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규희는 입궁하지않았다. 자신을 자책하며 입궁하지않은것이였다. 실수를 깨닫고 용서를 빌러 입궁 한적은 있었지만 희
는 그런 규희를 볼 자신이 없었다. 다시 얼굴을 마주한다면 참았던 화가 다시 끓어오를것만 같았다. 강녕전 앞에서 멍석을 깔고
석고대죄를 하려했으나 희는 그것마저도 질색했다. 그리하여 궐 밖에 나가면 규희를 만날까 두려워 미복잠행도 미루었다.
그렇게 규희에게 3개월 근신이 내려졌다. 대역죄였지만 술에 취해 취기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 희는 잠깐동안 화를 삭히기로했
다. 그 사적인 일이 소문을 타고 교태전까지 흘러들어왔고, 연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 난리에 제일 신난건 하정이였다.
"감히 어전에서 그런 말을 했다는것이냐."
"예, 마마님. 홍문관 박사가 취기가 올라 그런 대역죄를 범했다하옵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느냐. 불을 지폈으니 연기가 나는것이겠지."
"그것이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대나무같이 곧은 사내가 범해서는 아니될 여인을 마음에 품을 이유가 있겠느냐. 여인이 여우짓을 했을테지."
"허면 중전마마께오서 홍문관 박사를…."
"바로 그 말이다. 여우짓을 했으니 넘어간것이겠지."
"어찌 그런 말씀을 구중에 담으시옵니까."
"분명 중전마마께오서 상감마마를 배반한것이 틀림없다."
"마마님. 누가 들을까 겁이나옵니다!"
하정의 입가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띄워졌다. 그 시각, 교태전. 잠시 시간이 나 연과 함께 다과상을 즐기고 있는 희. 이제 은효
도 희의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희와 연이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를 귀담아듣고있었다. 무슨 말인지 이해는 하지못했지만. 은
효가 졸려 하품을 하자 희가 끌어안아주며 등을 토닥였다.
"오늘은 이 아비의 품에서 자려무나."
"……."
"전하. 신첩이 재우겠사옵니다."
"오늘은 이 아비가 직접 재우고 싶어 그러오. 잠든 은효의 볼에 입을 맞추고싶기도하고."
"만기에 지쳐 피곤하지않으시옵니까."
"피곤해도 우리 은효만 보면 피곤이 싹 가시니 괜찮소."
"그래도…."
"쉿ㅡ. 조용히하시오."
희가 계속해서 등을 두드리자 은효는 잠이 들었고 연은 희가 염려되어 한숨을 내쉬었다. 잠든 은효의 볼에 잠깐 입을 맞추고는
곁에 물러나있던 보모상궁에게 은효를 안겨주었다. 희가 팔을 앞으로 내밀자 연은 희의 팔을 조심스럽게 주물렀다.
"팔이 아프시옵니까."
"가벼운줄만 알았는데 과인이 틀렸나보오."
"우리 은효가 많이 컸사옵니다."
"그래도 예나 지금이나 어여쁘긴 마찬가지오."
"이제 좀 괜찮으시옵니까."
"한결 낫구려."
"차가 식사옵니다. 음하시옵소서."
"아직은 조금 뜨거우이."
그러자 연이 희의 차에 입김을 호호 불어넣었다. 그리고나서 희에게 다시 권유했다. 희는 차를 한모금 마시고나서 뭉쳐있던 어깨
를 손으로 주물렀다.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오."
"다행이옵니다."
"……."
"엄색이 아니시어 신첩도 기분이 한결 낫사옵니다."
"과인이 궐 안에서 화를 낸다한들 뭐가 달라지겠소. 과인의 마음만 어지러울 뿐이니."
"지당한 말씀이시옵니다. 신경쓰지마시옵소서."
"아무리 신경을 쓰지않으려해도 자꾸만 신경이 곤두서는게 여간 불편한것이 아니오."
"신첩은 이미 전하의 여인이온데 뭐가 그리 걱정되시옵니까."
"과인의 제일 친하고 제일 믿음직한 벗이라 생각하였던 이가 그런 말을 하다니! 아무리 취기가 올라도 그렇지!"
"……."
"마음 속에 그대가 있다는 말이잖소! 취기를 빌려 내게 말한것이잖소!"
"신첩은 이미 전하의 여인이옵니다. 그것은 변치않사옵니다."
"……."
"기노하시었사옵니까."
"아니오."
"하오면 신첩이 어찌 하면 되겠사옵니까. 전하께 선물을 하나 드리면 기분이 나아지시겠사옵니까."
"크흠, 무엇이오."
"잠시 곁에 가도되겠사옵니까."
희가 고개를 끄덕이고 차로 목을 축이자 연이 치마를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 희의 곁에 다가가앉았다. 희는 내심 기대하고있었다.
연이 희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쥐었다. 연과 희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치자 재빠르게 희가 연의 어깨를 잡아 바닥에 눕혔다. 놀란
연은 호흡이 빨라졌고, 그 호흡을 느낀 희의 몸은 달아올랐다.
"전하…."
"조용히하시오."
"지밀상궁과 지밀나인들이 지켜보고있사옵니다."
"아니오."
"……."
"차를 다 마시었소?"
"그렇, 그렇사옵니다."
"그럼 차의 향을 다시금 느끼고 싶지않소?"
"차의 향이 너무 짙사옵니다."
"……."
"신첩이 선물을 드리고자하였는데 전하께오서 갑자기 이리 하시오면…."
"선물이 무엇이었소."
"……."
희의 물음에 연의 두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선물이 무엇이었소."
"그건 말씀드릴수없사옵니다."
"대체 그건 무슨 경우란말이오."
"……."
연은 희의 손을 끌어다 자신의 배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제일 밝게 웃으며
"신첩의 소원을 들어주셨나봅니다."
"그것이 무슨 말이오."
"신첩에게 또 하나의 생명을 주셨사옵니다."
"……."
"느껴지시옵니까."
연의 말에 희는 연의 배 위에 올려진 자신의 손에 집중했다. 또 하나의 생명이라…. 희는 연을 일으켜 품에 안았다. 숨이 막힐정
도로 꽉 안은 희는 연거푸 고맙다는 말만 했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이게 다 전하의 정성덕분이옵니다."
"그대는 어찌 내게 그런 말을 한단말이오. 제일 간절하던 이는 그대였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내가 더 고맙소. 이 기분을 어찌 표현해야할지."
"이번에는 꼭 남아복이여야할텐데…."
"그럴것이오. 꼭 그럴것이오."
"치성을 드릴까하옵니다."
"치성이라?"
"어릴 때 어머니께서 달밤에 치성을 드리는것을 본적이 있사옵니다. 장독대 위에 물 한사발 올려놓고 어찌나 간절히 기도를 올
리시던지. 그 때 아버지께서 병을 앓고있으셨사온데 어머니의 치성 덕분인지 말끔히 나으셨사옵니다. 그리하여 신첩도 치성을
올리면 들어주시지않을까하여…."
"성수청에 기별을 넣어놓겠소."
"그리하여주시겠사옵니까."
"그리하리다! 나도 함께 갈 수 있소?"
"허면 신첩은 더할나위없이 기쁠것이옵니다."
"좋소."
희는 연의 배를 다시금 쓰다듬어보았다. 신기했다.
"어찌 알았소?"
"아뢰옵기 민망하오나 몇달전부터 환경을 하지않아 걱정을 하던 중 내의원에 기별을 하였사옵니다."
"저번처럼 모현은 없었소?"
"안그래도 모현이 심해 고생은 하였으나 용종을 잉태하고있으니 하나도 힘들지않았사옵니다."
"고생하였소."
"송구하옵니다. 매번 걱정만 끼쳐드려…."
"그게 무슨 소리요!"
"……."
"누워서 쉬는것이 좋겠소."
희가 연의 붉어진 두 뺨을 어루만졌다.
"고맙고 또 고마우이."
첫댓글 ㅋㅋ이제왕자를낳을날만기다리면되네요^^잘보고가요~
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완전재미잇있어요
완전까지...ㅠ^ㅠ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보고 가요 ~ㅋㅋ
감사합니다!!!
ㅋㅋ오늘도 역시 올려져 있네요~잼있게 보고가용~
감사합니다!!!
ㅎ
ㅎㅎ
138명 왔다갔는데;; 대박~~;;
재미없는 소설을 읽어주셔서 저는 감사할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