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음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못된다. 다만 떨고 있는 이웃에게 모포 한 장 건네는 능력 뿐이다. 나 또한 왜소해서다. 그런 내가 측은해서 나를 끌어안고, 내가 나를 쓰다듬으며, 그 거친 길을 순하게 견뎌줘서 장하다고, 칭찬해 주자고 시를 짓는다. 매맞는 두더지처럼 때리면 맞아주고 뺏으면 빼앗기는 대로 손바닥 하아얀 빈 손일지라도, 하늘은 누구에게나 깊고 푸르고 넉넉하더라고 소리치는 것이다. 저 두더지가 맞아도 맞아도 끊임없이 고개 내밀고 세상을 두리번거리듯 살아내자고 시를 짓는 것이다.
강정이
경남 삼천포에서 출생했고, 2004년 계간시전문지 {애지}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 {꽃똥} {난장이꽃} {어제와 오늘 사이 신호등이 있나요}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