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소식 오천련 & 구숙정

[울보왕자]

한 시대를 풍미했다는 것은

지금 현 시점에서는 잊혀졌다는 말도 되겠다

본인들은 그때 그 시절 영광의 나날들을

지금도 기억하는지 모르지만

과거 홍콩영화를 사랑했던 많은 이들에게 항상 그 자리에 남아 있는 추억이 되어준 배우

오천련과 구숙정

무명의 잡지모델을 발탁하여 톱스타 유덕화와 함께 만든 영화

<천장지구>

단 한편의 영화로 홍콩은 물론, 아시아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던 오천련

순백의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죽어가는 유덕화 뒤에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당시 오천련의 청순한 모습의 영화가 개봉하고

국내에서 반응은 정말 굉장했다

그 시절 청순하다는 수식어는 오천련 앞에서만 쓰여질 정도 였으니까

미스홍콩 출신으로 배우가 된 구숙정

청순함의 대명사 오천련과는 전혀 상반된

섹시하면서도 개구쟁이 같은 이미지로 많은 영화에 출연했다

보통 남자들의 이상형은

청순하거나 귀엽거나 섹시한 여성을 찾기 마련인데

오천련은 청순하고

구숙정은 귀여우면서 섹시하다

많은 남자팬들이 좋아할만하다

<천장지구> 단 한편으로 뭇 남성들을 설레이게 했던 그녀는

신인임에도 주윤발, 장국영, 양조위 등은 물론, 홍콩 4대천왕과 함께 작업하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홍콩영화가 전성기를 맞고 있을 무렵은

뒷골목 사내들이 나오는 "의리" 냄새 팍팍 나는 영화들이 대부분이 였기 때문에

여배우라는 존재는 그저 곁들인 소스로 쓰일정도였지만

오천련은 늘 뒷골목 사내들의 운명적 사랑의 여인으로 나와서

어느 정도 비중있는 역할들을 맡기도 한다

곁들인 소스의 피해자는 구숙정 이였다

물론, 주연을 맡은 로맨스 영화도 있었지만

당시 인형같고 청순한 여배우들이 쏟아지며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구숙정 같은 왠지 모를 건강한 이미지는 별로 호응을 얻지 못했다

비슷한 신체조건의 종려시와는 다른 행보였다

내가 볼땐 두 배우 모두 아름답다

두 배우 모두 팬이였지만

마음이 조금 더 기울었던 것은 오천련이였다

한참 좋아할때 한국에서 CF를 찍은적이 있었다

몇 편의 영화 속에서 무술연기를 보여주기도 한 구숙정

실제 무술을 잘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는데

몸매가 받쳐주니 뭘 해도 잘 어울린다

특히나 긴 머리 휘날리며 보기만해도 시원한 발차기 +_+

구숙정이 너무 오랜만이라 프로필 검색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위로 오빠 둘 밑에 여동생이 넷이란다

중간에 끼고 여동생만 넷을 거느리는 그녀의 어린 시절이 궁금하다

보여지는 이미지로는 굉장히 밝은 개구쟁이 였을 거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오천련은 <천장지구>야" 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녀를 스타덤에 오르게 하고 "청순한" 이미지를 더해준 영화기 때문에 그런 말이 당연하다고 느끼지만

나는 오천련 최고의 영화를 뽑는다면

늘 <불초자 열혈남아>였다

비디오테잎으로 당연히 소장하고 있는데

가끔 감수성이 쫙쫙 메말라가는 시기에 한 번씩 보며 닭똥같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한다

냉정하게 보면 완성도 면에서 형편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훗날 기회가 된다면 내가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하다

<불초자 열혈남아>에서 보여주는 그녀의 상냥한 행동들이 언제나 나를 설레이게 만든다

여명과 둘이 엘리베이터에서 손을 잡는 장면은

조성모 뮤비에서 본거 같기도 하다

(이거 툭하면 홍콩꺼 갖다 쓰는거 같다)

무엇보다 슈퍼에서 걸신들린듯 음식 훔쳐먹고 있는 여명 손에

돈을 쥐어주는 장면이 마음에 든다

지폐에 호출기 번호를 남기는 센스 +_+

지인에게 받은 2009년도 "중년을 위한 나이트클럽" 대형 달력을 과감히 버리고

이 사진을 뽑아 달력으로 쓰고 싶다ㅋ

사진 속 웃는 모습이 너무 환해서

칙칙한 내 방 뿐만 아니라

퀭한 내 얼굴도 밝게 해줄거 같다

그녀의 건강하고 밝은 에너지가 사람을 즐겁게 해준다

과거의 영광은 그대로 두더라도

1968년 동갑내기인 오천련과 구숙정은 이제 나이가 들었다

현실적으로 당연히 靑春들이 나오는 영화에서 수줍은 듯한 여주인공을 맡기에는 불가능하다

구숙정은 결혼과 함께 사실상 은퇴를 하게 되었고

오천련은 예전만큼의 활동은 아니지만 계속 배우생활을 하는 거 같다

오천련도 결혼한다는 기사가 나왔지만 막상 결혼식이나 결혼생활에 관한 기사는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녀가 현재 걷고 있는 느릿한 배우의 걸음은 

이제 청순한 여성에서 중년의 여성으로 변신을 꾀하는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이제 평범한 주부의 삶을 사는 구숙정

대머리랑 결혼할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미모는 여전한거 같다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하지만

전혀 평범하지 않은 멋진 젊은 날을 보낸 구숙정이다

앞으로 그녀들을 대형 스크린에서 볼 수 있을 까?

얼마전 <영웅본색>을 재개봉 한 것처럼

그녀들의 영화들도 재개봉 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녀들은 이제 추억의 여배우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속에서 그녀들을 추억하기 위해서는

그녀들의 영화를 보면 되는데

90년대 출시된 홍콩영화의 DVD는 화질이나 다른 면에서 형편없다

고화질을 중시하는 요즘 세대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니지만

뭐 어떠한가?

조금은..

빛바랜듯한 화면속에서 그녀들을 보는 것이

추억을 불러일으키기 좋은 조건이 아닌가?

홍콩영화의 마지막은 "질주"였다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오토바이의 속도처럼 빠르고 파워풀하게

수많은 영화들과 함께 전성기를 맞았지만

그 만큼 빠르게 Finish 라인을 밟았다

오토바이는 멈추었다

빠르게 달리다 갑자기 멈춰버리면

몸은 아직도 달리는 듯한 기분인데 나는 멈춰있다

홍콩영화의 추억은 그런 느낌이다

여운이 남는다

나는 달리고 싶은데..

[십전제왕]

구숙정 상당히 좋아했는데..나보다 나이가 많았군..ㅋㅋ

[파죽지세]

왠지.. 요즘 안나오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