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단상]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김하늘, 체칠리아, 배우)
2019.01.13 발행 [1498호]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남동생과 함께 세례를 받았습니다.
외가는 외할머니부터 천주교 신자셨습니다. 가끔 우리 식구들이 처음 하느님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 엄마의 얘기를 들으면 그렇게 재밌을 수 없었습니다. 식구 중에 제일
처음 하느님을 알게 된 분은 큰이모셨습니다. 큰이모가 옆집 이웃을 통해 하느님을
알게 되었고, 할머니, 할아버지께서도 뒤이어 성당에 가시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엄마 역시 자연스레 성당에 다니게 되셨다고 합니다.
엄마는 세 자매인데,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엄마와 동생, 언니, 셋이서 주일이면
성당에 가셨습니다. 그때 엄마는 성당에 가는 것이 그렇게 싫었다고 합니다. 엄마가
그 당시 살고 있던 곳은 깊은 시골이라 성당까지는 적어도 두 시간 이상 걸어가야
했는데, 성당에 가려면 새벽에 일찍 일어나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어렸던 엄마는
그런 일들이 힘드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큰이모는 항상 한 시간 더 일찍 일어나셔서
머리를 곱게 빗으시고 동생들을 기다리셨다고 합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들을 때 이모들의 어린 모습을 상상하며 늘 흥미로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 시절 그렇게 힘들어했다는 엄마는 오늘도 여전히 우리 가족을
위해 열심히 기도해주시고 계십니다. 아빠 역시 엄마로 인해 하느님을 알게 되셨고,
이모들이랑 결혼하신 이모부들과 그 자녀들, 친척들까지 모두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 모두는 다 천주교 집안이 되었습니다.
이런 가정환경 덕에 저도 이렇게 천주교 신자가 되어 저의 이야기를 쓰고
있네요. 요즘엔 차도 있고 동네마다 성당이 있어서 하느님과의 거리가 이렇게 가까운데도
아프다고, 피곤하다고, 오늘은 일이 바쁘다고 주일 미사에 참여하지 않는 저를 보며
반성합니다. 그럴 때마다 이모들을 마음속에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때 이모들로 인해
우리 가족들이 다 하느님을 알게 되고 하느님 안에서 만나고 교류하고 함께함에 깊은
감사를 느낍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하느님 중심의 가족 분위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또 한
번 깨닫습니다. 살다 보면 때로는 기도를 하기 싫을 때도 있고 너무 피곤해서 소리를
내기조차 힘들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힘들고 피곤해서 눈을 감은 채 비몽사몽 간에
기도를 하고 있으면 주님께서 내 곁에서 안아주시며 함께 기도해주셨다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외국을 가서도 성당을 찾게 되면 꼭 성수를 찍어 성호경을 긋고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기도를 드립니다. 그러면 그곳이 어디라도 마음이 편해집니다. 주님께서
나를 보호해 주신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시상식이나 중요한 자리에 가게 되면
긴장을 하고 떨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성호를 긋고 기도를 하면 순식간에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그럴 때 생각하게 됩니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는구나. 어려움이
와도 걱정이 되지 않습니다. 기도할 수 있으니까요. 하느님께서 우리 가족을 지켜주시고
늘 함께해주셔서 오늘도 저는 또 감사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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