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는 닮은 것도 많고 다른 것도 많다. 불현듯 이재용 부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에 대해 궁금해져서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보게 됐다. 이런 궁금증은 최근 정용진 부회장의 행보가 요란스러워서이다. 도대체 어떤 가문에서 성장한 사람인지가 무척 궁금했다. 들여다보니 이재용 부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은 일단 같은 문중 출신이다. 성만 다르다. 이재용 부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은 故 이병철 삼성 명예회장의 친손자 그리고 외손자이다. 물론 이재용 부회장이 친손자이고 정용진 부회장은 외손자이다. 이 명예회장의 아들 故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이 이재용 부회장이고 딸인 이명희 회장의 외아들이 정용진 부회장이다. 그러니까 둘은 사촌간이다.
둘은 태어난 해도 같다. 1968년 생이니까 한국나이로 55살이다. 이 부회장이 6월생이고 정 부회장이 9월생이니 이 부회장이 3달 형이다. 둘은 고등학교도 같이 다녔다. 서울 경복고등학교 동기동창이다. 그후 이 부회장은 서울대 동양사학과에 진학했고 정 부회장은 미국 브라운대학 경제학과를 나왔다. 그리고 둘다 부모회사인 삼성그룹과 신세계그룹에 입사해 지금에 이른다. 둘은 첫 결혼에 실패했다. 이 부회장은 유수의 재벌그룹 딸과 정 부회장은 유명 배우와 결혼했지만 파혼했다. 이 부회장은 아직 독신이지만 정 부회장은 재혼했다. 두 부회장은 어릴때부터 같이 자라다시피 했다. 지금도 사석에서는 서로 이름을 부르며 장난도 칠 것이다. 물론 만날 기회가 그다지 많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둘은 눈에 보이지 않는 라이벌 의식이 강할 것임에 틀림없다. 양쪽 집안에서 만만하게 교육시켰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 특히 사촌사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시라. 재벌들의 사촌들 사이가 생각보다 그 경쟁이 어마무시하다.
여기까지가 비슷한 인생살이이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불법 탈법 상속문제와 관련해 많은 시달림을 받았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생존해 있었을 때부터 그에게는 탈세혐의가 꼬리표처럼 길게 매달려 있었다. 박근혜정권때 이뤄진 이런 저런 일들로 감옥에도 여러번 갔다 왔다. 정용진 부회장은 별다른 상황없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아마도 삼성의 행보가 반면교사가 된 듯하다.
둘의 성격이나 행보에는 참 많은 다른 점이 있다. 물론 내가 둘을 직접 만나 본 적이 없으니 전해들은 것으로 판단하는 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이 부회장은 드러내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아버지와 비슷하게 언론에 잘 등장하지 않는다. 재판 이런 것 말고는 언론에 나온 적이 없다. 그 흔한 언론매체에 인터뷰도 없다. 이 부회장이 최근 언론에 등장한 것은 청와대 초청때이다. 최태원 SK 회장의 마스크를 고쳐주는 장면이 보였다. 이 부회장은 포커페이스이다. 아마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일본 교육의 영향이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이 부회장은 대학원을 일본에서 다녔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가족 분위기속에 자란 영향이 큰 것이다. 재판받으러 들어갈 때나 교도소에서 석방돼 나올 때도 얼굴에 별다른 표정이 없다. 그 흔한 쇼셜미디어를 한다는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정용진 부회장은 상당히 직선적인 것처럼 보인다. 쇼셜미디어의 리더격으로 활동한다.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사는 사람으로 보인다. 수가 틀리면 그 모습이 드러난다. 이런 직설적인 모습이 일부 젊은 층에 통해 그를 따르는 젊은층이 꽤 많다. 70여 만명의 팔로워가 있을 정도이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프로야구단을 인수한 것도 그의 성격을 잘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제는 정치적 재미를 느꼈는지 정치적 발언도 서슴치 않는다. 반공, 공산주의 반대, 멸공, 그리고 검찰에 통신조회를 당했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표하고 있다. 사업가로서 인정을 받았으니 이제 정치에 입문하려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최근의 행보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거느리는 삼성그룹은 40여 개이다. 전자, 중공업, 건설, 금융, 서비스업 등이다. 다양한 분야에 기업을 휘하에 두고 있다. 세계 곳곳에 진출하지 않은 곳이 없다. 미국은 물론 중국, 인도 등에서도 삼성의 영향력을 증대하려 하고 있다. 그야말로 글로벌 기업의 리더로서 위치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감옥에서 나오자 마자 몸과 마음을 추스릴 틈이 없이 미국 등으로 떠나는 것을 보면 그가 향하고자 하는 방향과 그의 기업관을 어느정도 판단해 볼 수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거느리는 신세계 그룹은 30개 정도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 의류, 관광호텔 등이 주된 사업체이다. 그리고 삼성그룹에 비해 세계로 뻗어 나가지는 않는 것 같다. 중국에 대형 할인점이 진출했다가 실패를 맛 본 뒤부터 글로벌 행보는 눈에 띄게는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주로 국내 위주의 마켓팅 전략을 펴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정 부회장의 최근 행보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고 전략상 나온 것 아니냐는 판단이 들게 한다. 반공!!!은 북한과 중국 그리고 베트남을 겨냥한 것인데 그 나라들과 별다른 사업관계가 아니니 그런 과감하고 과격한 행보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북한에 진출 당연히 안했을 것이고 중국에서는 발을 뺏고 베트남도 그렇고 그러니 반공, 그리고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자유스럽게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업종 자체가 돈 있고 상대적으로 보수성향의 사람들을 주로 상대로하는 사업이다 보니 그런 행보가 가능하겠구나 판단이 든다.또한 든든한 그의 소셜미디어 친구들이 뒤를 받치고 있으니 별 걱정없이 행동하는구나라고 느껴진다.
하지만 이제 이 나라만 겨냥해서는 살아 남기 힘들다. 글로벌 기업이 되지 않고서는 상승곡면은 커녕 하향곡선 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촌지간인 이재용 부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의 행보를 놓고 보면, 글로벌 기업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이 무엇인가가 새삼 명확해짐을 느낀다.
2022년 1월 8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