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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만 2023. 8. 23. 08:00
김성근 감독과 김인식 감독은 작고한 김영덕 감독이 너무 일찍 현역 지도자를 그만뒀다고 아쉬움을 나타낸다. 젊음과 경험 등 다양성이 조화를 이룰 때, 그 생태계는 발전하기 때문이다. (사진=해피라이징 제공)
KBO리그에서 명감독이라고 했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들이 김성근 감독과 김인식 감독이다.
김성근 감독은 프로야구가 출범할 때 OB(현 두산)에서 투수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OB와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SK(현 SSG), 한화 등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특히 SK 시절에는 3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팀을 이끌었다. 그리고 일본 지바롯데와 소프트뱅크에서 코치로 활동하며 한국야구의 우수성을 알리기도 했다. 23년간 감독 생활을 하며 통산 1,384승 1,202패 60무를 거뒀다.
김인식 감독은 1986년 해태(현 KIA) 수석 코치를 맡으며 프로야구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쌍방울과 두산, 한화에서 사령탑에 올라 1995년과 2001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또한 국가대표 감독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을 통해 한국야구가 세계야구계와 대등한 경기력을 펼치는 용인술을 보여줬다. 감독으로 통산 성적은 978승 1,033패 45무를 남겼다.
‘머니피치’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이 두 명장에게 ‘감독의 조건’에 대해 물어봤다.
김성근 리더는 아버지와 같은 위치에서 자식을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조직의 목적이 뭔지를 알고, 하게끔 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추가적인 것은 신뢰와 감성이다. 이런 것들을 선수에게 주고, 개발시켜줘야 한다. 아주 근본적인 것은 선수들이 명예와 부를 만족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김인식 리더는 조직의 모든 것을 스스로 보고 느끼고 결정하는 자리다. 그러기 위해서는 믿음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 선수나 코치들이 ‘아! 이 사람의 내린 결정이라면 맞을 것이다’는 신뢰가 생기게끔 하는 것. 결정은 본인이 하지만, 제삼자가 인정하는 게 리더다. 후배 감독들에게 얘기해 준다면, 감독의 조건은 보는 눈도 있어야 하지만, 따뜻한 가슴이 제일 중요하다. 아랫사람들의 잘못을 감싸 안을 수 있어야 하고, 때로는 못 본 척도 해야 한다. 그 속에서 감독은 고독을 절실히 느낀다. 가정으로 보면, 아버지 같은 역할 아닐까.
그런 면에서 후배 감독들이 잘하고 있지만, 몇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나는 코치를 4년 하고 감독을 17년 했다. 모두 21년을 한 것이다. 오래 했다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감독이라는 자리를 알기 위해서는 400승과 400패를 해봐야 하지 않나 싶다. 승리를 통해서 기쁨은 알게 되지만 느끼지 못하는 것도 있다. 400패는 해봐야 그 쓰라림을 안다. 나 역시 그 과정에서 잘못된 결정도 내렸지만, 그 패배를 통해 고쳐 나갈 수 있었다.
팀 전력이라는 것은 항상 좋을 수 없다. 언제나 굴곡이 있다. 팀이 아무리 강하고, 조직이 잘 이루어졌다고 해도 10년을 못 간다. 침체에 빠지고, 계속 지더라도 실망해서는 안 된다. 참고 견디면, 다시 일어설 기회가 온다. 끝없이 지고 있는 팀에 그런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또 팀이 잘 되면, 내가 잘해서 그렇다는 착각을 하기 쉬운데, 400승과 400패를 해보고 나면, 그런 생각도 안 들 것이다.
김성근 결국, 핵심은 경험이다. 게임의 결과를 통해서 실패로 끝을 내느냐, 시행착오가 되느냐는 차이가 있다. 앞으로 새로워지느냐,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느냐가 중요해질 걸로 본다. 그것에 따라 자신의 생각만으로 야구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많은 배움을 통해서 넓은 시야로 하느냐는 차이가 생긴다. 김인식 감독이나 나나 현역에 있는 감독들과 다른 점은 결국 경험이다. 오랜 기간 하게 되면 좋은 점과 나쁜 점, 그리고 쓰라린 부분에 대해서 잘 알게 된다.
직감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젊은 감독들이 많이 배워야 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우려되는 부분은 현재 KBO리그 감독들의 나이가 대부분 동년배라는 것이다. 원하건, 원치 않건 나이대가 같으면 생각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게 일정 부분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야구와 같은 좁은 틀 속에서 성장한 사람들이라면, 더 닮아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좋을 때는 한없이 좋지만, 나쁠 때는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질 수가 있다.
김인식 일리가 있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승리와 패배, 모두 경험을 해봐야 한다. 딱 뭐라고 얘기하기는 그렇지만, 눈에는 보인다. 최근 프로야구 경기를 보면 마음에 드는 게 많지는 않다. 경험이 좀 부족한 게 느껴진다. 나이를 먹어서 많은 경기를 치러봤다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실제로 느끼고 눈에 보인다. 염려스럽지만, 지금 현역 감독들도 쌓여야 하지 않겠나 싶다, 경험이.
김성근 감독은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게, 목적의식을 심어주면서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게 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사진=머니피치)
김성근 경험의 전수라는 측면에서는 윗세대인 김영덕 감독 등이 너무 일찍 그만뒀다. 이것은 그다음 세대에게 전수해 줄 시간이 없었다는 의미가 된다. 경험은 반드시 전수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것은 가르쳐야 한다는 게 아니라 후배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는 얘기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리가 확 한 군데 몰리는 게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 같은 시기의 후배 감독들이 모두 모이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조금은 다양한 경험과 철학을 가진 감독들로 구성되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보면, 이런 부분들도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언젠가 다시 변화의 시기가 올 것으로 본다.
김인식 내 생각도 같다. 변화의 시기는 올 텐데, 지금의 야구가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지도 중요하다. 최근의 야구가 조금은 재미가 없어진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투수의 교체 타이밍이 그렇다. 이 투수를 오늘 쓰고, 내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아쉬운 점이 많다. 이기는 경기다. 몇 점을 앞서고 있다. 중간에 던지는 투수가 잘 던지고 있다. 이기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못 느끼는 것이 있더라고.
나 같으면, 이 투수를 빨리 빼서 다음 경기, 그다음 경기까지도 생각해 볼 것 같은데, 소모할 필요가 없는데, 왜 소모하는지 모르겠다. 결과를 알 수는 없지만, 지금 던지는 이 투수보다 떨어지는 투수가 나와도 이길 수 있는데, 계속 던지게 하면, 다음 경기에 못 나온다. 자신의 팀이 가진 자원과 그 자원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들이 느껴진다. 재미있는 건 이기고 있는 경기를 잘 활용하지 못해서, 다음 경기, 또 그다음 경기를 어렵게 갖고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 김성근 감독이 SK에 있을 때다. 상대는 두산이었는데, 글로버가 잘 던지고 있었다. 그런데 김성근 감독은 6회에 빼더라. 그 상황은 투수를 바꾸어도 되고, 안 바꿔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바꿨다. 과연 그런 상황에서 다른 감독들이 글로버 같은 투수를 뺄 수 있을까. 감독 시절, 김성근 감독의 야구가 두려운 점은 그런 부분이다. 이미 얻어맞기 시작했을 때 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일반 야구팬도 그런 상황은 다 안다. 그렇기에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변화를 준다는 게 대단한 거다. 최근 프로야구 경기를 보면 나나 김성근 감독이 볼 때 다른 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많다.
이렇게 김성근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니까 너무 좋다. 야구인을 만나 공개적으로 한국야구에 관해 이야기한 게 언제였나 싶다. 있기는 있었지만, 막상 딱 떠오르지가 않는다. 그만큼 기회가 적었다는 의미다. 이번에 김성근 감독과 이야기한 것은 우리가 잘난 척하기 위한 게 아니다. 앞으로 김성근 감독이나 나보다 더 뛰어난 감독들이 계속해서 많이 나오기를 바라고 한 얘기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야구가 발전하고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김성근 이런 대화가 실업야구 시절 감독하신 분들 이후로는 끊긴 것 같다. 우리가 그동안 이런 야구 담론이 단절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야구의 미래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없었지 않나 싶다. 김영조 선생, 강대중 선생, 장태영 선생 등 이분들은 한국야구의 미래만 생각했고, 그 의견들을 수시로 나눴다. 그것이 이어지지 못했다. 결국, 우리가 지금 고민하는 것은 이런 경험의 단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인식 감독은 “리더십은 지도자의 솔선수범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라’고 지시하는 것에서 나오지 않는다”라고 밝힌다. (사진=한국야구위원회 제공)
김인식 우리나라 야구 역사를 얘기하면, 그 시작이 1905년이라고 하는데, 실은 1904년이라고 한다. 1945년 광복 후 일본에서 교육을 받고 야구를 했던 분들, 김영조 선생이나 강대중 선생 이런 분들이 있었다. 그다음에 국내에서 하시던 분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 야구팬들도 잘 아는 매년 고교야구 최고 타자에게 주는 이영민 타격상의 주인공이신 이영민 선생, 김일배 선생 이런 분들이 있었고, 그 이후에 김계원 선생, 장태영 선생 등이 있었다. 거기에서도 막내급이 김양중 선생이었다. 그분들이 한국야구를 만든 거다. 그분들 밑에서 배운 제자들이 한국 프로야구 초창기를 이끌었다. 그 역사의 끝에 김성근 감독이나 내 세대까지가 있다.
그 당시 그분들은 야구뿐만이 아니라 야구 외적인 것들도 많이 알려주셨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가, 그분들이 일본에서 도쿄대학이나 와세다대학 등을 나오셨다. 야구도 잘하셨고, 공부도 잘하셨다. 그런 분들이 초창기에 기틀을 잘 잡아주셨기 때문에, 지금까지 오랜 세월 야구가 잘 유지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도 야구는 잘한다. 하지만 야구 외적으로는 오히려 떨어지지 않나 싶다. 그런 염려들 때문에, 앞으로 문무를 겸비한 훌륭한 지도자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한편으로 보면, 우리도 잊힐 수 있다. 지금 내가 설명한 초창기 한국야구를 이끄신 분들의 이름을 쭉 얘기했는데, 이분들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다. 세월이 흐르면 잊힐 수 있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서 잊히는 것은 슬픈 일이다.
김성근 예를 들면, 지금 텔레비전에 이미자 씨나 패티 김 씨 등이 나오나? 안 나온다. 그분들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람들이었다. 새로운 것을 쫓아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옛 것을 존중하면서 갈 수도 있는데 그렇지 못하다. 김인식 감독이 얘기하는 흐름은 바로 이런 거다. 우리나라는 유교 사회라고 한다. 이는 조상을 존중하면서 산다는 의미인데, 그런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실업야구 기록도 다 없어지고 모르지 않나. 이제부터라도 기록해 나가야 한다. 그게 한국야구의 역사다.
김인식 우리도 제대로 못 가르쳤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걱정된다. 언젠가는 다들 뿌리를 찾고 그렇지 않나. 우리 야구도 과거에 역사가 어떻다는 것 정도는 알아야 한다. 아무리 새로운 세대라도, 알건 알아야 하지 않나. 야구가 퀴즈에 나와도, 어느 정도는 맞출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소한 옛날 선배들에 대한 고마움을 알아야 한다. 아까 얘기했던 박현식 선생, 장태영 선생 이런 분들이 나중에는 야구행정가가 됐다. 프로야구가 이런 분들의 도움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것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나 싶다. 특히, 선수들은 옛날 역사를 몰라서는 안 된다. 단순히 야구만 잘해서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
너무 옛날 얘기만 한 것 같은데, 최근 얘기로 다시 돌아와 보면, 요즘은 세상이 참 좋아져서, 국외로 코치 연수들을 많이 나간다. 이건 좋은 일이다. 코치나 감독은 선수와 다르다. 야구의 깊이는 둘째치고 인품이나 성품이 달라져야 한다. 가슴속에 간직한 게 바뀌어야 한다. 선수 때는 나 혼자 잘하면 그만이다. 못되게 굴고, 동료한테 막 대해도 눈에 안 보인다. 운동장에 나와서만 잘하면 그만이다. 한 마디로 내 할 일만 잘하면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코치나 감독은 다른 직업이다. 기술적인 것뿐만 아니라 인성교육도 받아야 한다.
국외 연수를 환영하지만, 배워오는 것이 기술뿐이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그 사람들이 왜 그렇게 가르치는지, 그런 방식을 하게 된 근본 이유까지 느끼고 와야 한다. 요즘은 그나마 나아지지 않았나 싶다. 물론 착각해서는 안 되는 게 그 몇 년으로 지도자를 마스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잘못 배우면 큰일 난다. 미국에 가니 이러더라, 일본에 가니 이러더라. 이런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사람이 다르다. 선수들 자체도 다른데, 동일시해서 부족하다고만 느끼면 안 된다. 크게 보면, 야구 그 자체가 처해진 상황도 나라마다 다르다. 이전에 김성근 감독이 말한 것처럼 국내를 다 돌아보고, 외국을 나가는 것도 바람직하다. 국내 지도자들도 저절로 코치가 되고, 감독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느껴야 한다.
김성근 준비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코치들 가운데는 자격이 부족한 사람이 적지 않다. 성실하지 못한 것도 그렇고, 몸을 만드는 것도 그렇다. 몸 관리, 코치가 되면 아무도 안 한다. 점점 살이 찐다. 코치는 선수보다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또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 코치면 야구 인생의 정점에 온 거다. 그걸 모른다. 이런 사람들이 너무 많다. 아직 몸이나 마음가짐이나 이론 등이 부족한 코치가 현직에도 꽤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추어 팀을 보러 다니면 상당수 감독은 벤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메모도 안 한다. 머리가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관심이 없는 거다. 그 사람들은 그럴지도 모른다. 김성근이 가르쳐도 별로다. 프로출신이라고 해도 가르치는 건 마찬가지다.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단적인 얘기지만, 공부해야겠다, 배워야겠다. 이런 마음이 없지 않나 싶다.
프로에 있을 때는, 아마추어에서 온 신인들이 프로선수들과 섞여 있으니 부족한 부분이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아마추어야구를 보러 가니, 기술이나 이론 등 그 시기에 갖추고 있어야 할 부분들이 많이 부족했다. 정말 답답할 정도였다. 한 가지 이론으로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러면 막힐 수밖에 없다. 그걸 고집스럽게 바꾸지 않으려고 한다. 배우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우려고 하지 않는 것은 배가 고프지 않아서다. 기회를 흘려보내는 게 안타까웠다.
나는 물론이고, 김인식 감독도 학생야구팀을 10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할 것이다. 그 팀에는 기회다. 그걸 살리지 못하는 것은 절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초창기에 일본의 전설적인 지도자인 미하라 오사무 감독이 왔었다. 그때 나가시마 시게오 감독과 장훈 선배도 오셨다. 평생 한 번 만날까 말까 하는 사람들이다. 강의할 때 노트를 들고 가서 다 적었다. 그 귀중함을 모른다. 지도자 연수는 지도자를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거기에서 기술 외에, 배우려는 자세를 반드시 몸에 익혀 와야 한다. 그래야 훌륭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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