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 사념체 ] - 제 2화
독을 품은 이빨이 금방이라도 나에게 내리찍힐 것 같았다.
나는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아까부터 들리는, 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타격음 소리.
나는 궁금증에 눈을 떴다.
"히얏..!"
「캬오ㅡ!」
믿을 수 없었다.
상식이란 개념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엘프란 무엇인가.
평화를 상징하며 생명을 존중해서 육식도 하지않고 초식만 하는, 순하디 순한 생물들이 아니었던가.
그럼 내 앞에서 호랑이와 무기 하나없이 격투기만으로 호랑이를 제압하는 생명체는 엘프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인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신비스러운 아름다움, 그리고 움직일 때마다 찰랑거리는 라임색의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뾰족한 귀가 엘프라는 것을 알려주고있었다.
호랑이와 엘프소녀가 대치하고 있었고 난 그 모습을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때,
「크앙ㅡ!」
호랑이가 울부짖으며 그 큰 덩치로 점프를 해 엘프소녀에게 달려들었다.
"위험..!!"
내가 말을 다 내뱉기도 전에 엘프소녀는 호랑이가 점프했을 때 아래쪽 빈 공간으로 빠르게 파고들어 호랑이 배에 펀치를 날렸다.
강한 힘과 엘프의 민첩함을 이용한 훌륭한 공격이었다.
호랑이는 고통으로 울부짖었고 그대로 힘이 빠지는 듯 했다.
호랑이는 힘이 빠져 엘프소녀에게 기대었고 엘프소녀는 그 큰 덩치의 호랑이를 번쩍 들어올려 구석에다 놓았다.
"괜찮으세요?"
"아, 괜찮..."
긴장이 풀려버린 탓일까..
기절해버렸다.
--------------------------------------------------------------------------------
내가 앉아있는지 누워있는지도 구분하기 애매한 감각.
난 좀 더 감각을 곤두세웠다.
그랬더니 내가 누워있다는 것과 왼팔부분이라고 추정되는 곳이 무언가에 짓눌리 듯 무겁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 몸이 내 의지에 제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일단 여기가 어딘지 알아야하기에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점점 시야가 확보되면서 나무로 된 천장이 눈에 띠였다.
약간 상체를 일으켜보았더니 좀 무기력하지만 상처는 꽤 치료가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문제의 왼팔을 보았다.
"........"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어째서.. 엘프소녀가 여기서 자고있을까..!
왼팔의 묵직한 무게의 원인은 엘프소녀였다.
엘프소녀는 침대 왼쪽 바닥에 쪼그려 앉아 내 왼팔을 베개로 사용하며 자고있었다.
엘프소녀는 너무나 무방비하게 자고있었다.
그녀의 매혹적인 미모와 신비스런 분위기, 그리고 무방비 상태로 자고 있다는 사실은
금욕적인 유혹이 되었다.
두근...
첫댓글 즐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