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윤아(딸) 컨디션이 이상해서 서울성모병원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 와서 진단검사를 받았어요. 마스크 꼭 쓰시고 사람들과 지내세요. 음성이 나오면 괜찮지만 혹시 모르니까요. 6시간 후에 결과가 나온대요."
지난 6월 13일 오전 11시경 아내로부터 이런 문자가 들어왔습니다. 그 시각 저는 골프장에 있었습니다. 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딸아이가 열이 나고 몸이 아프고 몸살 증세가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별일이 없겠지만 혹시 문제가 생기면 오늘 아침 골프장에서 같이 식사한 8명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 사실을 동반자들에게 알려야 하나. 계속 골프는 하는 것이 맞나, 아니면 중단하여야 하나.' 걱정이 머리를 꽉 채웠습니다.
우선 우리 팀 동반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저는 그분들과 철저히 사회적 거리 2미터를 유지하였습니다. 골프 치는 내내 걸었습니다. 대화는 가급적 삼갔습니다. 결과까지 6시간이라면 꽤 남아 있습니다.
얼렁뚱땅 골프 라운딩을 마치고 저녁은 생략한 채 귀갓길에 올랐습니다. 동반자 7명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동반자들도 어떻게 대처하여야 할지 몰라 당황해하였습니다.
결혼식에 참석하여야 하는 분, 가족과 저녁 약속을 한 분, 각자 사정은 달랐지만 어떻게 하여야 하나 걱정이 되어 저에게 이런저런 문의를 하였지만 결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달리 답변할 것이 없었습니다.
서울로 가는 도중에 동반자 한 분이 전화를 해왔습니다. "우리는 따님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골프장 식당에서 술 마시고 있기로 했어요. 덕분에 한잔하게 되었네요. 결과 나오면 알려 주세요."
오후 4시 8분, 딸아이 문자가 왔습니다. "[서울성모병원] 조윤아 님이 6월 13일 시행한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사 결과 음성임을 알려드립니다." 예상대로 음성 판정이 나온 것입니다.
저는 동반자 카톡방에 즉시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분들을 식당 [감옥]에서 해방시켜드려야 할 의무가 있었던 것이지요. 카톡방에는 다행이라는 반응들과 함께 다양한 반응이 올라왔습니다. "휴, 안심하며 손자들 만나러 가겠습니다." "덕분에 지금까지 잘 마시다 갑니다."
반나절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실감한 하루였습니다.
사실 그다음 날인 6월 14일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이 귀국하는 날이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공항에서 픽업은 어떻게 하고 자가격리는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 등에 관해 인터넷을 찾고 관계 기관에 문의하는 등 상황에 대처하는 방안을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주위 많은 분들로부터 가족이 외국에서 귀국하여 자가격리를 시키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막상 직접 당사자가 되니 모르는 것 투성이였습니다. 우선 공항에서 어떻게 픽업할 것인지가 문제였습니다.
가족이 완전 방역을 하고 픽업하는 방법이 있고, 해외입국자용 전용 특별방역택시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이 방법을 놓고 아내와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저는 전자를 주장했고 아내는 후자를 택했습니다.
"정민(아들)이가 자가격리할 지역인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처음 확진자가 유학생이고, 마스크를 하고 데리고 왔는데도 그 부모도 걸렸대요. 조심하는 게 좋을 듯해요." 아내의 논거였습니다.
갑론을박 끝에 아내가 차로 데리러 가는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저도 가려 하였지만 인원을 줄이는 것이 좋겠다는 아내의 의견을 따랐습니다.
새벽 5시 아내는 공항에서 아들을 픽업하여 일단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자가격리 숙소로 데리고 왔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일행을 맞았습니다. 숙소에서 잠시 기다렸다가 9시 처인구청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날부터 2주간의 자가격리가 시작되었습니다. 다행히 3일 전에 먼저 귀국한 동생네 가족 3명이 같은 장소에서 자가격리 중이라 식사는 해결이 되었습니다. 필요한 것은 나머지 가족들이 공급하기로 하였습니다.
4명이 자가격리를 하여도 1인 1실에 화장실도 각자 사용하여야 하고 서로 격리된 채 살아야 하는 것이 규정이었습니다. 그곳은 사실상 [감옥]이었습니다. 이번 주 일요일까지 아들의 자가격리는 계속됩니다.
아들의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습니다. 같이 자가격리하는 동생네 가족 3명도 모두 음성이었습니다. 전원 음성이니 편하게 지내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잠복기가 있으니 2주는 철저히 규정을 준수하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 5개월이 지났습니다. 수많은 뉴스를 보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지만 코로나19는 남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딸과 아들의 일을 겪고 나니 우리 일이라는 실감이 났습니다.
처음 대구에서 확진자가 쏟아질 때, 확진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존재하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태원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모두 음성이 나왔지만 코로나19에 대한 간접 경험을 하고 나니 이런 문구가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지금 마주하고 있는 직원은 고객님의 소중한 가족일 수 있습니다." 매장에 있는 표어입니다. 그 표어는 이런 표어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매일 발생하는 코로나19 확진자는 우리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0.6.22. 조근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