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등(燈)
빈집의 담벼락을 타고 오르던
등나무 덤불이
전신주에서 들어오는 전선에 턱~하니
발을 얹고 전선에 손을 꾸욱 찔러넣은 뒤,
마당에 가득한 잡초 무덤 말고도
대청마루에 걸린 사진틀이
비스듬히 술 취한 모습으로
건들거리며 집 앞이 소란해 졌다 어릴 적
동네 사내들이 욕심내던 여인,
다녀간 날에는
대낮부터 전기세도 내지 않는 집 마당이
전깃불이 들어와 환했다
밤에도 보랏빛 불을 켜고 꽃등이 하늘하늘 흔들렸다
동네 사람들 누구도 제 멋대로
불을 켜고 끄는
빈집에 대하여 불평하지 않았다
석양이면 더욱 붉은 노을과 함께
진보라 빛으로 빛나던 빈집
불 꺼진 창에 불빛이 빛나면서부터
밤마다 짖던 강아지가
집 담을 넘는 도둑고양이를 보고도
이제는 짖지도 않는다
빈집에도
보랏빛 등을 켜놓고 버려진 추억이 들어와 산다
카페 게시글
신작시
꽃등
유창섭
추천 0
조회 144
15.08.25 15:54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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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추억이 들어와 사는 빈집에는 꽃등이 환한건가요^^~
울 동네도 빈집하나 있는데
여름이면 나팔꽃이 담장을 넘나들긴 합니다
꽃등인 양 빈집을 타고 오르는 나팔꽃의
모습, 고즈넉이 풍경을 더듬어 봅니다
선생님은 늘 제가 생각해논 주제를 잘 표현해 주시는듯
늘 공감입니다
가슴 덜컥,
들킨듯 하거든요
늘 건강하세요 ^^
여러번 전화를 했는데 받지를 않아서 걱정을 많이 하였습니다. 우선 무조건 반갑습니다.
평안하신지요? 아니면 아직도 병상에서 고생하고 계신지요?
건강하시기를....
저도 반가워요. 선생님. 건재하심이 참 감사합니다. 시인촌 모임때 뵐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빈 집, 저도 만나고 싶습니다.
빈집엔 능소화가 피는 집도, 나팔꽃이 넘나드는 집도, 칡넝쿨이나 등나무꽃이 피어 있는 집도 있어서 늘 그 정겨웠던 모습을 상상하여 봅니다.
빈집에 있는 것은 늘 추억들 뿐이지요. 아마도 영원히 추억의 무덤이 될지도 모릅니다.
공감에 감사합니다.
귀신집으로만 느껴지던 빈집이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단장된 느낌입니다.
선생님 사랑받는 빈집은 생명력을 다시 찾을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