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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신도는 물론 직장인들의 사랑방이 된 노천카페 ‘가피’. 조계사에서 직접 만든 최고급 더치커피를 맛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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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에 직장을 둔 조계사 신도 김모씨는 요즘 점심시간이 기다려진다. 조계사에서 개설한 신도 공양간 ‘승소’에서 깔끔한 채식으로 든든히 점심식사를 해결한 후 대웅전에 들려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잠시 나를 만나는 수행의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는 조계사 노천카페 ‘가피’를 찾아 커피 한 잔을 즐길 후 다시 일터를 향한다. 평소에도 점심시간을 이용해 자주 조계사를 찾던 그는 요즘 나날이 변신하고 있는 조계사 덕분에 휴식과 수행뿐 아니라 직장 동료들에게 함께 조계사에 갈 것을 적극 권유하는 포교활동까지 자연스럽게 펼칠 수 있게 된 셈이다.
한국불교총본산 조계사(주지 토진 스님)가 확 달라졌다. 천도재 사찰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대중의, 대중을 위한, 대중에 의한 사찰로 거듭나고 있다. 조계사의 변화는 외형은 물론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조계사 일주문을 비롯해 진입로 곳곳이 꽃과 농작물, 소나무가 조경된 친환경 생태공간으로 탈바꿈됐다.
또 대웅전 앞마당 한쪽에 자리한 노천카페는 조계사 신도는 물론 인근 직장인들의 사랑방이 된지 오래다. 특히 각종 수행프로그램과 문화프로그램, 나눔 행사는 조계사 이미지 쇄신의 일등공신이다. 올 하안거에 맞춰 진행한 주말 철야 참선프로그램 ‘여름 밤, 구미호를 쫓다’는 연인원 2000여명이 동참할 만큼 큰 성과를 이뤘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조계사 주지 토진 스님이 있다. 지난해 3월 주지로 취임한 토진 스님은 1년여간 사부대중의 여론을 수렴, 대중의 요구를 반영한 다양한 불사를 추진했다. 그 결과 조계사에는 자연스레 대중이 찾는 시민의 도량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재가수행자 위한 선림원 개원
조계사의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올 3월 참선수행 교육과정 ‘선림원’이 개설되면서다. 2학년 4학기제로 운영되는 선림원은 불교와 선, 선의 원리와 역사, 선어록 연구 등 이론교육은 물론 간화선 입문 프로그램과 수준 높은 특강을 병행해 재가자 선 수행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수행처 탐방, 선지식 친견, 화두 받기, 공부점검 등 선 수행을 위한 심화과정을 운영해 초심자는 물론 기존 재가수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계사는 향후 방장·조실 및 선원장 스님 초청법회를 비롯해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진 리브스 중국인민대학 석좌교수, 서명원 서강대 교수 등 저명인사들의 특강을 준비, 불교와 수행의 가치를 사회지도이념으로 승화시키는 방법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자리도 만들 계획이다.
◆도량은 휴식공간…커피도 저렴
지난 4월 노천카페 가피의 개원으로 조계사는 사부대중의 수행처서 시민의 도량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맞았다. 가피에서는 최고급 더치커피를 단돈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개원 초기 하루 100잔 정도에 불과하던 더치커피는 입소문이 나면서 최근에는 하루 300여잔이 넘게 판매되고 있다. 고객의 대다수는 주변의 직장인. 그만큼 조계사를 찾는 일반인들의 발길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조계사가 올 하안거를 맞아 진행한 주말 철야 참선프로그램 ‘여름 밤, 구미호를 쫓다’를 통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구미호는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오는 현대인 최대의 적 스트레스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밤새 진행되는 음악과 참선을 통한 명상체험은 팍팍한 직장인들의 삶에 쉼표와 같은 휴식을 안겨줬다. 당초 조계사는 철야정진인 만큼 매회 100명 정도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일반인들이 대거 몰리면서 매주 200여명, 연인원 2000여명이 동참하는 등 큰 성과를 이뤘다. 이런 여세를 몰아 조계사는 오는 10월8일~12월17일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걷기명상 프로그램인 ‘오뚜기 마인드 워킹’을 새롭게 진행할 계획이다.
◆때마다 축제, 문화도량으로 변신
각종 문화프로그램 개설도 친근한 조계사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큰 힘이 됐다. 조계사는 올해에만도 사진전, 음악회, 영화시사회, 어르신축제 등 다양한 행사프로그램을 마련, 문화도량으로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올 10월에는 개산 100주년을 맞아 대규모 국화축제를 예고하고 있다. ‘조계사 국화향기 나눔전’으로 명명된 이 행사는 함평군의 협조를 얻어 조계사 경내는 물론 인사동과 광화문 등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을 국화꽃으로 물들일 계획이다.
이 자리에는 도농간 상생을 위한 직거래 장터를 비롯해 음악회, 불교문화 체험마당도 열린다. 조계사는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매년 국화축제를 꾸준히 열어 서울을 대표하는 가을축제로 정착시켜 나갈 방침이다.
특히 지난 5월 조계사가 민족문화수호단을 창단하고, 서산마애삼존불 성역화와 보원사지 복원 불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조계종이 추진 중인 5대 결사 가운데 문화결사의 일환으로 시작된 이 불사는 ‘백제미소의 길 걷기대회’, ‘내포 가야산 성역화 기원 방생법회’ 등을 잇달아 개최하면서 민족문화수호활동이라는 커다란 족적을 곳곳에 남기고 있다. 이밖에도 내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초등학교 주5일제에 맞춰 초등아카데미 개교도 준비 중이다. 조계사 초등아카데미는 역사와 미술, 문화 등 관련 전문가를 초빙, 아이들에게 체험 및 탐구학습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미얀마에 화장실 짓고 구충제 지원
지난 5월 조계사는 나눔도량 선포식을 갖고 부처님의 동체대비와 자리이타 정신을 실천하는 중심도량이 될 것을 선언했다. 그 첫 번째 사업으로 추진한 것이 미얀마 화장실 개선 및 구충제 보급운동이다. 조계사는 3개월간 일주문에 모금함을 설치해 미얀마 초등학교와 고아원 등에 화장실을 설치하고 구충제, 학용품을 전달했다.
미얀마 화장실 사업이 이전의 나눔활동과 차별되는 점은 사부대중과 시민들의 동참을 중심으로 사업이 추진됐다는 점이다. 조계사는 시민의 도량으로 일신하기 위한 노력이 대중의 변화와 참여를 이끌어 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6월에는 불자의료인 봉사모임 무량감로회와 협약식을 체결하고 매월 한차례 외국인노동자를 대상으로 무료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조계사는 외국인근로자들이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향후 무료진료소를 상시운영 체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토진 스님은 “한국불교총본산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수행, 문화, 생명, 나눔, 평화를 아우르는 진정한 시민의 도량, 국민의 도량으로 거듭나도록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