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계급설 외 1편
서영택
모래도 계급이 있다
자기들끼리 부딪쳐 마모된 구슬모양 모래는 쓸모가 없다
각이 있어야 서로 접착이 잘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건축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병사모래다 도시화가 되면서 연간 500억 톤의 모래가 필요하다고 한다 인도와 아프리카 중국 등에서 앞으로 엄청나게 수요가 일어날 것이다 장교급에 해당하는 모래는 유리 태양광 판넬 등에 사용된다 장군급 모래는 LCD 반도체 렌즈 화장품 등에 사용된다 공급보다 수요가 2배 이상이 많아서 모래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사막은 모래 무덤
세상을 헤매다 이제야 쉬는 곳
먼길 돌아온 둥근 모양의 시간들
닳고 닳아 사라진 몸을 찾아 헤맨다
산에서 강으로 바다로 이어지는
구르고 굴러 완성되는 알맹이
바위에서 모래가 될 때까지
지천으로 깔린 고비를 넘고 넘는다
나는 지금 어느 계급의 모래가 되어
삶의 비탈진 능선을 굴러가고 있는가
돌 속의 울음
누가 있는가, 저기 돌 속에
울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새들의 날개를 생각했다
회색빛 도시를 횡단하며 고압선을 지나
계단 위에 버려진 누군가의 이름을 떠올리며
아무리 불러도 대답 없고 들려도 말하지 않는
돌로 머무는 순간들
돌의 울음은 왜 소리가 나지 않나
다시 소리로 깨어나는 방법이 있을까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어두워지는 길모퉁이로 번지는
저 깊은 잠을
침묵의 그늘을 덮고
돌의 옷을 입고 잠든 자
불타는 비명이고 눈물이며 절망으로
휘몰아치는 칼날 속에서도 베이지 않는 울음을 간직한
저 돌 속의 사람은 누구일까
서영택
2011년 시산맥 등단. 시집 현동 381번지 돌 속의 울음.
2020년 문학나눔 도서선정, 조지훈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