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달
연은 달빛이 차분히 스며드는 창가에 앉아 달만 보고 있었다. 한씨 상궁이 날이 춥다며 감기에 들까 노심초사였지만 그런 한씨 상궁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달만 멍하니 바라본다. 아기는 유모에게 맡겨졌다.
“상감마마께서는 무얼 하고 있으실까.”
“석강에 드실 시간이옵니다.”
“내가 공주를 낳았다고해서 많이 상심해하셨겠지? 원자를 바라셨는데.”
“…….”
“삼칠일동안 밖에도 나가지못하고 상감마마를 뵈옵지도 못하고 참으로 불쌍한 여인아니겠느냐.”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는것이옵니까.”
“한 상궁 그 날을 기억하느냐.”
“…….”
“내가 산실청에 오기 전에 마지막이라고 나를 보러오셨던 상감마마의 용안을 말이다.”
“소인이 어찌 상감마마의 용안을 뵈옵겠사옵니까.”
“그 때 상감마마의 용안은 정말 꽃같았다. 화사한 봄꽃. 정말 그리 아름다운 분은 처음이였다.”
“…….”
“어찌나 섭섭해하시던지….”
“…….”
“내 지금 당장 상감마마를 뵈러 가야겠다, 한 상궁.”
“그건 아니될 말씀이시옵니다.”
“그럼 대체 언제까지 이리 있으란말이냐!”
연이 한 상궁에게 눈을 치켜뜨고 물었다. 그러자 한 상궁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안된다고 연을 말렸다. 연이 다시 바닥에 풀썩 주저앉으며,
“교태전에 있던 꽃나무에는 꽃이 피었을까.”
“겨울이옵니다, 마마.”
“원래 겨울꽃이 더 아름다운 법이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나무는 꽃이 피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것으로 알고있사옵니다, 마마.”
“…….”
연의 표정은 다시 뾰루퉁해졌다.
그 시각, 강녕전에는 사헌부의 대사헌이 들어와있었다. 몇달전, 희가 시킨 관리들의 비리를 조사하라는 어명을 모두 끝마쳤기때문이였다. 대사헌이 희에게 올린 종이에는 많은 이름이 쓰여있었고 어떤 비리가 있는지까지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희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띄우며 대사헌에게 물러가라일렀고, 대사헌은 예를 올리고 강녕전을 빠져나갔다.
“호조판서, 김 병희. 조세를 2배로 불려 백성들에게 공납을 바치게함. 정해져있는 공납량을 조정에 바치고 남은 것을 횡령.”
“…….”
“병조판서, 한 희훈. 군역세를 군역에 동원된 사람들에게도 걷었다?”
“…….”
“그 밖의 등등. 이게 대체 일국을 이끌어가는 대신들이 하고있던 짓인가.”
“전하, 진정하시옵소서.”
“내가 지금 진정하게생겼느냐!”
“이렇게 기노하신다고 무어가 해결될수있사옵니까.”
“…….”
“성심만 상하시옵니다.”
“…….”
“이제 그만 침수를 드오심이….”
희의 고운 미간이 찡그려졌다. 상선이 야장의를 내오고, 궁녀들이 프디를 깔고 기수를 깔고, 서안을 치웠다. 다른 궁녀들이 희의 곤룡포를 벗기고 야장의를 입혔고, 희는 바로 몸을 뉘였다. 너무나 고단했다. 그럴수록 연이 더욱 더 보고싶었다.
그러나 그런 희의 마음을 아는지모르는지 다음날, 희에게 옥지 하나가 올라왔다. 분명 이건 합궁일이 쓰여진 옥지일것이다. 희는 조심스럽게 풀고 그 내용을 읽었다. 짜증이 확 솟구쳐올라왔다. 안그래도 연을 보지못하는 그리움과 연이 몸이 좋지않다는 소식에 화가 나있었는데 숙의와의 합궁일이 적힌 옥지를 보자 화가 잔뜩 치밀어올라왔다.
“이것이 무엇이냐.”
“숙의마마님과의 합궁일이 적힌 옥지이옵니다.”
“이게 대관절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것이냐. 중전이 산실청에서 아직 돌아오지않았고 또한 몸이 좋지않다 들었다. 과인이 사랑하는 여인이 저리 외로움에 떨고있는데 과인은 다른 여인을 품으라?”
“하오나 전하….”
“과인이 왜! 대관절 왜! 다른 여인을 품어야하는것이냐! 중전이 저리 애타게 과인을 찾고있는데!”
“통촉하여주시옵소서.”
“그 입 다물거라!”
“전하 부디….”
“그 입 다물지 못하겠느냐? 지금 과인을 농락하는것이더냐!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것이냐 물었다! 아직 몸도 추스리지못하는 중전을 두고 그런 중전을 두고!”
“…….”
“그런 중전을 두고 과인은 다른 여인을 품으라? 하하…하하하하하…. 이것 참 웃기지않느냐, 상선?”
“전하.”
“옥체가 미령해지었다…. 그러니 과인은 다른 여인을 품을 수 없음이야.”
“전하, 통촉하여주시옵소서.”
“그 입 다물고 물러가거라.”
“전하….”
“당장 물러가지않으면 경을 칠것이야! 정녕 사지가 찢겨 죽고싶은게로구나!”
강녕전 그 방안에는 희와 상선만이 남아있었다. 희는 고개를 떨굼과 동시에 눈물 한방울도 떨구었다. 착잡했다. 사랑하는 여인이 어제 아이를 낳아 몸도 추스리지도못하고, 자신을 만나지도못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숙의와의 합방을 추진하고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일인지 희는 혼란스러웠다. 그럴수록 하정이 더 미웠다.
조회를 마치고 온 희는 더 마음이 착잡해졌다. 부정부패를 일삼던 신료들을 벌주기 위해 의금부에게 어명을 내렸고, 의금부는 아주 빠르게 움직였다. 마침내 인사이동이 한번 이루어졌다. 호조판서에 연의 아버지인 달성부원군을 앉혔다.
“마마, 부원군께서 호조판서자리에 오르셨다하옵니다.”
“그것이 사실이냐?”
“예, 마마.”
연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희가 있는 강녕전 쪽으로 절을 올렸다.
삼칠일이 지나고 연이 산실청에서 나온다는 소리에 한걸음에 교태전으로 달려간 희였다. 그리고 마침내 둘이 만났다.
“어찌 전하께오서 교태전까지 납시었사옵니까.”
“몸은 괜찮은것이오?”
“예, 전하. 신첩, 전하께 인사올립니다.”
“아니오, 아니오! 그럴 필요 없소. 어서 안으로 듭시다.”
희가 연을 부축해 교태전의 동침전인 함원전으로 들어갔다. 괜찮다는 연을 기어코 부축해가는 희였다. 연이 누울 수 있게 기수가 깔려있었고, 연은 희의 재촉에 자리에 누웠다.
“고생하였소.”
“송구하옵니다, 전하. 신첩이 부족하여 원자가 아닌 공주를 낳았으니 신첩을 벌하여주시옵소서.”
“그것이 무엇이 중요하단말이오? 공주는 중전과 내가 사랑해서 낳은 아이이니 당연히 경사로운 일이지.”
“…….”
“내가 처음에 했던 말을 잊었소? 공주든 무엇이든 괜찮다고 다 좋다고 하지않았소?”
“……숙의와의 합궁일은 언제이옵니까.”
“그런 날은 없소.”
“신첩이 원자를 낳지못하였으니 숙의에게서라도 원자를 보아야하지않겠사옵니까.”
“그럴 수는 없소.”
“신첩은 정말 괜찮사옵니다.”
“그런 말은 하지말아주시오.”
“…….”
“내가 그간 얼마나 중전이 보고싶었는지아시오? 달만 보면 그대가 생각나니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가않았소. 그런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그런 말은 하지마시오.”
“신첩도 전하와 같은 마음이였사옵니다.”
“산실청으로 달려가 그대를 안고싶었으나 액이 낀다고하여.”
“이제보니 전하는 신첩없이는 단 하루도 살지못하시는것같사옵니다.”
“크흠….”
연의 말에 희가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강녕전으로 돌아온 희가 서안의 서랍에서 옥지를 꺼내었다. 바로 내일이였다. 희는 다시한번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전하, 언젠간 한번은 치루어야할 날이옵니다. 앞서 치룬다고하여 뭐가 달라지겠사옵니까.”
“마음에도 없는 여인에게 정을 주어야한다니 일국의 왕은 참으로 불쌍한 존재가 아니겠느냐.”
“전하….”
“상선도 나를 불쌍히 여기는것이냐. 왜 그런 동정의 눈으로 나를 보는것이냐.”
“중전마마께오서는 헤아려주실것이옵니다.”
“내가 내 자신을 헤아리지못하니 그게 더 큰 일이 아니겠느냐. 중전이 아무리 헤아린다고한들 내 마음이 거부하고있으니.”
“…….”
“그러다 숙의가 회임을 하게된다면…. 더군다나 원자라도 생산해낸다면.”
“전하.”
“그건 싫구나.”
“종묘사직을 지키셔야하옵니다.”
“…….”
“종묘사직을 지킴이 우선이라고 세자시절 배우시지않으셨습니까.”
“…….”
“헌데 어찌하여 그리 흔들리시는것이옵니까.”
“나는 너무 힘들고 슬프구나.”
“…….”
“달빛 역시 서글퍼보이는구나.”
희가 창밖의 달을 보며 한 마지막말이다.
“명일, 영릉향이 담긴 목욕물을 준비하라 이르거라.”
벌써벌써 18회가되었습니다ㅠ^ㅠ
사극풍의 소설은 처음이라 부족한게 많아요..ㅠㅠ
더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첫댓글 우아..잼있었요.
감사합니다ㅠ^ㅠ
흑흑 결국 합방ㅇ이뤄지는것입니까??아니되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과연과연!!!!!!!!!!!!!!!!!!!
중전은공주만회임하는것인가ㅠㅠ
ㅠ^ㅠ
젬있게 보고가요...
감사합니다!
많이 기다렸어요. 중전이 원자 아기 얻을수 있기를 ....
ㅠㅠ아이구아이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이거 잇는뎅 ㅎㅎㅎㅎ 원본 이써염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근데 이것도 잼잇네영 ㅋㅋㅋ
ㅠ^ㅠ저도원본봤습니다!!!드라마볼때보다더떨리는텍스트..ㅠ0ㅠ감사합니다!
너무 재밌게 보고 있어요 자주 올려주셔요~~~~~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