이 마음을 알 게 된다면 그녀를 향한 나의 사랑의 깊이를
아신다면 우리 사랑을 하늘에서 축복해 주시리라 믿고 이글을 남깁니다.
그녀는 이른 봄날 흰 파도에 부숴진 동백꽃의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습니다.
흰 원피스... 창백한 얼굴...
손목에 감겨있는 흰 붕대...
거기에 번져가는 붉은 피..
원피스엔 마치 붉은 꽃무늬인양 그녀의 붉은피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노인정 가신다며 나가신 할머니가 골목 어귀에서 넘어져
집으로 연락이 왔더군요.
아마도 그녀를 만나리라는 신에 계시인지 평소에
그리 효자가 아닌 저였지만 그날따라 할머니 병원은 어머니와 저
이렇게 모시고 가게되었습니다.
동네 정형외과에서도 충분히 진료 받으실수 있었지만
사촌형이 근무하는 종합병원 그곳을 맹신하는 할머니로 인해
가게 된 응급실 ..
그곳에서 그녀를 처음 보았습니다.
그녀 곁에서 울고 있는 어머니와 왜 살렸냐고 소리치는 그녀..
우리 할머니 당신 아프신 것도 잠시 잊고 혀를 차시데요...
"젊디 젊은 것이 뭐가 그리 살기 힘들다고 죽을 생각을 해. 그래..
애미가 불쌍하구먼"
고개숙인 그녀의 얼굴에서 눈물 한방울이 떨어졌습니다.
그건 눈물이 아니라 제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연락 받은 사촌형이 달려오고 괜히 부산을 떨다보니
그녀는 이미 그곳에 없었습니다.
대학 신입생으로 너무나 즐거운(?) 생활속에
자연스럽게 나는 그녀를 잊어갔습니다.
대학교 2학년 MT였습니다.
하조대로 가게되었죠.
군 입대를 앞두고 있던터라
그리 맘 편한 MT는 아니었고,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왠 비는 그리 청승맞게 오는지...
하늘만 원망하며 부워라 마셔라 술만 마셨습니다.
적당한 취기가 오르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민박을 벗어나 바닷가로 향했습니다.
그곳에 우산도 없이 멍하니 밤바다를 바라보는 여인...
바로 그녀였습니다.
'이런 우연도 다 있구나... 이번엔 꼭 말을 걸어봐야지.... '
하지만 들썩이는 그녀의 어깨를 바라보며
난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분위기 파악 못하는 놈들... 좀 조용히 해주지...
술기운에 바다로 달려가 시끄럽게 구는 친구들 때문인지
그녀는 조용히 일어나 가 버리더군요...
'아쉽다... 이번 기회에 꼭 말을 걸어볼껄....'
그녀와의 아쉬운 두 번의 만남과 이별...
말 한마디 걸어보지 못했지만 그 여운은 너무나 강했습니다.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 어떤 사연으로 그리도 슬퍼하는지...
군 생활하는 시간동안 아주 가끔...
잊을 만하면 한번씩 내 꿈에 등장하는 여인..
물론 여자친구가 있는 저였지만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강하게 각인되었나봅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하고...
복학생 누구나 느끼는 것이겠지만
학교생활의 적응.. 성적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취업...
그리 여유로운 대학생활은 아니었습니다.
월드컵을 앞둔 중간고사...
성적한번 잘 받아보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죠.
그것마저도 운명이라 생각합니다.
대학생활 내내 도서관이라고는 친구찾으러 갔던 경우를 제외하곤
단 한번도 가본적 없는... 그런 나니까...
그곳에서 다시 그녀를 봤습니다...
이번만은 결코 그냥 보내지 않으리라 맘 먹고
그녀가 나가기만을 기다렸다 따라 나갔습니다.
"저 안녕하세요?"
"..."
"저 절 보신건 처음이겠지만 저는 여러번 뵈었었는데...."
"..."
그녀는 아무말 없이 서있기만 했습니다.
단 한 순간도 눈을 맞춰주지 않는 그녀..
"시간 되시면 커피라도 한잔..."
"죄송합니다"
그게 다였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말이...
그날부터 난 그녀를 보기위해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었죠..
물론 공부를 한건 아니고..
도서관 출입구에서 서성이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기나긴 시간 기다렸지만 그녀의 모습은
학교 어디에서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캠퍼스 나무들도 더위에 허덕이던 어느날...
친구놈이 밥을 사라더군요...
그녀의 이름과 근무처를 알아냈다고...
공부하다 잠시 자리비운 사이
그녀의 다이어리 훔쳐봤답니다.
밥이 문제겠습니까 물론 거하게 한턱 쐈죠.
그녀는 우리학교 학생도 아니었고...
정기적으로 공부하러 오는 그런 일반인도 아니었던 겁니다.
그런데 두달을 도서관 앞만 지켰으니
그녀를 만날 수가 있었겠냐구요.. 무모한 짓이었죠....
무조건 쳐들어 갔습니다..
그녀가 근무하고 있다는 곳...
경기도 북쪽....
낯선 곳이지만... 무조건..
그녀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였습니다.
그녀는 나의 그런 행동에 조금은 화가 난 듯...
눈길조차 주지 않았지만.. 상관없었습니다.
그것 또한 너무 좋아서... 너무 행복해서....
학교 수업 마치면... 전철타고 버스 갈아타고
그녀 회사 앞에서 기다리는 날들...
친구들이 미쳤다 하더군요..
미친놈 소리 들어도 좋았습니다..
그렇게 두어달..
단 한번도 그녀가 웃는걸 볼 수 없었습니다.
비가 부실거리고 오는날...
우산속에서 그녀가 처음으로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제가 왜 좋으세요?"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할수가.... 왜 좋다니....
"저는 사랑하는 사람 있습니다... 이러지 마세요"
사랑하는 사람 있다는게
나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진 않았습니다.
나 또한 그녀로 인해 군대 3년 기다려준 여자친구와
온갖 비난 받으며 헤어졌으니..
그녀 또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올해 몇살이죠?"
"저 25살인데요"
"아직 많이 어리시네요.. 저는 나이가 훨씬 많거든요..
그리고 저는 약혼한 몸입니다."
"상관없습니다.
그러면 그냥 편한 동생으로라도 생각해 주세요. 제발"
난 그렇게라도 그녀 곁에 머물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그런식으로 한달을 더 투자한 끝에
그녀와의 술자리를 할 수 있는 영광을 얻었죠..
그날 난 그녀의 슬픔..
그 실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23년을 사랑한 사람..
아니 지금도 사랑하는 사람...
약혼하고.. 결혼 한달 앞둔 날 그 연인의 죽음...
아마도 질투였을껍니다.
화가 났습니다.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무책임하게 떠난 그분에게 화가 났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그녀에게도
화가 나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그날 난 술 기운을 빌어
그녀에게 독설을 퍼 부었던걸로 알고 있습니다.
참 잘못했죠. 그녀의 맘을 더욱 아프게 했으니...
난 그녀에게 겨우 한가닥의 무명줄을 묶어두고
위태 위태 곁을 지켜나갔습니다.
결코 그 실 끝은 놓을 수 없다 생각하며 ..
그녀가 힘들어 하거나 눈물 지을땐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내 자신이 비참해 같이 울었고
그녀를 웃게 할 수 있다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내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분을 그녀곁으로 보내드릴텐데
내게 그런 능력이 없다는 것이 날 너무 초라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녀의 모진 구박에도 변하지 않고
곁을 지키는 내 인내심에 그녀도 감동했는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마음을 열어주더군요.
공부해야지..라며 성적 걱정도 해주고
나의 안부 전화에 밥은 먹었니..라며 나의 끼니 걱정도 해주더군요..
물론 그녀가 나의 맘을 아프게 하지 않은건 아닙니다..
이건 동정이라고..
자기는 결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고..
마음속엔 그 분을 위한 공간만이 존재할 뿐이라며
단념시키려 했습니다.
몰론 그녀가 그 글을 올리기전까지만 해도
단 한번도 그녀의 속 마음을 비친적이 없기에 갈등 또한 했습니다.
일방적인 사랑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나 또한 포기할까 몇번을 망설였으니까요..
하지만 난 그녀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그녀를 위해.. 또다시 그녀를 아프게 할까봐..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도 합니다..
건강하게 오래 오래 그녀 곁을 지켜주기 위해...
지금도 그녀는 내가 맘 아파할까
나의 눈을 피해 불꺼진 방안에서 혼자 울곤합니다.
그분이 너무나 보고싶으면 연락없이 바다로 떠나버립니다.
하지만 난 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질투도 나지만
그녀의 그런 사랑마저도 이해하고
다 받아주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녈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한 구석이
싸~하고 아파오지만
그녀의 큰 눈망울에 눈물 가득 고여 떨어지면
내 심장또한 같이 떨어지지만
그녀가 나에게 한번 웃어주면
난 그걸로 만족합니다.
그녀를 너무 사랑하니까.
그녀의 모든걸 사랑하니까.
내 인생은 이미 그녀에게 저당잡힌 삶입니다.
그녀가 없는 제 삶은 생각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나보다 나이 많은 그녀는 언제나 나에게 애기입니다..
아침잠 많고..
잠 투정도 심하고..
밥 투정도 심하고..
사람을 너무 쉽게 믿어 버리고..
울기 또한 너무 잘하는 우리 애기...
그녀를 위해서 못부르는 노래지만 자장가 불러주고
아침에 모닝콜 해주는 그런 사소한 일에서도
난 너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이젠 그녀의 행복을 위해서..
그녀의 웃음을 위해서.. 더 열심히 그녈 사랑할껍니다.
이글 읽어주시는 님들도 우리의 사랑을 위해서.. 조금만 빌어주시길...
그녀의 행복을 위해서...
행복한 그녀를 바라보며 더 행복해할 날 위해서...
애기야..
아니 오늘은 그냥 정미씨라고 할께.
말도 높임말로 해야하나? 하지만 그건 싫다.
정미씨 나 오늘 정미씨 글보며
정미씨도 날 사랑한다는 그말에 너무 감동했어.
내 사랑을 알아줘서 고맙고
나와 함께 하겠다고 말해줘서 고맙고
내가 잘해준다고(잘해 준것도 없는데) 말해줘서 고맙고
나의 작은 힘이 위로가 된다고 해줘서 고마워.
그분에게 미안해 하는 정미씨 맘 다알아.
그 맘까지도 내가 다 사랑할께.
그분도 축복해주실꺼야. 난 그렇게 믿어.
우리 너무 너무 사랑해서 그래서 그분이 하늘에서
우리 사는거 보고 질투나실만큼 그렇게
서로 아끼고 위해주며 살자.
그리고 정미씨가 원하는데로 만약 이담에
정미씨가 그분곁으로 가고싶다면 보내줄께.
대신 약속해.
예전처럼 그렇게 쉽게 목숨을 담보로한
그런 무책임한 행동은 안한다고.
이승에 있을때만큼은 곁을 지키는 날 위해서라도 그렇게 살자.
그러다 이담에 시간이 많이 흐르고 늙어서 그래서 가야한다면
그땐 나도 정미씨가 그렇게 사랑하는 그분 곁으로
기쁜 맘으로 정미씨 보내줄께.
내가 지난 6년 아니구나 벌써 횟수로 7년이구나.
지난 7년간 정미씨 사랑했던거보다
몇배 아니 몇천배 더 아끼고 사랑할께.
내 목숨 다하는 그날까지 정미씨만 바라보며 그렇게 사랑할께.
우리 생이 다하는 그날까지 서로 아끼며 사랑하자..
우리 애기...
이젠 조금만 울고
밤에 잠도 잘자고 밥도 잘먹는 그런 착한 애기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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