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모든 일을 자기한테 유리하게 해석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사실을 재미나게 풀어낸 영화가 있는데, 바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입니다.
이 영화 줄거리를 짧게 말씀드리자면, 이렇습니다.
헤이안 시대에 교토의 남문인 라쇼몽羅生門에서 폭우가 그치기를 기다리면서
세 남자가 얼마 전 일어난 어느 사무라이의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한 남자는 이 사건을 목격한 나무꾼이었는데,
관청에서 벌어진 관련 인물들의 심문 장면을 생생하게 전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관련 인물들인 산적 타조마루와 죽은 사무라이의 아내인 마사코와 무당을 통해 나타난
사무라이 타케히로가 차례대로 진술하였는데, 서로 내용이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그래서 사건은 미궁에 빠집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자기는 아무것도 본 게 없다고 관청에서 진술했던 나무꾼이
자기 이야기를 듣는 두 사람에게 실제로 일어난 사건은 이렇다며 들려준 진술 내용 역시
앞의 세 진술 내용들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렇게 같은 사건이나 현상을 두고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면서 인식하는 현상을 두고
‘라쇼몽 효과’라고 합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나의 과실은 줄이고 남의 잘못을 크게 부각시키고자 하는 이기심으로 인하여
인간은 자신의 기억마저 스스로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 사람들과 갈등을 겪거나 크고 작은 다툼이 있고 나면,
대부분 나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고 상대방만 잘못한 것으로 기억하곤 합니다.
용서와 화해를 향한 길을 나의 이기심이라는 돌로 꽉 틀어막고 있는 것입니다.
혹시 이럴 때 우리 양심을 다시 살려내고 싶다면,
“돌을 치워라.” 하시는 주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 나만 아무 잘못이 없는 것 같은 착각은 모두들 하며 삽니다.
회개한다는 것은 그런 착각이 착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신희준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