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세찬 게 마치 4월 16일, 그날과 같았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숨진 단원고 최성호군의 아버지 최경덕씨는 3일 진도 팽목항을 찾아 "오늘 날씨가 사고가 났던 날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날 높은 파도가 연신 팽목항 방파제를 때렸다. 그날도 팽목항의 파도는 높았고, 세월호에 가족을 태웠던 이들은 파도와 함께 울었다.
그때와 다른 게 있다면 함께 울어주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 전국 30여 개 시군에서 '기다림의 버스'를 타고 온 1000명이 이날 팽목항을 메웠다. 세월호 침몰사고 후 가장 많은 인원이 팽목항을 찾은 것이다.
▲ "어서 나와" 애타게 부르는 실종자 이름 '팽목항, 기다림 문화제'가 3일 오후 9시 진도 팽목항에서 열렸다. 이날 문화제에는 전국 30여 개 시도에서 1000여 명의 인원이 모였다.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아직 수습되지 못한 실종자 10명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이날 문화제에는 유명인들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방송인 김제동씨는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을 위해 위로의 말을 전했고, 가수 강허달림·이지상·태히언씨도 노래로 그들의 마음을 달랬다. 정민아(가야금), 한충은(대금), 합창단 평화의 나무도 힘을 보탰다. 가수 이승환씨는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군실내체육관을 찾아 겨울옷을 건네기도 했다.
문화제 무대에 선 김제동씨는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와 가족의 슬픔에 동참하고 기도해줬으면 한다"라며 "잊지 않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묻는 사람이 있거든 '사람이니까 그렇다'고 답해달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훈 "우리가 눈 뜨지 않으면... 죽은 자, 눈 감지 못해"
▲ 팽목항 찾은 작가들 '팽목항, 기다림 문화제'가 3일 오후 9시 진도 팽목항에서 열렸다. 이날 문화제에는 전국 30여 개 시도에서 1000여 명의 인원이 모였다. 소설가 김훈씨가 이날 함께 문화제에 참석한 동료 작가들과 무대에 올라 <눈 먼 자들의 국가>를 소개하고 있다.
이날 김씨는 연신 울먹였다. 그는 "어떤 분에게 '우리가 이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할 수 있는 게 기도밖에 없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분께서 '무식한 인간아, 기도가 제일 큰 일이다'라고 답변을 해줬다"며 "여러분이 이 자리에서 하는 기도가 세상에서 가장 큰 일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대통령을 사랑해달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유가족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줘야 하며, 진상규명 뿐만 아니라 검경, 특별법 모두를 동원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유가족의 뜻'이라고 말한 사람은 대통령이다"라며 "대통령을 더욱 사랑해 그 분께서 한 말을 기억나도록 해달라"라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대통령의 말과 행동의 변화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한편 이날 문화제에는 30여 명의 문학인들도 참석했다. 문화제 시작 전, 진도군실내체육관을 찾아 이곳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만난 이들은 문화제에서 자신들이 쓴 <눈 먼 자들의 국가>를 실종자 가족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소설가 김훈씨는 "우리나라 남쪽 선 끝 항구에 많은 분들이 모여있는 걸 보니까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바다 밑에 계시는 분들이 눈을 아직도 감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이 자리에 섰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설가 박민규씨가 <눈 먼 자들의 국가>를 썻는데 마지막 문장을 소개한다"며 "우리들이 눈 뜨지 않으면 죽은 자들이 눈을 감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 시연이에게 보내는 '눈물의 편지' '팽목항, 기다림 문화제'가 3일 오후 9시 진도 팽목항에서 열렸다. 이날 문화제에는 전국 30여 개 시도에서 1000여 명의 인원이 모였다. 문화제 무대에 올라 세월호 침몰사고로 숨진 딸 김시연양에게 쓰는 편지를 낭독한 윤경희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