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걸음 이전과 한 걸음 이후가 '변화' 그 자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 걸음 사이에 이미 이전의 것은 지나가고 새로운 것이 다가온다.
같은 풀, 같은 꽃, 같은 돌멩이, 같은 나무라도 한 걸음 사이에 이미 그 자태가 변해 있다.
- 서영은의《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중에서 -
* 한 걸음에 인생이 바뀝니다.
처음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작은 걸음 하나가 방향을 바꾸어 놓습니다.
그래서 맨 앞에 선 사람의 발걸음이 중요합니다.
그 한 사람이 첫 한 걸음 잘못
디디면 많은 사람들이 아무 영문도 모른 채엉뚱한 곳으로 가게 됩니다. (2015년 6월17일자 앙코르메일)
-고도원의 아침편지에서-
💜 시절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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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우중충한 먹구름
비 왔다갔다
기분도 들쑥날쑥
아침에 비내리지 않는다하여 파크볼 치러 가려고 새벽에 일어나 톡을 보내고 나니 다섯시가 살짝 넘었다
밖을 내다보니 구름이 가득 웅크렸다
비내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예보가 틀렸나?
집사람에게 파크볼 치러 가자니 오늘은 별 생각 없다고
그래도 비오지 않는다니 웬만함 볼치러 갔다오자며 나가서 동물 먹이를 챙겨 주었다
닭장의 새끼기러기에겐 후기 사료를 좀 먹여야할까보다
큰 동물들과 함께 있어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해서인지 빨리 크질 않는다
새끼들이 먹을 수 있도록 싸래기를 따로 주었다
병아리장에 있는 중닭들은 어제 준 미강을 다 먹지 않았다
오늘은 싸래기만 주었다
배고프면 어제 버무려 준 미강을 먹겠지
빗방울이 한방울씩 떨어진다
아이구 볼 치러 가기 틀렸다
집사람은 베란다 청소 한다고 나간다
난 할 일 없어 다시 침대에 누워 잠 한숨
집사람이 아침을 먹자고 깨우는데 생각이 없어 그대로 누워 있었다
날씨가 찌뿌등하니 몸도 마음도 다운되는 것같다
집사람이 서울아짐 집에 가서 들깨모를 얻어 와야겠다며 나간다
올핸 여기저기서 들깨모를 얻어다 심는다
계속 누워 있는 것도 따분
하지감자를 쪘다
하지감자를 씻을 땐 양판에 감자를 넣고 물을 조금 부은 뒤 손으로 감자를 휘저어 씻는다
그럼 감자끼리 서로 부딪히며 껍질에 묻은 흙이 잘 떨어져 나간다
감자 찌는 사이 무협유트브 한편
심심하면 무협 유트브를 본다
깊이 생각할 필요 없고 그저 눈만 즐거우면 된다
집사람이 모종을 많이 얻어 왔다며 같이 심잔다
지금까지 얻어 온 모종 중 가장 좋다고
서울 아짐이 두둑을 만들어 모종을 잘 냈더란다
아산 내동아짐도 모종을 얻어 갔다며 우리도 내년엔 그와 같이 모종을 내 봐야겠다고
감자 한알로 요기하고 가서 들깨모종을 같이 심잔다
아이구 난 하기 싫은데...
그래도 저리 하자니 별 수 없이 따라 나서야지
집사람은 먼저 내려가 심고 있다
작업복으로 갈아 입고 리어카에 들깨모를 싣고 내려갔다
강낭콩을 모두 뽑고 그 자리에 들깨모를 심고 있다
강낭콩 옆에 팥을 심어 놓았는데 고라니가 팥잎을 뜯어 먹었다
저런
여긴 집에서 가까운 솔밭이며 요즘 웅이가 풀어져 있어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고라니가 더 이상 잎을 따 먹을 수 없도록 줄을 치란다
지주를 가져와 빙둘러 꽂고 고추줄을 위아래로 쳐 놓았다
아래 밭엔 이와같이 해 놓았더니 고라니가 손대지 않았다
이젠 좀 안심될까?
그래도 자주 살펴보아야겠다
집사람은 풀을 매어가며 들깨모를 심고 있다
거긴 그냥 풀이 자라도록 놔두어도 좋으련만...
부지런한 농부라 조그만 땅에도 뭐라도 꽂아 놓아야 직성 풀리겠지
참깨두둑 아래에 들깨모를 심으면 좋단다
참깨를 베고 나면 들깨만 남는다고
또 참깨 두둑에 심은 들깨가 수확도 많이 난단다
참깨 고랑 하나를 타고 가며 양 두둑 아래에 들깨모를 심었다
참깨가 아주 크게 자랐다
내 키를 훌쩍 넘었다
아직도 계속 꽃이 피면서 자라고 있다
다른 집 참깨는 꽃이 더 이상 피지 않던데 우리 참깬 언제까지나 꽃이 필까?
올핸 참깨라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
엉덩이 받침인 쪼그리에 앉아서 모종을 심어가도 고관절이 꽤 아프다
무릎이 굽혀지니 아픈 것같다
이 아픔을 언제쯤 떨어낼 수 있을까?
한고랑을 다 심었다
다시 한고랑 심으려다가 다리가 아파 더 이상은 어렵겠다
집사람은 풀을 매 들깨모를 심은 뒤 그 옆에 있는 서리태 콩밭을 매주고 있다
지금 한번 매주어야 서리태가 크겠다고
웬만큼 일하고 이젠 끝내자니 마저 하고 올라가겠다며 점심 때 생고기나 먹잔다
집에 오니 12시가 넘었다
샤워하고 농협하나로 마트에 갔다
오늘은 생고기가 들어 들어 오는 날
생고기와 우유를 샀다
집사람이 일을 끝내고 올라왔다
베란다에 상을 차렸다
생고기와 함께 밥 한술
난 막걸리 한잔
일한 뒤 마시니까 술술 잘 들어간다
우릉우릉 천둥소리 나더니 비가 쏟아진다
오늘은 비가 오락가락 내린다
낮잠 한숨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4시
많이도 잤다
집사람은 들깨모 옮긴다고 내려간다
난 예초기로 집 뒤 풀을 벴다
장마통에 풀이 엄청 자랐다
한번 베어주어야 뒷밭을 다닐 수 있겠다
뒷밭에 심어 놓은 호박이 별로 자라지 않았다
올핸 퇴비를 주지 않고 심었더니 자라지 않는 것같다
작물은 퇴비를 많이 주어야 튼실하다
뒤쪽 풀을 다 베고 난 뒤 마당가 잔디를 베었다
좀 베고 있는데 천둥소리 들리며 비가 쏟아진다
천둥 치는데 예초기를 돌리는 건 아주 위험
예초기를 하우스에 넣어 두고 우산을 들고 아래 밭으로
집사람도 비 오니까 모종을 심다 일어선다
이 비를 맞아 가면서까지 일할 필요 없겠지
애호박과 가지를 따왔다
옆집 임사장님에게 몇 개 가져다 주란다
있으면 서로 나누어 먹어야한다고
임사장님이 맨날 얻어 먹기만 해 미안하다고
맛있게 드시라 했다
강진 처형이 서울 올라가셨단다
25일에 진료 받기로 했는데 다른 병원에서 낼 모레 진료받기로 했다고
다행이다
빨리 수술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막걸리 한병 들고 베란다로
이슬비 내리며 조양뜰에 은은한 안개 노적봉엔 운무가 인다
술한잔 홀짝이며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화롭다
시골 삶에서만이 맛볼 수 있는 여유로움이다
서서히 어둠이 몰려온다
오늘 하루 난 잘 살았을까?
꼬끼오
수탉이 홰를 치며 새벽을 깨운다
님이여!
오늘은 제헌절
헌법에 있는 공익 정신이 실현될 수 있는 나라이길 소망해 봅니다
오늘도 님의 따뜻한 한마디로
주위에 행복을 전하는 날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