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선화 '수선화가 귀여울 수도 있군요'
수선화가 피었다. 같이 심었더니 같이 피어서 ""아~""하고 같이 입 벌리고 있는 모양새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참으로 귀여웠다. 그런데 수선화는 정말이지 조화처럼 보인다. 향기가 날까? 싶어 다가가서 향기를 맡아 보았다. 향기가 생각보다 풍부했다. 살아있는 거 맞구나!
튤립은 뒤로 미루고 수선화만 구입하였는데, 구근이 여러 개씩 붙어 있어서 떼내어 심으니 갑자기 수선화가 많아져 버렸다. 안 쓰는 작은 화분들을 다 버렸더니 심을 데가 마땅치 않았다. 모종 상태로 온 화분에 분갈이 흙과 섞어서 하나씩 다시 심었다. 아직 키가 크지 않으니 괜찮을 듯싶었다. 그래도 화분이 부족해서 식품 포장 용기에 구멍을 뚫은 후 수선화 화분을 만들었다. 훌륭한 화분이라고 생각되었다. 당분간 화분을 더 사지 않아도 될 듯싶다. 보기에 나쁘지 않다. 더 크면 생각해볼게~ .
수선화를 왜 키우는지 알겠다. 길거리 화단에 수선화가 군락으로 피어 있을 때는 잘 모르겠더니, 집 안에서 이렇듯이 단초롭게 피어 있으니, 그 모양이 참으로 어여쁘도다. 아니 귀엽도다. 단독으로 있을 때 존재감 뿜뿜하는 수선화로다. 두 종류를 샀는데, 사진으로 찍은 수선화는 키가 작고 노란 꽃잎이 여섯 개인 것을 보니, 이름이 '팔코넷Falconnet'인가 보다.
#수선화_팔코넷Falconnet
#수선화꽃보는재미가있어요
2.
#수선화_신체사유
#팔코넷인줄_알았는데_러브데이 라고 모종 화분에 쓰여 있다...! 어쩐지 향기가 풍성하게 퍼지더라니...ㅎㅎ아몰랑이당~...수선화는 종류가 많고 비슷비슷한 종은 정말 헛갈린다. 겨울을 베란다에서 밀어내느라, 작은 화분 전체를 분갈이하느라고 미처 화분에 꽃 이름 딱지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주문 목록을 보니 '러브 데이'가 맞다. 수선화에 대해 잘 모르니 주문하기 전엔 수선화는 나에게 혼돈이었나 보다. 이제 두 종류의 수선화를 직접 대면하고 보니, 수선화가 실재적으로 다가온다. 하나의 기준점이 실제적으로 생긴다는 것은 참으로 혼돈을 잠재우는 것이고,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존재로 각인되는 듯.
참으로 이상도 하지! 개별적으로 접촉하지 않을 때엔 덩어리 상태로 모호하더니만 하나의 사물을 직접 대면하니 나에게 들어 오는 그 개별적 느낌은 덩어리진 감정 자체에서 어떤 하나가 빠져나와 어떤 새로운 감정이 생성되는 그런 느낌이다.
수선화를 키우자고 맘 먹은지 몆 년 되었지만 화분이 너무 많아진다는 피곤함이 먼저 있었다. 알뿌리 식물을 키워보지 않았다는 관리의 막연함에 막혀 있기도 하였다. 텃밭 주변에 흐드러지게 핀 수선화와 튤립을 자주 보고는 점차로 이 꽃들과 친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수선화를 키우자, 고르자, 개별적으로 화분에 심자! 여기 까지는 아직 분화되지 못한 혼돈이었다. 그런데 심어 놓고 이틀이 지나자 이 뒤섞인 혼돈은 이내 가라앉고 그 수선화 꽃이 눈에 들어 온다. 그러자 비로소 수선화 종류에 관심이 가고, 그 각각의 종류가 혼돈스럽거나 피곤함 없이 눈에 들어 온다는 것!
분화되고 개별화 되는 그 느낌의 순간을 포착하다. 존재의 재인식이다. 수선화에 대한 종류는 여전히 혼돈이지만 그 개체성에 대해서는 안정화된 감정이라고나 할까! 개별화된 수선화 그 존재를 인식하고 나서야 비로소 그 수선화라는 존재에 관심이 갔다고 해야 할까. 수선화라는 전체의 모호함에서 그 수선화라는 개별화된 접촉에서만 개별적인 이름이 필요해진 것. 전체 수선화에서 '러브데이'라는 이름을 가진 수선화로 나에게 인식되기 까지의 과정은 의미심장함을 남긴다.
각각의 사물에 대하여 개별적 명명까지는 얼마간의 혼돈이 필수불가결하였다는 것에 대해 문득, 그렇게 언어에서 의미까지는 시간이란 것이 필요하였구나... 싶어지는 정오를 향해 가는 정오이다. 인류의 시간에서 그 모든 사물들을 개별적으로 체험하고 자기와의 교감 후 그리고 또 서로와의 교감 후 이름을 짓고 그러느라 시간이 그리 오래 걸렸던 것이지 않을까.
#수선화_팔코넷과_러브데이_헛갈림
#전체의_수선화가_개별화로서의_의미가_되기까지는
#사람이_뭔가_하나를_인식한다는_것은_정말이지_보통일은_아닌것_같다
#존재와부재에_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