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3. 12. 11. 월요일.
종일토록 겨울비가 조금씩 내렸다.
오후에 우산을 손에 들고는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서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 나갔다.
늙어서 등허리가 가뜩이나 휘어졌어도 천천히 걷기운동이라도 해야 했다.
이따금 멈춰 서서 주먹 쥔 손으로 등허리를 두들기면서 느리적거리며, 천천히 발걸음을 떼었다.
석촌호수 산책로에는 비에 젖은 낙엽이 무척이나 많이 떨어져서 시멘트 길바닥 위에 찰싹 달라붙었고,
늙은 청소부들이 대나무 빗자루로 낙엽을 쓸려고 하나 잘 됄 턱은 없을 터.
비가 약간 내려서 구질거리는데도 청소하는 노인네들이 예닐곱쯤 되었다.
등에 짊어진 전동기계는 아예 작동하지도 못하는 것일까?
나는 이들 청소부 노인들한테 고마워 한다.
청소를 하기에 석촌호수 산책로는 늘 말끔하며, 깔끔하다.
청소부들은 궂은 일을 해서 노임을 받고, 그 노임으로 가정생활을 할 게다.
나는 노동의 가치를 알기에 청소하는 분들한테는 마음속으로 고개를 끄덕거린다.
석촌호수 한 바퀴는 2,562m.
서호 놀이마당 인근 남쪽에 있는 공중화장실에 들러서 오줌을 찔금거리며 눴다.
화장실 안쪽에는 노숙자 영감이 종이박스를 펴서 그 위에 앉았고, 바로 곁에는 커다란 가방이 하나 놓여 있고.
화장실 안쪽에서 노숙할 차림새였다.
평소에도 석촌호수 산책로 벤치를 차지한 노숙자 늙은이 서넛이 된다.
벤치 위에 커다란 우산을 펼치고, 커다란 가방을 올려놓고.....
날씨가 온화한 때는 바깥 산책로 곁에 있는 나무 그늘 아래 벤치 위에서 쉬거나 노숙을 한다지만 오늘처럼 추운 겨울철 날씨에는 어디에서 잠을 자야 할까?
아무리 그렇다라고 해도 남자 화장실 안쪽 맨바닥 위에 종이박스를 펴서 그 위에 쪼그리고 앉아서 노숙하기에는 좀 그렇다.
잠 잘 것인가?
나는 오줌을 누면서, 노숙자를 힐끔 쳐다보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숙자가 안타운 게 아니라 그의 어미가 안됐다는 생각이 먼저이다.
하필이면 저런 자식을 낳고, 젖 물려서, 키웠을까?
전국 곳곳에는 노숙자가 무척이나 많을 게다.
이들 개개인마다 다들 어미가 있었을 게다.
어렵사리 낳은 자식을 어떻게 키웠길레 .... 그 자식이 늙어서는 노숙자가 되었다니....
추운 겨울철인데도 공중화장실 안쪽 맨바닥에 종이박스를 깔고는 그 위에 앉아서 하룻밤을 자야 하다니....
일제강점기시대에 태어났고, 학교 교문이 어디에 붙었나도 모르는 무학의 내 아버지와 어머니.
나는 해방 뒤인 1949. 1. 21. 추운 겨울철에 충남 보령의 서해안 산골 아래, 빈촌에서 태어났다.
내 부모가 힘겹도록 노동 일을 해서, 돈 벌어서 자식인 나한테 밥을 떠 먹였고, 자식이 초중고교를 거쳐 대학에 다니게끔 학비를 마련해 주셨다.
내 집나이 설흔다섯 살 때에 아버지는 집나이 66살이었고, 서울대학병원에서 폐암 진단을 받고, 대전에서 돌아가셨다.
내 어머니는 만95살이 된 지 며칠 뒤에 지방병원에서 돌아가셨다.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한테서 은혜를 많이 받았으나 나는 그 은혜 즉 빚을 제대로 갚지 못했다. 특히나 아버지한테는 전혀 갚지 못했다.
나는 미관말직이라도 공직자가 되어서 서울에서 30년이 넘게 일하다가 정년퇴직을 했다. 정년퇴직해서야 시골로 내려갔다. 아흔살이 되도록 시골에서 혼자서 사는 어머니와 둘이서 몇해 함께 살았다.
나는 어머니한테는 눈꼽만큼이나 빚을 갚는 체했다.
2023년 12월 현재. 나는 집나이 일흔여섯 살, 만74살이다.
나는 거리의 노숙자 생활은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다.
내 성격상 꼼지락거리면서, 무엇이라도 해서 돈을 벌려고 애를 쓸 게다.
퇴직한 지도 만15년이 훨씬 지났다.
쥐꼬리보다는 약간 더 긴 연금생활자이기에 나는 돈 한푼이라도 아껴서 쓰려고 한다.
허름한 물건 하나라도 아주 소중하게 여겨서 끝까지 다 쓰려고 한다. 다 쓴 폐품이라도 다른 용도로 재활용하려고 한다.
퇴직한 뒤로는 동전 한닢도 벌지 못하지만 대신에 돈 씀씀이를 따져서 돈을 절약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성미이기에 나는 길거리의 노숙자 생활은 꿈도 꾸지 못하며,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노숙자한테는 부모를 봉양해야 할 자식이 전혀 없을까?
자기 부모인데도 노숙자가 되도록 마냥 방치하는 것일까?
왜?
나는 등허리가 아파서, 허리를 겨우 쳐들다시피 천천히 걸으면서 살고 있지만서도, 몸이 무겁지만서도 무엇인가를 일해서 돈을 벌고 싶다. 내 삶은 남한테 구걸해서, 얻어 먹어야 살 수 있는 그런 노숙자, 거지, 거렁뱅이, 양아치 등은 전혀 아니다.
서해안 산골 아래에서 모자간, 둘이서 살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서야 나는 처자식이 있는 서울로 되올라왔다.
나는 퇴직한 지도 하도 오래되었기에, 서울에서는 100% 무능한 백수건달이지만 마음은 늘 시골로 내려가서 텃밭농사를 짓고 싶다.
삽과 괭이로 땅을 파서 흙을 뒤엎어서, 씨앗을 뿌리고 풀을 뽑으면서 수확량을 더 늘리는 그런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다.
특히나 먹을거리 농사를 짓고 싶다. 때로는 키우는 재미로, 화초농업을 연구하는 의욕으로, 눈으로 즐기는 화초와 화목농사도 짓고 싶다.
내가 시골생활을 잊지 못한 탓일 게다.
내가 사는 서울 송파구 잠실의 비좁은 아파트 안 거실과 베란다에는 크고 작은 화분이 140개 쯤이나 있다.
아내가 이틀마다 쌀 씻은 쌀뜨물을 나한테 건네주면 나는 이를 덜어서 화분 속의 식물한테 조금씩 나눠서 준다.
이처럼 허드렛물이라도 소중히 여겨서 이를 재활용하려고 한다.
....
내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노숙자 생활.
이 추운 겨울철에 공중화장실 안쪽 구석, 맨바닥에 종이박스를 펼치고, 그 위에 앉아서 쉬거나 잠을 자고 싶지는 않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서호 놀이마당 옆 공중화장실 안에서 노숙하는 노인네가 무척이나 그렇다.
내가 결코 닮고 싶지 않은 거렁뱅이, 거지 꼬라지이다.
나중에 보탠다.
2023. 12. 11.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