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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고창신(法古創新)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으로, 옛 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 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다.
法 : 법 법(氵/5)
古 : 옛 고(口/2)
創 : 비롯할 창(刂/10)
新 : 새 신(斤/9)
출전 : 박지원(朴趾源)의 초정집서(楚亭集序)
옛 것을 법으로 삼아 새 것을 창조한다, 또는 옛 법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안해 낸다는 뜻으로, 옛 것의 소중함과 아울러 새로운 것의 필요성을 동시에 표현한 말이다. 과거를 밑거름으로 해서 새로운 것을 도출해낸다는 의미의 말이다.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이 연암집 권1 초정집서(楚亭集序)에 썼다. "옛것을 본받은 이들이 옛것에 구속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근심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이들은 그 불경(不經) 됨을 걱정한다."
고문(古文)을 단순히 모방하는 방고(倣古)를 가장 경계한 박지원이 옛 것을 본받으면서도 변화할 줄 알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면서도 근본을 잃지 않는 문장법으로 제시한 이론이다. 그의 이런 문체상의 혁신으로 탄생한 작품이 '열하일기((熱河日記)'다.
새 것을 만들려는가? 새 것을 잘 만드는 비법은 옛 것을 잘 배우는 데 있다. 연암 박지원은 '초정집서'에서 '법고창신론(法古創新論)'을 펴면서, 옛 것을 잘 배운 사람으로 한신을 들었다.
한신의 군대는 연전연승하면서 조나라를 쳐들어갔다. 정형을 통과해야 했는데, 좁고 긴 통로여서 군대 행렬이 길게 늘어질 수밖에 없었다. 조나라에선 이를 노려 후미를 기습하여 보급선을 끊어 놓자는 계책이 나왔다. 기세등등한 한나라 군대와 정면대결하기 보다는 포위하여 굶주림에 빠뜨리자는 것이다. 이 계책은 채택되지 않았다. 첩자를 통해 이 소식을 들은 한신은 기뻐했다.
정형을 무사히 통과한 한신은 강을 등지고 진을 치게 했다. 이른바 '배수진'이었다. 한신은 또 기습할 병사 2000을 선발해 조나라 진영 부근 산 속에 매복시켰다. 그리고 조나라 진영을 공격했다가 여의치 않은 듯 강가의 진영으로 달아났다.
조나라 군대가 진영에서 나와 한나라 군대를 한참 공격했지만 배수진을 깨뜨리지 못했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자기 진영엔 온통 한나라의 붉은 깃발이 펄럭이고 있지 않은가. 그 틈에 매복 병사들이 기습했던 것이다. 한나라 군대는 당황한 조나라 군대를 협공하여 승리했다.
승리한 후 장수들이 물었다. "병법엔 산을 등지고 물을 앞에 두고 진을 치라고 했는데, 배수진은 어찌된 술책인가요?" 한신이 말했다. "병법에 있는데, 그대들이 살피지 못했을 뿐이다. 사지(死地)에 빠진 후에 산다 하지 않았는가? 살 곳이 있으면 병사들이 달아나 오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훗날 조선의 신립이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쳤다. 파죽지세로 북상하는 일본군에 대한 결사항전의 투지였다. 그러나 결정적 패배를 당했다. 다산 정약용은 당시 우리가 조나라 처지에 있었는데도 거꾸로 한나라 계책을 사용했다고 한탄했다. 탄금대에 이르기 전에 험한 문경새재를 길게 넘어오는 적군을 공략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신립은 한신의 배수진을 고지식하게 사용했다. 옛 것을 흉내 냈지만 잘못 배운 것이다.
옛 것을 잘 배운 사람으로 연암은 또 후한의 우후를 들었다. 그는 손빈의 아궁이 작전을 변통했다. 손빈은 군대를 이동하면서 아궁이 수를 줄였다. 도망병이 속출하는 것처럼 보여, 추격해온 적군을 함정에 빠뜨렸다. 병력이 열세였던 우후는 아궁이 수를 늘렸다. 구원병이 온 것처럼 보여, 적군이 추격을 포기하게 했다. 정반대였지만 옛 것을 제대로 배운 것이다.
연암은 "옛것을 배우되 변용할 줄 알고, 새것을 만들되 전범(典範)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법고가 곧 창신이요, 창신이 곧 법고였다. 새 것을 만들려면, "옛 것을 배우되 새롭게!"
법고창신(法古創新)
옛 법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안해 내는 것이 법고창신(法古創新)이다. 아울러 옛 것에서 배워 새로운 것을 깨닫는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공자(孔子)는 정명(正名)의 필요성을 처음 제기했다. 순자(荀子)도 순자 22편 정명론(正名論)에서 그 필요성을 상세히 설명했다.
논어 자로(子路)편을 보면, 자로가 공자에게 여쭈었다. "선생님께서는 나라의 정치를 맡으신다면 무엇부터 먼저 추진하시겠습니까?" 이에 공자가 대답하기를 "반드시 정명을 바로 잡겠다(必也正名于)"라고 하셨다.
그러자 "선생님의 생각은 지나치게 우원하십니다. 급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하고 말끝을 흐리자, 공자는 "자로야! 너는 참 무식하고 무례하구나. 군자는 자기가 모르는 일에는 입을 다물고 있는 법이다." 공자는 거친 표현을 쓰면서 정명(正名)의 중요성을 말했다.
순자(荀子)는 정명편(正名篇)에서 정명을 바로 잡아야 사상의 혼란을 막고, 사상의 혼란을 막아야 세상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정명이란 넓게는 이름이나 명칭, 사상 및 이론을 바로 잡는 격물치지이다.
명칭과 이름은 사물의 이치 맞도록 작명하거나, 예시지명은 성현들이 고심 끝에 만든 명칭이다. 오늘날 행정의 편의를 위해 이름을 마구 만드는 것은 훗날을 바람직하지 않게 작용할 것이다.
1990대 말 동강 댐 문제는 온 나라가 반대로 어수선 하였다. 댐을 만들면 아름다운 자연보고를 모두 망쳐 후세에 큰 부담을 주는 일이라고 했다. 강원도 용역보고서에서도 동강 댐의 반대가 논리적으로 적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보고서를 보면서 정명(正名)에 희구심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동강 댐을 만들어야 한다는 궤변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옛날에 댐이 들어선다는 예시지명이 곳곳에 남아 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우리는 근대화 과정에서 고유의 토속신앙을 백해무익한 샤머니즘을 치부하고 성황당을 모두 부셔 버렸다. 본래 성황당은 인권의 보호와 생존의 필요조건을 제시한 조상의 법고창신이다.
성황당은 무죄한 사람이 범인으로 몰리면 진범이 잡힐 때까지 피신할 수 있는 치외법권의 지역이며, 여인네가 칠거지악으로 쫓겨나 갈 곳이 없으면 성황당에서 살 수 있다. 그리고 아침 나절에 성황당 지나가는 좋은 남정네를 따라가면 후실로 삼아 구제했다.
또 큰 가뭄을 대비한 씨종자 보관 장소이다. 큰 흉년이 들어 씨종자까지 식용으로 사용했다면 촌장 회의를 통해 성황당 땅 속에 묻힌 씨종자로 파종했다고 한다. 성황당에서 보관한 씨종자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러면 큰 부자들은 씨종자를 아낌없이 무상으로 나누어 주는 미풍양속을 지켰다.
그 대표적인 예로 경주 최부자나 봉화 금씨 부자들은 인근 백리까지 모든 집에 무상으로 씨종자를 나누어 주었다. 그래서 임금은 그 선행을 치하하기 위해 선종정(善種亭)이라 편액(扁額)을 내리면, 마을에서는 정자를 짓고 편액을 달고, 대대로 자긍심을 가졌다고 한다.
성당황이란 인권보호의 보루이며, 씨종자 선종(善種)의 장소이다. 본래 성황당은 조상의 지혜가 숨어 있는 곳이라 성황당의 이름에 관한 정명(正名)을 이해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강원도는 수자원과 산림의 보고이며 순박한 미풍양속이 살아 숨 쉬는 미래의 땅이며, 문화의 고장이라 21세기 정명(正名)의 어젠다(agenda])를 만들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법고창신(法古創新)
옛 것을 살펴서 새로운 것을 아는 것에 머물지 않고 만들어 낸다.
오늘을 뒤돌아 보면서 떠오르는 상념(想念) 하나는 선인(先人)들이 종종 언급해 왔던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다. '옛 것을 익히고 새 것을 알면 남의 스승이 될 수 있다(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는 논어 위정(爲政)편에 나오는 말이다.
널리 알려진 표현이라 평범하고 어쩌면 진부할 것도 같지만 '옛 것을 살펴서 새로운 것을 안다'는 그 의미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대와 상황을 떠나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같은 의미로 이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확장시킨 표현이 법고창신(法古創新)이다. '옛 것을 살펴서 새로운 것을 아는 것에 머물지 않고 만들어 낸다'는 것이니 보다 진취적인 의미가 있다.
문학 창작의 중요한 방법론으로서 '법고창신'을 설파한 연암 박지원에서 부터 역사의 의미를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로 풀어낸 서양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에 이르기까지 '온고이지신'을 통감하고 있다.
여기에 '삼국사기'를 편찬했던 김부식도 '진삼국사기표(進三國史記表)'에, '고려사'를 편찬한 정인지 역시 '진고려사전(進高麗史箋)'을 통해 '법고창신'의 의미를 담아 역사서를 편찬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즉, 진삼국사기표에 '진한역대(秦漢歷代)의 사기(史記)에 대하여는 널리 통하여 자세히 말하는 사람이 있으나, 우리나라의 사실에 이르러선 그 시말을 알지 못하니 매우 유감된 일이다.' 따라서 '임금의 선·악이라든지 신하에 관한 것을 다 드러내어 후세에 모범을 보이게 하고 싶다'고 한 왕의 의도에 맞게 '온고이지신'에 부합한 삼국사기를 편찬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진고려사전에도 '듣건대 새 도끼 자루를 다듬을 때에는 헌 도끼 자루를 표준으로 삼으며 뒤 수레는 앞 수레의 넘어지는 것을 보고 자기의 교훈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대개 지난 시기의 흥망은 장래의 교훈이 되기 때문에 이 역사서를 편찬하여 올리는 바입니다'라고 하여 역시 '법고창신'의 의미를 밝히고 있다.
얼마 전, 신문과 방송을 통해 무려 228년이나 된 일본의 '소바집'이 소개된 적이 있었다. 일본에는 오랜 시간 명성을 이어온 소바집이 많은데, 1789년 도쿄에 문을 연 흰 메밀소바 가게(사라시나 호리이/更科堀井)도 그 중 하나였다.
1870년대부터 왕실에 소바를 보냈고, 이는 1989년 아키히토 일왕 즉위 때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왕실에 납품한 소바 명가인데도 본업을 망각한 7대손 때문에 소바가게는 1920년대 문을 닫았다. 이후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지역 주민들이 후원금을 거둬 공동체 형태로 운영하다가 사라시나가(家)에서 다시 문을 열고 지금은 9대손에 의해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 역시 옛 것을 살펴서 새롭게 변화 발전해 가는 '법고창신'의 의미를 잘 반영한 사례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럼에도, 평범한 이 말을 실천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요즘은 특히, 옛 것은 낡고 시대에 맞지 않아 버리거나 청산해야 할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더구나 옛 것을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고, 철저한 분석과 비판을 통한 반성도 없이 혁신적이라는 것에 매몰돼 새로운 것만 만들어 내기 급급한 것은 아닌지?
소박하고 낡았어도 과정마다 묻어있는 시행착오의 흔적이, 그로 인해 오늘날의 발전이 연유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단순히 오래되고 낡았다고 지나쳐버릴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축적된 오랜 경험과 과정마다 스며있는 도전에 대한 응전의 방법론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다양한 가치의 정립을 위해 옛 것은 옛 것대로, 새로운 것은 또 다른 옛 것으로 남을 미래의 역사를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도시의 가치 재창조의 핵심적 개념은 '법고창신'이다. '법고창신'의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할 때 도시의 가치도 재창조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법고창신(法古創新)
옛 것을 되살려 새로운 것을 창조하자
농촌에 고향을 둔 60대 나이 우리세대는 어렸을 때 이맘때 쯤이면 아버지와 이웃 어른들의 논 밭가는 소리를 수없이 들으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기계문명이 발달해 지금은 농촌 어느 들녘을 가도 논밭에서 소모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필자는 사라져 버린 전통 농경문화를 복원하고 전승 보존하기 위해 2009년부터 지역 경로당을 순회하며 겨릿소(겨리를 끄는 소) 밭가는 소리꾼을 발굴해 매년 지역 축제 때마다 ‘겨릿소 밭가는 소리 경연대회’를 주최하고, 선발된 소리꾼을 중심으로 ‘홍천군 겨릿소 밭가는 소리 전승보존회’를 창단해 활동해 오고 있다.
소는 쟁기질 꾼의 소리를 잘 알아듣는다. '이려' 하면 가고 '워워' 하면 멈춰 선다. '안소야, 마랏소야 한고랑 올라스거라' 하면 한 고랑씩 올라선다. '해가 서산에 진다 빨리 가자'하면 속도를 낸다. '허후, 어후' 하면 논밭머리에서 두 마리의 소는 발을 맞춰 뒤로 돌아서 묵묵히 밭가는 연장을 끌고 나간다. 한참을 갈다 힘이 들어 '워워' 하면, 소는 그 소리를 듣고 멈춰 선다. 이때가 소를 쉬게 해주는 시간이다.
쟁기질 꾼은 논밭머리에 앉아 걸쭉한 막걸리 한 대포를 들이키며 '저놈이 논밭을 언제 다 갈아엎나' 하며 한숨을 푹 쉰다. 이때 소 두 마리는 멍에를 목덜미에 매인 채 부동자세로 서서 눈만 멀뚱히 뜨고 되새김질만 하고 서 있다. 쟁기질 꾼은 절대 서두루지 않는다. '오늘 못 다하면 내일하지…'
하루 일을 마치고 마구간으로 들어온 소들은 저녁 여물을 허겁지겁 먹는다. '천천히들 먹거라 체할라. 그래야 내일 또 논 밭을 갈지.' 아버지의 말을 소는 알아 들었는지 그저 여물 먹는 데만 열중한다.
이쯤에서 지금 시대를 돌이켜 보자. OECD 국가 중 한국인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또한 온 국민이 감정 조절을 못하는 극단적 이기주의에 헤매고 있는 것 같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빨리빨리 서두르는 성과위주의 사고로 인해 거기에 적응 못하는 젊은이들이 극단적인 생각을 하지 않나 생각된다. '나 아니면 안 된다', '내 생각이 최고다' 배려를 모르는 이 시대에 순리(順理)란 단어는 의미조차 없는 것 같다.
만약 조상님들이 논밭을 갈 때 성과를 올리기 위해 쉼 없이 소를 회초리로 때려가며 소리치면서 논밭을 갈았다면 다음날 소는 마구간에서 일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말 못하는 소도 한쪽소가 힘이 약하면 힘센소가 보조를 맞춰주며 논밭을 갈던 모습을 우리 세대는 보면서 자랐다.
내 자식의 눈높이를 모르고 무조건 남보다 앞서는 것이 최고인줄 아는 이 시대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 논밭갈이 하는 쟁기질 꾼의 소리처럼 서두르지 말고 아이들을 쉬게 하며 키워봅시다. 조금 속 상해도 옆 사람에게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르쳐 주며 아이들을 키워봅시다.
말 못하는 가축과 논밭을 갈면서 힘든 고생을 낙으로 승화시키며 살아오셨던 조상님들의 지혜를 생각해보며, 옛 것을 되살려 새로운 것을 창조해 보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새기는 우리가 됐으면 좋겠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손주를 보러 온 부모님이 애들 재롱에 빠져 즐거워할 때 전화가 왔다. 전 부서 직원과 통화하던 내가 "그러면 그건 백지화(白紙化)하라"고 하자 아버지가 "전화 끊으라"고 호통쳤다. 손주들이 놀라 품에서 달아나자 아랑곳하지 않은 아버지는 백지화를 "자인하기 싫어 교묘하게 포장한 실패"라고 규정했다.
'치졸하다'고 책망한 아버지는 세 가지를 지적했다. 하나는 "전 부서에서 네 손을 떠난 계획을 백지화하라는 말은 월권(越權)이다"라고 했다. "또 살펴보니 전 부서에서 계획한 자료들을 가져왔던데 그건 실행에 옮기지 않은 아이디어라도 그 조직의 재산이다. 그걸 임의로 들고나온 건 엄연한 범법 행위다"라고 꾸짖었다.
이어 "전 부서, 전 직장을 욕하는 이가 제대로 된 삶을 사는 걸 못 봤다. 친정 흉보는 거 아니다"라고 아버지는 나무랐다. 아버지는 "네 대답을 듣고 싶지 않다만 혹여라도 '나도 고생했으니 후임자들도 고생해봐라'라는 생각으로 그렇게 했다면 크게 잘못한 일이다"라며 크게 염려했다.
백지화는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거나 초기 상태로 돌려 놓는다'라는 뜻이라고 정의해 설명했다. 첫째 계획이나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취소되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때, 둘째 합의나 결정이 뒤집히거나 무효로 하여 다시 논의해야 할 때, 셋째 기존 시스템이나 구조가 폐지되고 새로운 시스템이나 구조를 구축해야 할 때를 제외하면 백지화는 엄밀한 의미에서 실패다.
아버지는 "18세기 프랑스 혁명 정부는 봉건 시대의 모든 법률과 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백지화 정책을 추진했다"라고 유래를 설명했다. 그런 경우가 아니면 백지화는 절대해서는 안 된다며 시간과 자원 낭비, 불안정성과 갈등 야기, 신뢰를 잃는 문제점들이 있다고 했다.
아버지는 "너 같은 전임자가 백지화한 프로젝트를 되살려 성공하는 예도 많다"며 전임자가 가지지 못한 후임자의 역량에 따라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버지는 "실패하면 포기한다. 포기하는 것도 습관 된다"라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 부족한 자신감과 목표의식, 긍정적 사고 부족을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버지가 실패를 경고한 여러 말씀은 이제 다시 찾아보니 유명 인사들의 경구였다. "실패는 지연일 수는 있어도 패배는 아니다. 일시적으로 돌아가는 것이지 막다른 골목은 아니다. 실패는 두려워해야 할 것이 아니다. 새로운 시도를 할 때나 큰 성공을 향해 나아갈 때 불가피하게 찾아올 수 있는 것이 실패다"는 말씀은 동기부여전문가 토드 던컨이 한 명언이다.
또한 "성공은 실패라고 불리는 99%의 산물로부터 얻어지는 1%의 결과물이다"라는 혼다 창업주 혼다 소이치로(本田宗一郞)가 한 말이다.
아버지는 "포기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 때야말로 성공에 가까워진 때이다"라는 말로 격려했다. 백지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한 아버지는 실패로 인식하기보다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머스 에디슨의 명언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를 원용해 '창조는 모방에서 나온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라고 뜻을 새겼다. 이어 공자가 말한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과 유사한 뜻인 '법고창신(法古創新)'을 인용했다.
아버지는 "온고지신은 옛것을 아는데 머물고 있다면 법고창신은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고 차이점을 일러줬다.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인 법고창신의 원문은 '옛것을 모범으로 삼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것을 만들어 가되 법도를 지켜야 한다(法古而知變 創新而能典)'이다.
조선시대 실학의 태두인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의 초정집서(楚亭集序)에 나온다. 연암이 초정 박제가(朴齊家)에게 '글은 옛 것을 본떠 써야 하나, 새로운 것을 써야 하나'를 문제 제기한 뒤 '글은 옛 것에서 새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라고 쓴 글이다. 조직의 전통과 규칙을 따르되 새로운 변화를 알고 조직에 새 바람을 일으키며 새로운 것을 창출하되 전통이나 규칙에 어긋나지 않게 한다는 말이다.
화가 풀리지 않은 아버지는 며느리가 차린 밥상을 물리고 떠나 버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전임자가 백지화한 실패를 딛고 일어서 성공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인류가 지금 같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건 변화에 성공했기 때문이고 그 성공보다는 훨씬 많은 실패를 딛고 일어선 결과다. 아버지는 "백지화에 변화를 얹으면 창조가 된다"고 말씀을 마쳤다.
백지화해야 할 어려움에 맞닥뜨릴 때 꺾이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힘이 탄력성이다. 변화를 읽는 중요한 인성이다. 희망을 버리지 않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유지하는 게 탄력성을 키우는 비결이다. 그 어떤 것보다 손주들에게도 먼저 물려줘야 할 소중한 성품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과
법고창신(法古創新)
온고지신(溫故知新)은 옛 것을 익혀서 새로운 것을 안다는 뜻이다. 공자는 '옛 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알면 스승이 될 수 있다(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고 명확하게 정의를 했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가르친다는 것은 바로 옛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 옛 것이라고 해서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옛'은 바로 현재가 가버린 바로 조금 전부터 그 이전를 말한다. 어제의 경험, 지난 주에 읽은 책, 작년에 갔던 여행 등도 바로 옛 것이다. 온고지신을 본받아 옛 것을 전부 익히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사람은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어 스스로 옛 것을 모두 깨우칠 수 없다. 그러나 인류가 옛 것을 이용해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전 사람의 지식을 터득한 후 자신의 지혜를 덧붙여 새로운 지식을 계속 쌓아왔기 때문이다.
인류는 개인적으로 터득한 사소한 것도 자손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전했다. 이러한 가르침과 수많은 스승 덕에 지금의 인류가 존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예전부터 전해오는 삶의 지혜와 윤리 등은 매우 소중하다. 그러나 지금은 이것이 고리타분한 것이라 치부될 때가 있다.
현재 기본적 인간다움에 대한 윤리가 무너지면서 사회는 여러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AI라 불리는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할 땐 더 큰 문제를 만날 것이며 그 해결책은 바로 옛 것의 지혜와 윤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지혜와 윤리는 어디에 있는가? 바로 한문에 있다. 우리 선인들은 대대로 이룩한 귀한 지혜의 말씀을 한문으로 남겨 놓았다. 한문을 공부하는 것은 한문을 해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속의 선인들의 지혜와 윤리를 자연스레 접하며 사람됨으로 채워지는 진정한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비슷한 말로 '법고창신(法古創新)'이 있다. 이 말은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옛 것이 고루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기본 바탕이 된다는 말이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전통과 역사를 알아야 한다. 또 한문을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그 뜻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한문 수업 시간에 한자와 한문은 어려운데, 왜 배워야 하냐고 물어보는 학생들이 많다. 현재 쓰지 않는 것이니까 배우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그러나 한문에는 우리에게 귀한 옛 것이 들어있다. 비단 현재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과학기술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회가 운영되는 것을 보면 과학기술이 사회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사회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생각이다.
인류는 그 동안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연구하고 생각했다. 그 결과물이 유명한 한문 고전에 남아 있다. 온고지신과 법고창신도 한문으로 돼 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지혜
세상에 새로운 것이 있을까? 역사는 변화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을 살려야 한다. 옛 것에 토대를 두되 변화시킬 줄 알고, 새 것으로 만들되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민족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 자부심을 가지고 이를 계승하는 것이 후대인의 책임과 역할일 것이다. 세계 4위이자 아시아 최다의 유네스코 등재 세계기록 문화유산을 가진 우리의 문기(文氣)를 발판으로 흥과 근기(根器)를 가지고 있는 신기(神氣)를 세상에 펼쳐 나가야 한다.
민족생활 공동체를 이어오면서 사소해 보이지만 수천 년의 역사 속에 그 가치를 찾아야 하는 대목들이 있다. 우리만의 먹을거리와 마실거리 문화도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의 아시아 민족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밥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밥을 지어 먹는 민족 중에 숭늉을 만들어 먹는 문화는 우리가 유일하다는 점이 특이하다. 다른 나라는 찌는 방식으로 밥을 짓는 데 비해 우리는 밥을 눋게 하여 누룽지를 만들었다. 눌은 밥에 다시 물을 부어 끓이면 숭늉이 된다.
쌀 한 톨이 귀하던 시대에 왜 손실이 생기는 방식을 택했을까? 필자 생각에는 푸드페어링을 위한 의도된 방법으로 보인다. 우리 밥상은 밥과 반찬으로 차려지는데, 반찬의 대부분이 맵고 짠 편이다. 그래서 식후 입 안에 남은 짠맛과 냄새를 보완하기 위한 후식으로 숭늉을 만들어 먹었다는 것이다.
식음료를 개발하는 식품인으로서 보기에 선조의 지혜는 가히 놀랄 만한 발견이었다. 선조의 지혜를 계승하고 현대화해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만드는 것이 과업으로 여겨졌다. 현대문명의 이기라 할 수 있는 식음료 용기(容器)는 받아들이고, 그 속에 우리 고유의 마실거리를 담아 새로운 문화로 만들고 싶어졌다.
가장 고유한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대명제를 식음료에서도 구현할 수 있다. '코리안 스탠더드'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수 있으며, 미래 대한민국을 결정할 수 있다는 긍지를 가지고 힘써 나아갈 일이다.
▶️ 法(법 법)은 ❶회의문자로 佱(법), 灋(법)은 (고자)이다. 물(水)은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去) 규칙이 있다는 뜻이 합(合)하여 법(法), 규정(規定)을 뜻한다. 水(수; 공평한 수준)와 사람의 정사(正邪)를 분간한다는 신수와 去(거; 악을 제거함)의 합자(合字)이다. 즉 공평하고 바르게 죄를 조사해 옳지 못한 자를 제거한다는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法자는 '법'이나 '도리'를 뜻하는 글자이다. 法자는 水(물 수)와 去(갈 거)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법이란 한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규칙이자 모두가 공감해야 하는 이치이다. 물(水)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는 (去)것이 당연한 이치라는 뜻으로 만들어진 法자는 바로 그러한 의미를 잘 표현한 글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금문에서는 치(廌)자가 들어간 灋(법 법)자가 '법'을 뜻했었다. 치(廌)자는 해치수(解廌獸)라고 하는 짐승을 그린 것이다. 머리에 뿔이 달린 모습으로 그려진 해치수는 죄인을 물에 빠트려 죄를 심판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에 水자가 더해진 灋자가 '법'을 뜻했었지만 소전에서는 글자의 구성을 간략히 하기 위해 지금의 法자가 '법'을 뜻하게 되었다. 그래서 法(법)은 (1)사회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국가 기관에서 제정 채택된 지배적, 특히 국가적인 규범(規範). 국민의 의무적 행동 준칙의 총체임. 체계적이며 물리적인 강제가 가능함 (2)도리(道理)와 이치(理致) (3)방법(方法) (4)~는 형으로 된 동사(動詞) 다음에 쓰여 그 동사가 뜻하는 사실이 결과적으로 반드시 그렇게 됨을 나타냄 (5)~으라는 형으로 된 동사 다음에 있다 없다와 함께 쓰여 당연하다 함을 뜻하는 말, ~는 형으로 된 동사 다음에 있다 없다와 함께 쓰여 아주 버릇처럼 된 사실임을 뜻하는 말 (6)인도(印度) 유럽계 언어에서, 문장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하는 사람의 심적 태도를 나타내는 동사의 어형(語形) 변화를 말함. 대체로 직설법, 가정법, 원망법, 명령법 등 네 가지 법이 있음. 그러나 원망법은 형태 상으로는 인도, 이란 말, 토카리 말, 그리스 말에만 남아 있고, 라틴 말에서는 가정법(假定法)과 합체되어 있으며 게르만 말에서는 가정법의 구실을 빼앗아 그 뜻도 겸하여 나타내게 되었으나 명칭만은 가정법이라고 불리게 되었음 (7)나눗수 (8)성질(性質). 속성(續成). 속성이 있는 것, 상태. 특징. 존재하는 것 (9)프랑 등의 뜻으로 ①법(法) ②방법(方法) ③불교(佛敎)의 진리(眞理) ④모형(模型) ⑤꼴(사물의 모양새나 됨됨이) ⑥본받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법식 례(例), 법 전(典), 법칙 칙(則), 법 식(式), 법칙 률(律), 법 헌(憲), 격식 격(格), 법 규(規)이다. 용례로는 국민이 지켜야 할 나라의 규율로 나라에서 정한 법인 헌법과 법률과 명령과 규정 따위의 모든 법을 통틀어 일컫는 말을 법률(法律), 소송 사건을 심판하는 국가 기관을 법원(法院), 법률의 안건이나 초안을 법안(法案), 법에 따른 것을 법적(法的), 법식과 규칙으로 모든 현상들의 원인과 결과 사이에 내재하는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관계를 법칙(法則), 법원에 소속되어 소송 사건을 심리하여 법률 상의 해석을 내릴 권한을 가진 사람을 법관(法官), 일반적으로 법률 사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법조(法曹), 재판하는 곳을 법정(法廷), 법률에 의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법치(法治), 법령을 좇음 또는 지킴을 준법(遵法), 기교와 방법을 기법(技法), 법령 또는 법식에 맞음을 합법(合法), 한 나라의 통치 체제의 기본 원칙을 정하는 법을 헌법(憲法), 일이나 연구 등을 해나가는 길이나 수단을 방법(方法),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수학에서 문제를 푸는 방법을 해법(解法), 원칙이나 정도를 벗어나서 쉽게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나 수단을 편법(便法), 법률 또는 명령을 어김을 위법(違法), 법률 또는 법규를 제정함을 입법(立法), 범죄와 형벌에 괸한 내용을 규정한 법률을 형법(刑法), 법규나 법률에 맞음 또는 알맞은 법을 적법(適法),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함을 범법(犯法),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으로 옛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 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뜻의 말을 법고창신(法古創新),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을 법원권근(法遠拳近), 자기에게 직접 관계없는 일로 남을 질투하는 일 특히 남의 사랑을 시샘하여 질투하는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을 법계인기(法界悋氣), 올바른 말로 사람들을 가르치는 일을 일컫는 말을 법어지언(法語之言), 좋은 법도 오랜 세월이 지나면 폐단이 생김을 일컫는 말을 법구폐생(法久弊生), 모든 현상이나 사물은 결국 하나로 된다는 말을 만법일여(萬法一如), 모든 것이 필경에는 한군데로 돌아감을 일컫는 말을 만법귀일(萬法歸一), 법이 없는 세상이라는 뜻으로 폭력이 난무하고 질서가 무시되는 판국을 이르는 말을 무법천지(無法天地), 자기가 정한 법을 자기가 범하여 벌을 당함을 일컫는 말을 위법자폐(爲法自弊),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인연으로 생겼으며 변하지 않는 참다운 자아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일컫는 말을 제법무아(諸法無我) 등에 쓰인다.
▶️ 古(예 고)는 ❶회의문자로 여러(十) 대에 걸쳐 입(口)으로 전해온다는 뜻이 합(合)하여 옛날을 뜻한다. 十(십)과 口(구)를 합(合)한 모양으로 十代(십대)나 입에서 입으로 전하다, 낡다, 옛날의 뜻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古자는 '옛날'이나 '예전'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古자는 口(입 구)자와 十(열 십)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古자의 갑골문을 보면 口자 위로 中(가운데 중)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입'과 '방패'를 표현한 것이다. 방패는 전쟁에 쓰이는 무기로 古자는 오래전에 있었던 전쟁 이야기를 말한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전쟁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후세에게 들려준다는 의미인 것이다. 古자에 攵(칠 복)자를 더한 故(옛 고)자가 '옛날'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참고로 口자를 '세대'로 해석하여 古자는 10세대를 거친 것이니 '옛날'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는 풀이도 있다. 하지만 갑골문에서의 十자는 丨자 형태로 그려졌었기 때문에 같은 시기 古자에 그려졌던 中자와는 모양이 다르다. 그래서 古(고)는 헌 또는 낡은의 뜻으로 ①옛, 예, 예전 ②옛날 ③선조 ④묵다 ⑤오래 되다 ⑥예스럽다 ⑦순박하다 ⑧잠시(暫時) ⑨우선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예 석(昔),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이제 금(今), 새 신(新)이다. 용례로는 옛날과 지금을 고금(古今), 옛 시대를 고대(古代), 옛 일을 고사(古事), 옛 역사를 고사(古史), 옛날 사람을 고인(古人), 옛날부터 현재까지를 고래(古來), 옛적부터 내려오는 관례를 고례(古例), 예로부터 전해 내려옴을 고전(古傳), 옛날의 법식이나 의식 또는 고대의 책을 고전(古典), 오랜 역사를 지니는 옛 절을 고찰(古刹), 오래 전부터 그 일에 종사하던 사람을 고참(古參), 낡은 당집을 고당(古堂), 옛날에 지은 오래된 성을 고성(古城), 옛 궁궐을 고궁(古宮), 고대의 무덤이나 옛 무덤을 고분(古墳), 70세를 일컬음으로 일흔 살까지 산다는 것은 옛날에는 드문 일이다는 뜻의 말을 고희(古稀), 고금을 통하여 홀로 뛰어나다를 이르는 말을 고금독보(古今獨步),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풍속을 이르는 말을 고래지풍(古來之風), 늙은이들의 말로 예로부터 전하여 옴을 이르는 말을 고로상전(古老相傳), 오래 되어 옛날의 풍치가 저절로 드러나 보이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고색창연(古色蒼然), 옛날부터 지금까지를 일컫는 말을 고왕금래(古往今來), 가락이 썩 예스러워서 화창하는 이가 없음을 일컫는 말을 고조독탄(古調獨彈), 대대로 자손이 번성하고 세력 있는 집안을 일컫는 말을 고족대가(古族大家), 옛 모양 그대로임을 일컫는 말을 고태의연(古態依然), 옛 곡조라서 연주되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움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고조불탄(古調不彈), 오래 된 우물에는 물결이 일지 않는다는 뜻으로 마음을 굳게 가져 정절을 지키는 여자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고정무파(古井無波) 등에 쓰인다.
▶️ 創(비롯할 창/다칠 창)은 ❶형성문자로 愴(슬플 창)과 瘡(부스럼 창)은 통자, 创(비롯할 창/다칠 창)은 간체자, 刱(비롯할 창/다칠 창)과 戧(비롯할 창/다칠 창)은 고자, 刅(해칠 창)과 创(비롯할 창/다칠 창)은 동자이다. 뜻을 나타내는 선칼도방(刂=刀: 칼, 베다, 자르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상처를 내다'의 뜻을 가진 倉(창)으로 이루어졌다. 또 刱(창)과 통하여 음(音)을 빌어 '시작하다'의 뜻이다. ❷형성문자로 創자는 '비롯하다'나 '다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創자는 倉(곳집 창)자와 刀(칼 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倉자는 뜻과는 관계없이 발음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런데 금문에 나온 創자는 단순히 칼에 피가 묻어있는 모습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다치다'라는 뜻을 가진 刅(비롯할 창) 자이다. 칼에 피가 묻어 있으니 이것은 누군가를 다치게 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칼부림이 벌어진 것일까? 아마도 어떠한 다툼이 원인이 됐었을 것이다. 그래서 創자는 어떠한 원인에 의해 칼부림이 시작됐다는 의미에서 '비롯하다'나 '시작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소전에서는 倉자가 발음 역할을 하게 되면서 지금의 創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創(비롯할 창/다칠 창)은 ①비롯하다 ②시작하다(始作--) ③다치다 ④상하다(傷--) ⑤징계하다(懲戒--) ⑥혼이 나다 ⑦슬퍼하다 ⑧데다(몹시 놀라거나 심한 괴로움을 겪어 진저리가 나다) ⑨만들다 ⑩비로소 ⑪상처(傷處) ⑫부스럼 따위의 뜻이 있다. 유의어 로는 作(지을 작, 저주 저, 만들 주, 문서 질), 初(처음 초), 始(비로소 시), 肇(비롯할 조) 등이다. 용례로는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듦이나 신이 우주 만물을 처음으로 만듦 또는 새로운 성과나 업적이나 가치 따위를 이룩함을 일컫는 말을 창조(創造), 새로 의견을 생각하여 냄 또는 그 의견을 일컫는 말을 창의(創意), 나라를 처음으로 세움 또는 사업을 시작함을 일컫는 말을 창업(創業), 처음으로 만듦 또는 예술적 감흥을 문예 회화 음악 사진 등의 작품으로서 독창적으로 표현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창작(創作),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생각하여 지어내거나 만들어 냄을 일컫는 말을 창출(創出), 정당을 새로 만듦 또는 정당이 새로 만들어짐을 일컫는 말을 창당(創黨), 처음으로 설치하거나 설립함을 일컫는 말을 창설(創設), 어떤 사상이나 학설 따위를 처음으로 시작하거나 내세움을 일컫는 말을 창시(創始), 모방하지 아니하고 자기 혼자 힘으로 처음으로 생각해 내거나 만들어 냄을 일컫는 말을 독창(獨創), 새로 시작하거나 섬 또는 그렇게 세움을 일컫는 말을 개창(開創), 사물이 엄청나게 큰 것을 일컫는 말을 거창(巨創),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으로 옛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 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법고창신(法古創新), 나라를 세우는 일과 나라를 지켜 나가는 일을 이르는 말을 창업수성(創業守成), 새로운 의견을 생각해 내면서 역동적인 행정을 펼치자는 뜻을 나타냄을 이르는 말을 창의역동(創意力動), 처음으로 국가의 기틀을 세우고 이룩된 바를 지켜 나가는 일을 이르는 말을 창업수문(創業守文), 나라나 사업을 먼저 일으켜 자손이 이어받을 수 있도록 그 통서를 전해 줌을 이르는 말을 창업수통(創業垂統), 칼에 맞아 입은 상처가 아직 낫지 아니하였다는 뜻으로 전란의 피해나 해독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음을 이르는 말을 창이미추(創痍未瘳), 총알이나 파편이 관통하지 못하고 몸안에 남아 있는 상처를 이르는 말을 맹관총창(盲管銃創) 등에 쓰인다.
▶️ 新(새 신)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날 근(斤; 도끼)部와 木(목)과, 음(音)을 나타내는 辛(신)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辛(신; 바늘)과 木(목; 나무)으로 이루어진 진(榛; 개암나무, 잡목숲)의 옛 글자에 斤(근; 나무를 베는 도끼)을 더한 글자이다. 나무를 베어 땔나무를 하는 일을 말한다. 나중에 나무를 하다가 되었다. 땔나무의 뜻은 초목(草木)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를 더하여 薪(신)이라 쓰고, 新(신)은 베다, 새롭다, 새롭게 하다의 뜻으로 쓴다. ❷회의문자로 新자는 '새로운'이나 '새롭게'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新자는 辛(매울 신)자와 木(나무 목)자, 斤(도끼 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갑골문에 나온 新자를 보면 辛자와 斤자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나무를 잘라 땔감으로 만든다는 뜻이었다. 여기서 辛자는 발음요소이고 斤자가 '자르다'라는 뜻을 전달하고 있다. 금문에서는 여기에 木자가 더해지게 되면서 지금의 新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新자는 본래 나무를 잘라 '땔감'을 만든다는 뜻이었지만 후에 나무를 자르고 다듬어 '새로운 물건을 만든다'라는 뜻이 확대되면서 '새로운'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新자가 '새롭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소전에서는 여기에 艹(풀 초)자를 더한 薪(섶나무 신)자가 '땔감'이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新(신)은 (1)어떠한 명사(名詞) 뒤에 붙이어 새로운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중국(中國) 나라 이름의 하나. 왕 망(王莽)이 전한(前漢)을 쓰러뜨리고 세운 나라. 주례(周禮)에 따라 복고적인 개혁(改革)을 했으나, 적미(赤眉)의 난으로 망(亡)하여 광무제(光武帝)의 후한(後漢)으로 바뀜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새, 새로운 ②새로, 새롭게, 새롭게 다시 ③처음, 처음으로 ④새로움, 새것, 새로운 일 ⑤새해, 신년 ⑥새롭개 안 사람 ⑦새로 개간(開墾)한 땅 ⑧나라의 이름 ⑨새로워지다, 개선되다 ⑩새롭게 하다, 새롭게 고치다 ⑪친하다, 친하게 지내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옛 고(古), 옛 구(舊)이다. 용례로는 새로운 세계를 신세계(新世界), 예술계나 체육계나 어떤 사회에 새로 등장한 신진의 사람을 신인(新人), 관직 같은 데에 새로 임명됨을 신임(新任), 새로 지어 만듦을 신작(新作), 새로 들어옴을 신입(新入), 출판물을 새로 인쇄하여 내놓음을 신간(新刊), 새로운 물품을 신품(新品), 새로운 형을 신형(新型), 새롭고 기이함을 신기(新奇), 새로운 소식이나 비판을 신속하게 보도하는 정기간행물을 신문(新聞), 완전히 새롭게 어떤 일을 하는 일을 신규(新規), 새롭고 산뜻함 또는 채소나 생선 따위가 싱싱함을 신선(新鮮), 새로 설치함을 신설(新設), 새로 건축함을 신축(新築), 늦은 봄이나 초여름의 초목에 돋은 새 잎의 푸른 빛을 신록(新綠), 갓 결혼한 남자 또는 결혼하여 새서방이 될 남자를 신랑(新郞), 갓 결혼한 색시 또는 결혼하여 새색시가 될 여자를 신부(新婦), 일체의 묵은 제도나 방식을 고쳐서 새롭게 함을 혁신(革新), 묵은 것을 없애고 새롭게 함을 쇄신(刷新), 모든 것이 개혁되어 새롭게 됨 또는 묵은 제도를 아주 새롭게 고침을 유신(維新), 취향이 매우 새로움을 참신(斬新), 옛 것을 고쳐 새롭게 함 또는 종전의 기록을 깨뜨림을 경신(更新), 가장 새로움을 최신(最新), 묵은 것을 새롭게 고침을 개신(改新), 새로운 것을 앎을 지신(知新), 새로운 것을 맞아 들임을 영신(迎新), 아주 새로워짐을 일신(一新), 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처음 생길 무렵에 등불 밑에서 글읽기가 좋음을 일컫는 말을 신량등화(新凉燈火), 묵은 것이 없어지고 새것이 대신 생기거나 들어서는 일을 이르는 말을 신진대사(新陳代謝), 새로 정이 들어 얼마 되지 아니할 때를 이르는 말을 신정지초(新情之初), 새 것과 헌 것이 교대한다는 말을 신구교대(新舊交代), 새 것이 들어오고 묵은 것이 나간다는 말을 신입구출(新入舊出), 새로 두각을 나타낸 신인으로서 의기가 날카롭다는 말을 신진기예(新進氣銳), 땔감을 동나서 불이 꺼진다는 뜻으로 사람의 죽음을 이르는 말을 신진화멸(新盡火滅), 새봄 좋은 명절이라는 말을 신춘가절(新春佳節), 허물을 고쳐 스스로 새로워 짐을 일컫는 말을 개과자신(改過自新),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뜻으로 옛것에 토대를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 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법고창신(法古創新), 얼굴이 아주 새로워졌다는 뜻으로 세상에 대한 체면이나 명예나 사물의 모양이나 일의 상태가 완전히 새롭게 됨을 이르는 말을 면목일신(面目一新)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