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철학
개똥천지다. 산책로 낙옆 밑과 수풀 속에 개똥이 많아도 너무 많다. 대천산책로 관리인도 개똥의 심각성에 대해 토로한 것을 들은 바 있다. 그래서인지 ‘애완견 배설물을 버리지말자’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여져 있다. 만일 애완견 배설물을 방치했을 경우 개 배설물로 인해 과태료까지 물어야 한다.
그럼 여기서 안내문에 표기된 개의 배설물은 무엇을 말하는 건가? 개의 배설물은 많다. 똥과 오줌을 비롯해 토사물도 있다. 그런데 과연 실제로 애완견이 눈 오줌은 치우고 있는가? 오줌도 엄연한 배설물인데 말이다. 아마도 ‘똥’이란 표현대신 배설물이라 표기한 듯한데 왜 떳떳하게 똥이라 정확하게 표기를 못하는 것일까? 우리가 터부시하는 똥이란 글자는 어디에서 왔나?
똥은 의성어다. 옛날 푸세식 화장실에 앉아서 볼일을 보면 아래에서 ‘똥’이란 소리가 들린다. 이는 한국인의 화장실구조에서 연유한다. 그렇다보니 우리나라 사람은 서양인과 달리 똥과 오줌을 동시에 쌀 수 있다. 자연 배설물이 아래로 떨어지면 물체의 위치에너지에 의해 ‘똥’ 소리가 나는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개도 서양인과 같이 똥과 오줌을 동시에 싸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다보면 똥은 똥대로 싸고 오줌은 오줌대로 싼다. 절대 똥싸면서 동시에 오줌을 싸지 않는다.
화장실에 떨어지는 소리에 의해 이름이 붙여진 똥은 흙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그래서 똥을 싸고 흙에 묻으면 최고의 처리법이다. 하지만 현재의 여건상 그렇지 못하니까 똥은 아주 처리가 힘든 놈이 되었다. 특히 개똥은 지탄의 대상이다. 견주와 함께 산책하므로 자연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마다 개똥이 놓이게 마련이다. 이 개똥을 두고 차마 똥이란 표기하지 못하고 대신 ‘배설물’이라 적어두고 있다.
하지만 똥은 결코 부끄럽거나 더러운 존재가 아니다. 단지 방치했을 때 주인의 양심과 같은 악취를 풍기며 더러워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