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경기에서 김태균의 플레이에 실망하신 분들이 많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지난 세 경기에서 무안타였고, 특히 어제는 우리 타자들이 기록한 안타가 <딱 한개>였는데 공교롭게도 바로 그 뒷타석에서 병살타를 쳐서 강한 인상을 심었습니다. 만일 데이비스가 전 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고 김태균이 그냥 유격수 땅볼이었다면 조금 덜 황당했을테죠.
사실 요즘의 김태균은 부진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요 며칠 타격감이 안 좋다고는 하지만 6월에 비하면 아주 양호한 편이죠. 요즘은 몸쪽공도 잘 잡아당기고, 홈런이나 타점 숫자도 어느덧 수준급으로 올라왔으니까요. 타율도 최근 몇경기에서 까먹기는 했지만 불과 며칠전만 해도 타격 7위였습니다.
하지만 어찌 되었던 간에 팬들의 생각 혹은 기대보다 못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죠. 혹자들은 그 이유 대해 "4번타자라는 부담감", 혹은 "홈런이나 안타를 반드시 양산해내야 한다는 집착"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판단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저는 김태균의 타격 페이스가 떨어진 이유는 바로 선구안 때문(?)이라고 봅니다. 선구안 좋은 것은 타자의 훌륭한 덕목인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구요? 물론 선구안이 좋아서 못친다는 뜻은 아니구요. 제 말을 한번 자세히 들어보세요.
사실 김태균은 천하장사형 슬러거 스타일의 타자가 아닙니다. 선구안이 좋고 컨택능력이 뛰어난 중장거리형 타자죠. 정확히 잘 맞추기 때문에 힘이 실릴 경우 종종 담장을 넘어가는거지 홈런을 잘치는 타자여서 공이 멀리 나가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뜻이죠. 극단적으로 말해서 양준혁이나 장성호가 치는 홈런과 마해영, 송지만이 치는 홈런은 좀 다릅니다.
김태균은 사실 홈런보다 볼넷이 더 자연스러운 타자입니다. 작년 5월과 올해 6월, 그렇게 끔찍하게 부진할 때도 볼넷만큼은 꾸준히 얻어냈습니다. 아무리 타격 컨디션이 좋아도 약간 빠지는 공은 안 치고 기다립니다. 그래서 김태균은 헛스윙 삼진보다 공을 골라내다가 당하는 삼진이 더 많은 편이죠. 그리고 초구나 2구에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훌륭한 선구안을 바탕으로 자기가 원하는 공을 차분하게 기다리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제 상대 배터리들이 그 패턴을 알고 있다는겁니다. 그래서 김태균과 승부할 때는 빠른 카운트에 스트라이크를 잡고 2스트라이크 이후에 유인구로 승부하는 편입니다. 작년 준플옵에서 박경완의 이 패턴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죠. 그런데 요즘도 김태균은 1~2구를 그냥 지켜보면서 존을 좁혀가다가 2S 이후 상황이 되어서도 스윙을 아낍니다. 그래서 삼진이 늘었났습니다. 상대들은 김태균이 스윙을 안 할거라는걸 알고 초구 2구에 스트라이크를 던져대는데 그걸 그냥 흘리고나서야 뒤늦게 공격을 시작하니까 성공 확률이 떨어집니다.
혹은 스윙을 하더라도 이미 불리한 볼카운트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공격할 수 밖에 없고 본인의 커리어 하이였던 2001, 2003시즌에 비해 부쩍 늘어난 몸무게는 몸쪽공에 대한 날카로운 스윙을 잃어버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을 몸쪽공을 힘껏 당겨도 땅볼이 나오고, 불리한 카운트에서 바깥쪽 변화구를 건드려 또 땅볼을 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파워는 좀 되는데 정확도가 떨어지는 <모아니면 도>스타일의 타자들에게서 자주 나오는 바운드가 딱 두번의 '완만한 포물선형 병살타'가 계속 양산됩니다.
때려서 출루할 요량이라면 빠른 타이밍에 스트라이크 카운트 잡는 공을 노리거나, 그게 아니라면 2S가 되어도 평정심을 잃지 말고 공을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겁니다. 스트라이크는 놓치고 뒤늦게 유인구를 건드리니까 자꾸 힘없는 땅볼이 나오는거죠. 스트라이크는 안 치고 볼은 건드리고...이건 최진행이나 김태완 짬밥에서 나와야 할 현상이지 6년차 중심타자에게서 나오면 안 되는 패턴입니다.
이도형이 초구쳐서 죽으면 비난이 빗발치겠죠. 하지만 상대 투수들은 이도형의 적극적인 공격 성향을 알고 애초부터 볼로 승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구를 치지 말라는 겁니다. 반면 김태균을 상대하는 투수들은, 그의 신중한 공격패턴을 알기 때문에 일단 카운트를 잡고 시작합니다. 볼은 고르되 그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내면 안됩니다. 2003년의 김태균은 카운트가 몰려도 몸쪽공을 땡겨서 2루타를 만들었지만 지금의 몸과 그때 몸은 다르니까요. 안타까운 얘기이지만 이제 겨우 25살인 김태균은 몇년전에 비해 배트스피드가 느려졌습니다.
<적정체중>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본인이 가장 잘 칠때의 몸상태>를 생각하면 됩니다. 그걸 감안하면 김태균은 지금보다 약간 감량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 노쇠한 몸이 아니기 때문에 뱃스피드는 몇달만에 다시 올릴 수 있으니까 상대적으로 덜 걱정해도 됩니다. 그런데 그건 비시즌에 해결해야 할 문제고,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부담감 극복>이 아니라 <빠른 카운트에서의 공격>인 것 같습니다. 너무 좋은 선구안을 갖고 있어서 그게 오히려 자신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되어버렸네요. 적어도 김태균이라면 지금보다 좀 더 생각없이(?) 방망이를 휘두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2001년 준플레이오프에서 김태균은 직구를 잡아당겨 좌월 선제홈런을 날렸습니다. 그리고 2003년에는 팀 타선이 완전히 무너졌는데도 홀로 31홈런을 치며 고군분투했죠. 아마 많은 분들께서는 당시의 모습을 기대하실텐데 지금과 그때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김태균이 그 상황을 직시하교 효과적인 대안을 내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지금> 이라는 것은 지난 몇경기를 얘기하는겁니다. 분명 여름 이후 김태균의 페이스는 6월이나 작년 PS에 비해 좋았으니까요.
PS) 솔직히, 좀 위험한 발언일 수도 있지만 저는 우경하 타격코치께서 올 시즌 우리팀에 공헌한 것이 도대체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 아름답던 고동진의 타격폼이 대체 왜 저렇게 엉망이 됐는지, 김태균의 왼쪽 어깨가 왜 예전보다 더 쳐지고 하체가 흔들리는지, 볼로 승부당하는 타자들이 왜 초구를 건드리고 스트라이크로 카운트 잡히는 타자는 왜 초구를 흘려보내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은 타자가 아닌 코치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제목은 저도 동감하는 부분인데, 내용은 제생각과는 약간 다른게, 김태균 선수의 부진엔 심판들도 한몫하고 있다고 봅니다. 보통 좁게 보는 젊은 심판들은 볼로 판정했던 대부분을 최근 연이은 게임들에선 결정구에 사용된 어이없이 빠진공들도 꽉찬공이랍시고 스트라익 아웃으로 판정해 버리니, 볼인줄알고 기다렸다가 그냥 스탠딩 삼진 -0- 그래서 지금 타격폼으론 치기 불가능한 바깥쪽 공까지 손댈려다보니 타격폼이 많이 붕괴된 상태라고 봐요.
첫댓글 훌륭한 분석! 잘봤습니다!
마지막부분. 정말 동감하는 부분이군요. 민재형님도 어찌,, 그렇게 바뀌셨는지...
우코치 얘기... 전적으로 동감... 태균선수 초구...흘려보내는 건... 작년 PS에서 절정이었는데....참 답답했었죠... 제거 달려가서 "초구때려"라고 말하고 싶었는데ㅋㅋ... 지난주 삼성전에서 박석진한테 홈런친것도 초구였는데...
그리고 김태균선수 타석에서 너무 떨어져 있어서 아웃코스 꽉찬볼에 속수무책으로 삼진 당하거나 방망이 끝에 걸립니다. 반발짝만 타석에 가까이 선다면 더 좋은 타격할수 있을것 같은데......
제목은 저도 동감하는 부분인데, 내용은 제생각과는 약간 다른게, 김태균 선수의 부진엔 심판들도 한몫하고 있다고 봅니다. 보통 좁게 보는 젊은 심판들은 볼로 판정했던 대부분을 최근 연이은 게임들에선 결정구에 사용된 어이없이 빠진공들도 꽉찬공이랍시고 스트라익 아웃으로 판정해 버리니, 볼인줄알고 기다렸다가 그냥 스탠딩 삼진 -0- 그래서 지금 타격폼으론 치기 불가능한 바깥쪽 공까지 손댈려다보니 타격폼이 많이 붕괴된 상태라고 봐요.
타격코치..장종훈코치로 바꿨으면;;; 너무 이른가요..ㅋ
그 아름답던 타격폼... 엉엉. ㅠ_ㅜ
현재 코칭스탭... 먼가 문제있어보이는거는 사실인듯한데~ 내년에도 감독님 재계약하면 그예하 사단 유지훤-우경하콤비도 그대로 갈테죠?? 내년에 감독은몰라도 타격코치는 좀 바꿨음 하네요.. 정말 작년에비해 다들 성적이 너무떨어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