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지졸속(巧遲拙速)
교지(巧遲)는 졸속(拙速)만 못하다는 뜻으로, 뛰어나지만 늦는 사람보다 미흡해도 빠른 사람이 더 낫다는 말이다.
巧 : 공교할 교(工/2)
遲 : 더딜 지(辶/12)
拙 : 옹졸할 졸(扌/5)
速 : 빠를 속(辶/7)
출전 : 손자병법(孫子兵法) 작전편(作戰篇)
교지(巧遲)는 전쟁에서 교묘한 전략만 따지다가 때를 놓치는 것을 말하고, 졸속(拙速)은 전략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때를 놓치지 않고 속전속결하는 것을 말한다.
故兵聞拙速, 未覩巧之久也.
병법에서는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속전속결한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교묘한 전략으로 지구전을 펴는 것은 본 적이 없다.
졸속(拙速)의 본래 뜻
한국에서 '졸속'은 부정적인 단어의 대명사다. 성급하고 졸렬한 일 처리를 비판할 때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졸속의 본래 뜻은 그와는 거리가 있다.
졸속의 출전(出典)은 손자병법 작전편에 나타나는 병문졸속(兵聞拙速) 미도교지구야(未睹巧之久也) 문장을 꼽는다. 전쟁은 속전속결이 바람직하며 빼어나게 한답시고 오래 끌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여기서 졸속은 미비함이 있더라도 재빠르게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일본에서는 남송 시대에 당송 팔대가의 명문장을 모아 편찬한 '문장궤범(文章軌範)'의 '교지졸속(巧遲拙速)'을 출전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교지'는 완벽을 기하되 시간이 걸리는 것을, 졸속은 완성도가 미흡하더라도 신속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 말에도 '교지가 졸속만 못하다'는 뜻이 담겨있다. 출전에서 볼 수 있듯이 졸속은 본래 부정적인 뜻이 아니다.
한국어 사전은 졸속을 '일을 지나치게 서둘러 어설프고 서투른 것'으로 풀이한다. 반면 일본어 사전은 '일의 됨됨이는 좋지 않으나 일 처리가 빠른 것'으로 풀이한다. 뜻풀이가 중립적이기에 일본에서는 화자의 의도에 따라 졸속의 뉘앙스가 달라진다.
이를테면 '졸속주의'는 시간을 들여 완성도를 높이기 보다는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하는 것을 중시하는 (완벽주의에 대비되는) 방식, 태도를 말한다. 한국보다 일본이 졸속이라는 외래의 말을 그 유래를 반영하여 상황에 따라 정확하고 유용하게 활용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심심한 사과'의 뜻을 두고 젊은 세대의 문해력 저하 논란이 일었다. 연전에는 '무운을 빈다'는 말을 기자가 '無運'으로 해석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언어는 시대에 따라 변하기에 기성세대에게 익숙한 언어가 다음 세대로 그대로 전수될 수는 없다.
문해력은 세대차보다 개인차가 큰 측면도 있다. 젊은 세대의 문해력 저하를 우려하기 이전에 한국어 전반의 기능성과 유용성을 겸허하게 고민하는 열린 사고가 문해력 향상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방법
안전매뉴얼 준수
교지졸속(巧遲拙速), '교지는 졸속만 못하다'는 뜻으로, 뛰어나지만 늦는 사람보다 미흡해도 빠른 사람이 더 낫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물론 모든 상황에 교지졸속이 맞아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시간과 관계된 일에 있어서는 간과할 수 없는 말이다.
특히,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고나 재난에서의 시간 싸움은 골든타임이라고 불릴 만큼 중요하며, 그 피해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초동대처가 얼마나 적절했는가에 따라 피해의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화재나 유해 화학 물질 누출과 같은 사고는 초기대응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사업체 관계자 등의 늑장신고로 골든타임을 놓치는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2015년 경북 영천시 불산 누출사고는 사고 2시간 후 늑장신고로 초동대응이 상당히 지연되어 공장 주변 주민 200여 명이 뒤늦게 긴급대피하고 그 중 48명이 두통과 메스꺼움 등으로 치료를 받는 등 피해를 입었다.
같은 해 10월에는 충북 청주시 오창산업단지 내 한 가스 제조 공급업체에서 암모니아 10kg이 기체 상태로 누출되었으나, 30분 동안 자체 수습을 시도하다 상황이 악화되자 소방당국에 신고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로 인해 무방비로 암모니아에 노출된 인근 업체 근로자 등 40여 명이 눈 따가움, 호흡곤란, 메스꺼움 등을 호소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소방당국에서는 이러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고 초기 신속한 대응을 위해 119 신고의 중요성을 지나치리만큼 강조하고 있음에도, 자체 사고 처리를 빌미로 소방서에 늑장 신고하여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일선에서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자로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화재 및 각종 사고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관계 기관에 신고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의무이다. 소방기본법 제19조 제1항에는 '화재 현장 또는 구조 구급이 필요한 사고 현장을 발견한 사람은 그 현장의 상황을 소방본부, 소방서 또는 관계 행정기관에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을 떠나서 위험에 처한 사람, 특히나 생명에 지장이 있을 만한 큰 사고를 목격하고도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이를 숨기는 데 급급하여 신고를 미루는 것은 인륜적으로도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이며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모든 사고와 재난은 예측이 불가하며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따라서 재난 발생 시 어떠한 경우에도 인명 구조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며,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2차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119에 신고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일정 수량 이상의 위험물을 취급하고 보유하는 사업장은 '자체소방대'를 운영해야하며,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반적으로 근린시설, 공공시설, 고층 빌딩 등에는 자위소방대를 구성하여, 화재나 각종 사고 시 소방기관 도착 전까지 1차적으로 대응하는 조직을 운영한다.
법적으로 소방대를 구성해야 하는 경우 외에도 화재나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비하여 기업에서 자발적인 자체소방대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규모나 임무의 범위에 있어서 모든 재난 사고를 총괄 할 수 있는 포괄적인 조직은 아니지만 관리하는 기관이나 사업체의 구조와 사정을 잘 아는 구성원으로 조직되어 있으므로 사고 발생 시 발 빠르게 효과적으로 대응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체소방대나 자위소방대만으로 안전을 담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상상황에 사용할 장비 및 기구를 평소에 관리는 것은 기본이며,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훈련으로 사고와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각종 재난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즉시 119에 신고하고 자체소방대는 소방대 도착 전 초기 대응과 소방기관 도착 후 소방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그 피해를 줄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각종 재난 사고는 완벽한 예방으로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재난사고 발생 후에는 빈틈없는 대응으로 피해 규모를 최소화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다시는 유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책을 마련하고 보완하며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사고 예방의 가장 기본이자 근본은 안전의식을 탄탄하게 하는 것이며, 안전의식의 부재가 낳은 안전불감증은 안전을 위태롭게 한다. 특히 인간의 귀중한 생명과 관계된 안전사고와 안전의식의 결여는 감히 연결되어서도 함께 묶여서도 안 된다. 관리자는 물론 관계자 모두 안전불감증을 없애고 안전매뉴얼을 준수하여 우리사회에서 소중한 생명을 허무하게 잃는 일이 없길 소망한다.
직장인의 필살기, 보고 잘하는 법
직장인의 업무는 '보고'로 시작해서 '보고'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직접적인 보고서 작성은 물론이고, 프레젠테이션을 한다거나 지출 결재를 받는 등 일상적인 업무 대다수가 보고의 과정을 거칩니다. 어느 직장을 다니든, 어떤 직종에 몸담고 있든 직장인에게 보고는 평생 필요한 업무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고를 잘하는 직장인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제 주변에도 습관적으로 추상적이고 현학적인 표현을 사용한다거나, 정확한 의미도 모른 채 미사여구를 남발하는 후배 직장인들이 적지 않더군요. 상사의 의중을 헤아리지 못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다가 신임을 잃는 경우도 수차례 목격했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보고 잘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전문가나 교육 프로그램이 전무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갈고 닦은 직장인의 생존 필살기 '보고 잘하는 방법'을 아낌없이 공개하겠습니다.
보고 잘하려면 소통 능력을 키워라
보고란 일에 관한 내용이나 결과를 말이나 글로 알리는 행위를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을 말하지요. '보고를 드린다'거나 '보고를 올린다'는 말은 있어도 '보고를 준다'는 말은 안 쓰잖아요.
보고라는 단어에는 기본적으로 직장상사와의 관계가 녹아 있습니다. 말하자면 보고란 상사와 소통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요. 보고를 잘한다는 것은 곧 상사와의 소통에 능숙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소통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세 가지를 잘합니다. 바로 '공감'과 '신뢰', 그리고 '설득'입니다. 상대가 나를 이해하게 만들고, 의심없이 믿으며, 같은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장인의 보고도 이와 같지요. 상사가 나의 보고 내용에 공감하고, 제시한 자료를 신뢰하며, 나의 의견에 동의할 때 최고의 보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보고를 잘하려면 세 가지를 잘하면 됩니다.
첫째, 논리를 뒷받침하는 자료와 데이터를 충분히 제시해야 합니다. 보고는 강의나 브리핑이 아닙니다. 오히려 토론과 협상에 가깝지요. 상사가 나의 의견에 설득될 수 있도록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보고는 반드시 검증된 내용이어야 합니다. 상급자나 타 부서 등과의 협업을 통해 보고 내용의 모순이나 누락을 확인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작은 오탈자가 보고의 신뢰를 깎아먹는 주범이 되기도 하니까요. 또한 상사의 예상 질문을 미리 파악해서 보고 때 신속하게 답변하는 것도 상사의 신뢰를 얻는 좋은 방법입니다.
셋째, 입체적인 보고를 해야 합니다. 개별로 놓고 보면 훌륭해도 전체적으로 논리적인 허술함이 있거나 일관성이 떨어지면 그 보고는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좋은 보고는 상사의 즉각적인 의사결정과 실행을 가능하게 합니다. 마이크로와 매크로, 헬리콥터 뷰와 스트리트 뷰, 숲과 나무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성을 들여 정밀하게 준비한 ‘정제된 소통’이야말로 상사를 단번에 설득시키는 최고의 필살기입니다.
보고에도 '내비게이션 전략'이 필요하다
보고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상사를 설득해서 업무에 필요한 자원과 시간을 확보하는 겁니다. 한마디로 보고는 설득과 협상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지요. 상사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상사의 동의를 이끌어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끌고나가는 것이 바로 보고의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장인의 최고 생존 무기는 소통 능력과 협상 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거지요.
그렇다면 보고의 협상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많은 방법이 있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내비게이션 전략'을 첫손에 꼽습니다.
우리는 보통 모르는 장소를 찾아갈 때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합니다. 그 다음에는 고속도로로 갈지, 국도로 갈지, 최단시간에 맞춰서 갈지, 최단거리로 갈지 선택하지요. 그러고 나면 화면에 소요시간과 도착시간이 나옵니다. 남은 것은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운전하는 것뿐입니다.
직장인의 보고에도 내비게이션 전략이 필요합니다. 상사에게 보고 지시를 받은 순간 여러분은 세 가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첫째, 보고의 방향과 목적을 결정해야 합니다. 목표 없는 보고는 팥소 없는 찐빵과 다름없지요. 프로젝트 승인이나 예산안 통과처럼 회사와 상사에게 얻어내고 싶은 결과물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일상적인 진행 보고라도 목표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는 기회로 만들 수 있습니다.
둘째, 보고의 옵션을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마음 같아선 100페이지 보고서를 작성하고 싶지만 주어진 시간이 부족할 때가 많지요. 프로젝트 전반을 모두 다루고 싶어도 능력 밖일 때가 있습니다. 내게 주어진 시간과 능력의 한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보고 준비의 최단거리와 최소거리를 가늠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리한 욕심으로 논리적 허술함이 생겨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도록,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으로 보고의 범위를 압축시켜서 협상력을 높여야 합니다.
셋째, 보고의 마감기한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도착 예상시간이 약속시간을 넘어서면 옵션을 바꾸지요. 국도 대신 고속도로를 이용한다거나 유료 도로를 이용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보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료조사 범위를 좁힌다거나 크로스 체크 대상을 제한하는 식으로 준비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보고라도 마감일을 지키지 못한다면 협상의 기회마저 사라질 수 있습니다. 뛰어나지만 느린 것보다는, 미흡해도 빠른 것이 낫다는 '교지졸속(巧遲拙速)'의 자세를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상사들은 왜 하나같이 소심하고 변덕이 심할까?
상사들은 왜 하나같이 변덕이 심하고, 성격도 급하고, 소심하다 못해 쫀쫀하기까지 한 걸까요?
편한 자리에서 후배 직장인들을 만나면 꼭 듣게 되는 질문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제 지시와 오늘 지시가 달라지는 건 기본이고, 한 시간 전에 했던 말도 싹 바꿔서 정반대 지시를 하는 일이 부지기수니까요. 어떨 땐 방금 전에 지시해놓고 왜 아직도 안 된 거냐고 재촉하질 않나, 또 어떨 땐 고릿적 실수를 잊지도 않고 틈만 나면 꺼내서 면박주기 일쑤입니다. 상사의 비상식적인 행동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후배 직장인들이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모든 행동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지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조차도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경우가 제법 많습니다. 상사들도 마찬가지랍니다. 겉모습에 가려진 내면을 알면 지금의 난국을 헤쳐 나갈 방법이 훤히 보일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께만 살짝 공개합니다. 직장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상사들의 비하인드 공통점 세 가지를 알려드리지요.
상사의 변덕은 생각의 유연함이다
상사들의 공통점 첫 번째는 성격이 급하다는 겁니다. 저는 지금껏 수많은 상사들을 모셔왔지만 그들 중에서 양반걸음을 걷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누가 뒤에서 쫓아오기라도 하는지 언제나 총총걸음입니다. 성격도 어찌나 급한지, 10분도 안 돼서 마감을 채근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시간 강박증이 있다고 느껴질 정도지요. 심지어 밥도 빨리 먹고 운전도 빨리 합니다.
하지만 성격이 급하다는 것은 그만큼 일의 속도가 재빠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맞춤법까지 정확한 완벽한 보고서를 싫어할 상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상사가 정말 원하는 건 스피드입니다. 약간 허술하더라도 보고서를 신속하게 받아야 피드백을 고민할 시간이 생기고, 잘못된 내용을 수정하고 보완할 여유도 생기니까요. 속도가 빠르면 그만큼 더 많은 보고서를 내서 더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겁니다.
상사들이 부하직원을 평가할 때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교지졸속(巧遲拙速), 뛰어나지만 느린 사람보다는 미흡해도 빠른 사람이 낫다는 뜻이지요. 그러니 앞으로는 상사가 자꾸 재촉한다고 투덜대지 마세요. 상사의 시계에 맞춰서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당신의 실적도 하늘높이 쌓여 있을 겁니다.
상사들의 두 번째 공통점은 변덕이 심하다는 겁니다. 이랬다저랬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막막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죠.
하지만 상사의 오락가락은 변덕이 아니라 생각이 유연한 겁니다. 잘못된 길로 들어선 걸 깨닫는 순간 유턴을 해야 하듯이, 한번 내린 결정이라도 아니다 싶으면 재빨리 다른 방법을 선택하는 거지요. 한 가지 문제에 대해 수십 가지 시나리오를 고민하는 훈련을 해왔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만약 상사가 갑자기 지시를 바꿨다면 그 이유를 물어보세요.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물론 아침저녁으로 자기 기분에 왔다 갔다 하는 감정기복형 상사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겠지요.
'쫀쫀'한 게 아니라 '촘촘'한 거다
상사들의 세 번째 공통점은 소심하고 쫀쫀하다는 겁니다. 특히 아랫사람의 실수를 절대 잊지 않지요. 그간 잘한 일이 셀 수 없이 많은데도 굳이 예전 실수를 끄집어내서 망신을 주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소심하고 쫀쫀하다고 욕했던 경험이 다들 있을 겁니다.
하지만 상사들이 아랫사람의 단점을 잘 기억하는 것은 일종의 생존본능입니다. 리스크 센서가 남들과는 다른 겁니다. 저 직원에겐 저런 문제가 있구나, 그냥 놔두면 언젠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겠구나, 혹시 모를 위기 상황을 미리 피하기 위해 과거에 했던 실수를 잊을 만하면 꺼내놓는 거지요.
흔히 직장인이 갖춰야 할 자질로 '헬리콥터 뷰(helicopter view)'와 '스트리트 뷰(street view)'를 꼽곤 합니다. 헬리콥터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전체 지형을 볼 줄 알아야 하고, 이와 동시에 거리와 인파 속에서 세밀한 지물을 관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거지요. 숲 전체를 관망하는 대범함과 동시에 나무 잎사귀까지 꼼꼼하게 살피는 소심함도 필요하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상사들은 이 두 가지 관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들이 그 자리에 오른 것은 그저 운이 아니라, 남다른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실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대한조정협회 이사로 재직할 당시 무한도전 조정 특집을 담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김태호 피디와 유재석 씨에게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요. 현장에서 목격한 디테일과 세심함은 그들이 왜 정상의 자리에 있는가를 증명하고도 남았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상사들은 일에 대한 눈금자가 다릅니다. 소수점까지 꿰뚫어보는 경우가 많지요. 설렁설렁한 윗분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쫀쫀'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촘촘'한 겁니다. 그게 실력이죠.
지금부터라도 상사의 눈금자에 맞춰 촘촘하게 일하는 방법을 배워보세요. 초반의 미세한 각도 차이가 시간이 흐를수록 어마어마하게 벌어지는 것처럼, 상사의 각도에 맞춰 일하는 방법을 익히면 그 결과가 하나둘 누적돼서 자신만의 실력으로 쌓이게 될 겁니다.
조바심이 졸속을 부른다
중학교 진학해서는 집에서 30리 떨어진 읍내까지 기차통학을 했다. 잠꾸러기에게 새벽 기차 타는 일은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챙겨주는 책가방을 들고 기차 기적이 들려야 뛰어가 간신히 타는 일이 빈번했다. 때로는 먼저 타고 온 여학생들이 나서서 뛰어오는 나를 가리키며 열차 출발을 지연시키기도 했다.
여중 3학년 누나 둘이 유독 챙겨줬다. 모자를 바로 씌워주기도 하고 교복 단추도 끼워줬다. 열린 가방을 알뜰하게 닫아주기도 했다. 속으로 키 큰 누나, 예쁜 누나로 불렀다. 자장면을 사주기도 했고, 숙제도 가르쳐줬다. 기차가 기다려졌다. 집에도 놀러 와 자고 가기도 하고 나도 두 누나 집에 가서 자고 오기도 했다.
2학년 여름방학 때 고등학교 1학년이던 두 누나가 읍내에서 자취하기로 해 기차에서는 만나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키 큰 누나가 같이 자취해도 된다고 했다. 부모님께 말씀드리자 어머니는 펄쩍 뛰었다. 아버지는 "생각 좀 해보자"라고만 했다. 저녁을 거르고 버티자 아버지가 불러 "조바심내지 마라. 조바심낼 일이 아니다"고 했다. 아버지는 조바심을 "조마조마해 졸이는 마음이다"라며 길게 설명했지만,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바심'은 타작을 뜻하는 말이다. 곡식 이삭을 비비거나 훑어서 낟알을 털어내는 탈곡(脫穀)을 뜻한다. 조 이삭을 털어내는 일이 조바심이다. 조는 이삭이 질겨서 잘 떨어지지 않아 비비고 문지르면서 애써야 간신히 좁쌀을 얻을 수 있다. 조바심할 때는 당연히 힘만 들고 좀체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조급해지고 초조해진다는 데서 이 말은 유래했다.
아버지는 "조바심은 시간이 걸려야 한다"고 설명했고 나는 아버지가 시간을 벌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해뜨기 전 아버지가 불러 허락했다. 어머니는 "네 빨래는 집으로 가지고 오라"는 조건을 달았다.
두 누나는 어머니보다 더 참견이 심했다. 3학년 올라가서 일이 터졌다. 제보가 있었다며 학생지도 주임인 담임선생님이 불러 물었다. "내 방은 언제나 열려 있고 상담 내용은 비밀을 보장한다"라던 선생님은 내 얘기를 듣고 중대 사고로 규정해 긴급회의를 요구했다. '우리 학교 학생이 엑스(X) 누나인 여고생 둘과 동거한다'고 공표해 문제를 키웠다.
누나들이 다니는 여고에서는 학생들이 원해 자율에 맡겼다고 했으나, 담임선생님은 징계를 주장했다. 끝내 아버지가 나서 가깝게 지내던 교장과 교감 선생님에게 '책임지고 자취를 끝낸다'고 약속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었다.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누나가 없는 남자들은 환상을 가지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그래서 위로 누이를 둔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형제자매 대부분이 그렇듯 부러워할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며 "맏이인 네가 부모의 엄청난 관심과 사랑을 받았어도 동생들에게 이권이나 사랑을 뺏겼다는 질투심 때문에 벌인 일 같다는 의견이 있어서 조심스러웠다"고 했다. 훗날 "이제껏 키우며 가장 어려운 순간이었다"고 술회했다.
아버지는 "시간 지나면 자연히 사그라질 일이다. 막으면 누나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남자 본능이 작동해 덧날 수 있다"는 주위의 조언이 있는 데다 "사춘기인 네가 조바심내는 게 보기 안쓰러워 졸속하게 결정한 거지만, 후회된다"고 했다.
그날 설명한 고사성어가 '교지졸속(巧遲拙速)'이다. '교지는 졸속만 못하다'는 뜻이다. 뛰어나지만 늦는 사람보다, 미흡해도 빠른 사람이 더 낫다는 말이다. 손자(孫子) 작전편(作戰篇)에 나온다.
사전은 '교지'는 전쟁에서 교묘한 전략만 따지다가 때를 놓치는 것을 말하고, '졸속'은 전략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때를 놓치지 않고 속전속결 하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원문은 이렇다. '병법에서는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속전속결 한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교묘한 전략으로 지구전을 펴는 것은 본 적이 없다(故兵聞拙速 未覩巧之久也).'
전쟁 준비에 다소 모자란 점이 있더라도 속전속결로 결판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지구전을 치를 때의 폐단을 명확히 알기 때문이다. 장기전은 적군뿐만 아니라 아군 피해도 만만치 않으므로 빨리 끝내면 끝낼수록 좋다는 뜻이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아버지는 "너에게서 비롯했지만, 내 일생에 가장 후회되는 결정이었다"며 "준비하지 않으면 조바심 나고 조바심이 졸속을 부른다. 모든 일은 이루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조바심낼 일이 아니다"고 강조하며 "여유와 신중성(愼重性)을 가지라"고 당부했다.
신중성은 자신의 미래 상황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행동해 불필요한 위험이나 후회를 미리 예방하는 태도와 능력이다. 버릇이 들지 않으면 쉽게 얻어지는 인성이 아니다. 서둘러 손주에게도 물려주어야 할 소중한 성품이다.
▶️ 巧(공교할 교)는 ❶형성문자로 丂(교)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장인공(工; 만들다)部와 음(音)을 나타는 글자 丂(교)로 이루어졌다. 巧(교)는 솜씨의 공교함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巧자는 '공교하다'나 '솜씨가 있다', '교묘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巧자는 工(장인 공)자와 丂(공교할 교)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본래 '공교하다'라는 뜻은 丂자가 먼저 쓰였었다. 丂자는 사물의 휘어짐을 표현한 것으로 '책략'이나 '재주'를 뜻하기 위해 만든 모양자이다. 巧자는 여기에 '장인'을 뜻하는 工자를 더해 기술이나 기능이 뛰어남을 뜻하게 되었다. 그러니 丂자는 옛 글자이고 巧자는 후에 뜻을 명확하게 하도록 工자를 더해 만들어진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巧(교)는 ①공교하다(工巧--: 솜씨나 꾀 따위가 재치가 있고 교묘하다) ②솜씨가 있다 ③예쁘다 ④아름답다 ⑤약삭빠르다 ⑥재주 ⑦책략(策略) ⑧작은 꾀 ⑨공교히(工巧-) ⑩교묘(巧妙)하게,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묘할 묘(妙),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옹졸할 졸(拙)이다. 용례로는 솜씨나 꾀가 재치 있고 약삭바름을 교묘(巧妙), 재치 있는 말을 교변(巧辯), 공교롭고 슬기가 있음을 교혜(巧慧), 재치 있게 하는 교묘한 말을 교설(巧舌), 교묘하게 속임을 교위(巧偉), 교묘하게 꾸며 맞춤을 교구(巧構), 교묘하고 민첩함 또는 재빠름을 교민(巧敏), 교묘한 수단으로 남을 속임을 교사(巧詐), 교묘함과 졸렬함 또는 익숙함과 서투름을 교졸(巧拙), 교묘한 거짓을 교고(巧故), 교묘하고 정밀함을 교밀(巧密), 교묘한 솜씨를 교수(巧手), 약삭빠른 슬기를 교지(巧智), 교묘하기는 하나 느림을 교지(巧遲), 간교하고 흉악함을 교악(巧惡), 간교하게 비위를 맞춤을 교중(巧中), 간교하게 모함함을 교함(巧陷), 교묘한 재주를 교기(巧技), 손재주가 있는 부인을 교부(巧婦), 교묘하게 꾸며대는 말을 교설(巧說), 교묘하게 꾸며대는 말 또는 재치 있는 말을 교언(巧言), 음력 7월의 다른 이름을 교월(巧月), 솜씨 있는 사람이나 어떤 일에 숙련되어 있는 사람을 교자(巧者), 약삭빠른 지혜 또는 교묘한 재주와 지혜를 교지(巧知), 뜻밖의 사고로 공교롭게 기회를 놓침을 교위(巧違), 교묘하게 아첨함을 교유(巧諛), 솜씨가 교묘한 목수를 교장(巧匠), 정교하고 치밀함을 교치(巧緻), 정밀하고 교묘함을 정교(精巧), 솜씨가 아주 묘함을 기교(技巧), 뜻밖에 맞거나 틀림을 공교(工巧), 영리한 슬기와 기묘한 기교를 혜교(慧巧), 간사하고 교사스러움을 간교(奸巧), 여러 모로 빈틈없이 생각하여 낸 꾀를 계교(計巧),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교묘히 꾸며서 하는 말과 아첨하는 얼굴빛을 이르는 말을 교언영색(巧言令色), 교언은 시비를 어지럽게 하고 인덕을 잃게 함을 이르는 말을 교언난덕(巧言亂德), 훌륭한 기교는 도리어 졸렬한 듯하다는 말을 대교약졸(大巧若拙), 잘 만들려고 너무 기교를 부리다가 도리어 졸렬하게 만든다는 말을 욕교반졸(欲巧反拙), 지나치게 솜씨를 부리다가 도리어 서툴게 됨을 이르는 말을 농교성졸(弄巧成拙), 사람의 타고난 성품에 따라서 여러 가지 선하고 공교롭게 쓰는 수단이나 방법을 일컫는 말을 선교방편(善巧方便), 그때 그때에 따라 교묘한 수단을 쓴다는 말을 기변지교(機變之巧), 교묘한 수단으로 빼앗아 취한다는 말을 교취호탈(巧取豪奪), 교묘하게 훔치고 무리하게 빼앗는다는 말을 교투호탈(巧偸豪奪), 교지는 졸속만 못하다는 뜻으로 뛰어나지만 늦는 사람보다 미흡해도 빠른 사람이 더 낫다는 말을 교지졸속(巧遲拙速) 등에 쓰인다.
▶️ 遲(더딜 지/늦을 지)는 ❶형성문자로 遅(지)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느린 모양의 뜻을 가진 犀(서, 지)로 이루어졌다. 천천히 가다의 뜻으로 전(轉)하여 늦어지다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遲자는 ‘더디다’나 ‘늦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遲자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犀(무소 서)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러나 遲자는 ‘더디다’라는 뜻을 가진 遟(더딜 지)자가 잘못 옮겨진 것이기 때문에 ‘더디다’라는 뜻은 辶자와 屖(쉴 서)자가 결합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금문에 나온 遟자를 보면 길을 걷고 있는 사람 옆으로 辛(매울 신)자가 그려져 있었다. 한자에서 辛자는 노예와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 이것은 하인이나 노예의 움직임이 ‘더디다’라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하인을 하대했던 고대의 인식이 반영된 글자로 보인다. 그래서 본래 遟자가 ‘더디다’라는 뜻으로 쓰였었으나 소전에서는 이체자(異體字)의 하나였던 遲자가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遲(지)는 ①더디다 ②늦다 ③느리다 ④지체(遲滯)하다 ⑤천천히 하다 ⑥굼뜨다 ⑦둔(鈍)하다 ⑧오래다 ⑨기다리다 ⑩무렵 ⑪이에 ⑫이리하여 ⑬성(姓)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빠를 속(速)이다. 용례로는 오래 끎을 지연(遲延), 정해진 시각에 늦음을 지각(遲刻), 기한에 뒤짐 또는 어물어물하여 시간이 늦어짐을 지체(遲滯), 영민하지 못하고 몹시 굼뜸을 지둔(遲鈍), 차차 나이가 많아지는 것을 지모(遲暮), 낮이 길어 해가 늦게 진다는 뜻으로 봄날이나 낮이 긴 날을 이르는 말을 지일(遲日), 느림과 빠름을 지속(遲速), 운동 경기에서 시간을 버티면서 느릿느릿 공격함을 지공(遲攻), 정한 시각에 뒤늦어서 참석함을 지참(遲參), 시간을 더디게 끌면서 우물쭈물 망설임 또는 그러한 모양을 지난(遲難), 시간을 더디게 끌어서 일을 그르침을 지오(遲誤), 오래도록 기다림을 지구(遲久), 날이 밝기를 기다림을 지명(遲明), 더디고 늦음 또는 더디게 하거나 늦춤을 지완(遲緩), 재주는 있으나 솜씨는 더딤을 공지(工遲), 교묘하기는 하나 느림을 교지(巧遲), 조금 늦음을 소지(少遲), 미적미적하여 지체함을 유지(濡遲), 천천히 돌아다니며 마음껏 놂을 서지(棲遲), 여유가 있고 침착함을 서지(舒遲), 더디고 더뎌서 잘 진척하지 않는다는 말을 지지부진(遲遲不進), 봄날의 길어서 저무는 것이 더디다는 말을 춘일지지(春日遲遲), 교지는 졸속만 못하다는 뜻으로 뛰어나지만 늦는 사람보다 미흡해도 빠른 사람이 더 낫다는 말을 교지졸속(巧遲拙速) 등에 쓰인다.
▶️ 拙(졸할 졸)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서툴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한 出(출, 졸)로 이루어졌다. 손재주가 남보다 서툴다는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拙자는 '옹졸하다'나 '둔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拙자는 手(손 수)자와 出(날 출)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出자는 발이 입구를 벗어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나가다'나 '떠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拙자는 본래 '둔하다'나 '서툴다'라는 뜻을 위해 만든 글자였다. 그래서 '나가다'라는 뜻의 出자에 手자를 결합해 '손이 나가다' 즉 '손재주가 별로이다' 라는 뜻을 표현했었다. 정밀한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손이 자꾸 엇나간다는 것을 出자를 응용해 표현한 것이다. 拙자는 후에 일을 잘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확대되면서 '어리석다'나 '옹졸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拙(졸)은 ①옹졸(壅拙)하다, 졸(拙)하다 ②둔(鈍)하다, 어리석다 ③질박(質樸)하다(꾸민 데가 없이 수수하다) ④서툴다 ⑤불우(不遇)하다, 곤궁(困窮)하다 ⑥저(겸사/謙辭)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못할 렬(劣),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공교할 교(巧)이다. 용례로는 서투르지만 빠르다는 뜻으로 지나치게 서둘러 함으로써 그 결과나 성과가 바람직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졸속(拙速), 옹졸하고 비열함을 졸렬(拙劣), 보잘것 없거나 서투른 전투 또는 시합을 졸전(拙戰), 보잘것없는 작품을 졸작(拙作), 자기의 원고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졸고(拙稿), 변변치 못한 서투른 글 못 지은 글을 졸문(拙文), 졸렬한 계책으로 자기의 계책을 낮추어 이르는 말을 졸책(拙策), 서투르게 쓴 원고라는 뜻으로 자기의 원고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졸고(拙稾), 늙은이가 자기 스스로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졸로(拙老), 남편이 아내에 대하여 자신을 낮추어 이르는 말을 졸부(拙夫), 자기의 아내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졸처(拙妻), 자기를 겸손하여 이르는 말을 졸생(拙生), 자기의 의견이나 의사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을 졸의(拙意), 성질이 고지식하고 조금도 변통성이 없음을 졸직(拙直), 보잘것없는 의견이나 견해를 졸견(拙見), 재주가 둔하고 말을 떠듬거림을 졸눌(拙訥), 아주 재미가 없고 졸망하게 생긴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을 졸보(拙甫), 유치하고 졸렬함을 치졸(稚拙), 성질이 너그럽지 못하고 생각이 좁음을 옹졸(壅拙), 면밀하지 못하고 능숙하지 못함을 소졸(疏拙), 용렬하고 졸렬함을 용졸(庸拙), 예스럽고 솜씨가 서투름을 고졸(古拙), 말솜씨가 없음을 언졸(言拙), 자기의 변변하지 못한 점을 감춤을 장졸(藏拙), 말솜씨가 없음을 어졸(語拙), 둔하고 서투름 또는 그 모양을 둔졸(鈍拙), 성품이 단아하나 고지식함을 아졸(雅拙), 어리석고 못남을 우졸(愚拙), 융통성이 없고 옹졸함을 구졸(拘拙), 부끄러움이 많고 수줍음을 수졸(羞拙), 데면데면하고 보잘것 없음을 건졸(蹇拙), 자신의 졸렬한 점을 드러냄을 노졸(露拙), 어리석음을 지키고 본성을 고치지 않음을 수졸(守拙), 잘 만들려고 너무 기교를 부리다가 도리어 졸렬하게 만든다는 뜻으로 너무 잘 하려 하면 도리어 안 됨을 이르는 말을 욕교반졸(欲巧反拙), 지나치게 솜씨를 부리다가 도리어 서툴게 됨을 이르는 말을 농교성졸(弄巧成拙), 서투른 것을 보충하는 데에는 부지런함이 으뜸이라는 말을 근장보졸(勤將補拙), 교지는 졸속만 못하다는 뜻으로 뛰어나지만 늦는 사람보다 미흡해도 빠른 사람이 더 낫다는 말을 교지졸속(巧遲拙速) 등에 쓰인다.
▶️ 速(빠를 속)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나무를 다발로 묶음의 뜻을 나타내는 束(속)이 합(合)하여 '빠르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速자는 '빠르다'나 '빨리 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速자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束(묶을 속)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束자는 나뭇단을 묶어 놓은 모습을 그린 것으로 '묶다'는 뜻이 있다. 갈 길을 재촉할 때는 채비를 단단히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速자는 나뭇단을 단단히 묶어 놓은 모습을 그린 束자를 응용해 발목의 고름을 단단히 조였음을 표현하고 있다. 速자는 '빠르다'는 뜻이 있지만, 이외에도 '도래하다'나 '자주'와 같은 뜻으로도 쓰인다. 그래서 速(속)은 ①빠르다 ②빨리 하다 ③이루다 ④되다, 도래(到來)하다 ⑤부르다 ⑥삼가다(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⑦에워싸다 ⑧빨리 ⑨자주,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빠를 첩(捷), 빠를 숙(潚), 빠를 신(迅), 빠를 괄(适), 이를 조(早), 민첩할 민(敏),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더딜 지(遲)이다. 용례로는 움직이는 사물의 빠르기나 빠른 정도를 속도(速度), 글을 빨리 읽는 것을 속독(速讀), 빨리 알리는 것 또는 그 보도를 속보(速報), 빠른 힘이나 빠르기를 속력(速力), 빨리 이루어지거나 이룸을 속성(速成), 지레 짐작으로 그릇 판단하거나 빨리 결정함을 속단(速斷), 빨리 배움을 속수(速修), 빨리 적음으로 속기술로 적음을 속기(速記), 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걷는 걸음을 속보(速步), 우편물 등을 속히 배달함을 속달(速達), 날쌔고 빠름을 신속(迅速), 서투르지만 빠르다는 뜻으로 지나치게 서둘러 함으로써 그 결과나 성과가 바람직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졸속(拙速), 매우 이르고도 빠름을 조속(早速), 급하고 빠름을 급속(急速), 아주 빠른 속도를 고속(高速), 지나친 속도를 과속(過速), 잽싸고 빠름을 민속(敏速), 속도를 더함을 가속(加速), 신기할 만큼 썩 빠름을 신속(神速), 한 시간을 단위로 하여 측정한 속도를 시속(時速), 속도가 줄어짐을 감속(減速), 실제의 속도를 실속(實速), 흐르는 물의 속도를 유속(流速), 속도가 매우 빠름을 쾌속(快速), 소리의 속도를 음속(音速), 싸움을 오래 끌지 않고 될 수 있는 대로 재빨리 싸워 전시 상황을 결정한다는 말을 속전속결(速戰速決), 싸움을 질질 끌지 않고 빨리 쳐들어가서 이기고 짐을 빨리 결정한다는 말을 속진속결(速進速決), 아무렇게나 급하게 이루어진 것은 역시 곧 결단이 난다는 말을 속성속패(速成速敗), 빨리 하고자 하면 도달하지 못함 또는 어떤 일을 급하게 하면 도리어 이루지 못한다는 말을 욕속부달(欲速不達), 일을 함에는 신속함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말을 사귀신속(事貴神速), 속히 됨을 바라는 마음을 이르는 말을 욕속지심(欲速之心), 교지는 졸속만 못하다는 뜻으로 뛰어나지만 늦는 사람보다 미흡해도 빠른 사람이 더 낫다는 말을 교지졸속(巧遲拙速)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