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전주에서 어머니와 함께 가게를 차릴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가게를 올해 3월에 오픈할 예정이었어요. 그래서 작년 12월부터 인테리어 업체를 찾아보다가 어머니 지인 소개로 인테리어 업자를 한 명 소개받았습니다. 견적을 받아보니 다른 인테리어 업체보다 훨씬 싸게 해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날 바로 계약하자고 해서 약식으로 계약서를 썼습니다.
그런데 제가 계약서를 써본 적이 없어서 뭘 어떻게 써야 하는지 제대로 확인을 못했던 것 같아요. 제가 계약하면서 3D 도면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는데 이 인테리어 업자는 "그렇게 하면 수정하기가 어렵다"며 자기가 스케치한 이미지를 보여주더라고요. 원래 가게 인테리어는 수정하면서 하는 거라면서요. 전 계약서에 아무 생각 없이 사인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잘못된 판단이었습니다.
공사는 올해 1월3일부터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인테리어 업자는 시작부터 계속 돈을 요구하더라고요. 계약하면서 총 공사대금 4000만원의 10%인 400만원을 송금했지만 이후 1주일간 계속 돈을 요구해 은행 대출을 받아 2600만원을 송금했습니다. 그때까지는 공사가 빠르게 진행되는 듯 싶었어요.
하지만 갈수록 인테리어 결과물이 처음 요구했던 것과 달라졌고, 계약서에 명시했던 것들이 하나둘씩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불안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렇게 바꿔달라고 했던 제 잘못일까요.
그 업자는 공사를 한다면서 겨울 내내 저희 가게에서 히터와 난로를 하루 종일 켜놨습니다. 그러면서 2월이 다 된 시점까지 공사를 20%밖에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인테리어를 추가해야 한다며 돈을 더 내라는 말뿐이었습니다. 제가 공사를 빨리 진행해달라고 사정을 해야 했고, 그 업자는 설 연휴 전까지 90%까지 마쳐놓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공사대금 잔금 2600만원은 그 후에 주기로 했고요.
원래 잔금은 2400만원이었는데 공사하면서 200만원 견적이 추가돼 2600만원이 됐습니다.
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설날 전까지 공사 90%를 해놓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재를 재활용하면서 부실공사를 해놨더라고요. 결국 제가 소송을 냈는데 이 업자가 폐문부재 상태여서 소송이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변호사들은 이 업자가 아무래도 신용불량자로 돈 받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사건 수임 자체를 안하려 하더군요. 저는 사실 그동안 인테리어 공사 대금을 그 업자의 부인이라는 사람 계좌로 보냈습니다.
경찰서에 가서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느냐고 문의했는데 경찰은 명백한 사기라고 했습니다. 다만 이 업자가 법에 대해 잘 알고, 교묘하게 속인 것 같아 범죄성립은 힘들다고 하더군요.
저는 지금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하루 하루가 너무 힘듭니다. 저 같은 피해자는 어디서 어떻게 법적 구제를 받아야 하나요?

어머니 명의로 대출까지 받아 공사비를 충당했는데 정작 가게는 엉망이 됐군요.
일단 질문자께서는 해당 인테리어 업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테리어 공사는 민법상 도급계약으로 취급됩니다. 업체가 계약내용을 어기고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경우 민법 제667조에 따라 하자보수를 요구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소송을 냈는데도 진행이 안된다고 하셨는데요. 이 경우 공시송달을 통해 소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공시송달은 송달할 서류를 법원에 보관하고 공고를 내는 것으로 송달을 한 것과 똑같은 효과를 얻는 것입니다. 통상적인 방법으로 도저히 송달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씁니다.
그런데 해당 업자가 공사대금을 '부인' 계좌로 지급받았다고 하셨죠? 이것만으로 속단하긴 힘들지만, 질문자께서 자문을 구한 변호사들 조언처럼 승소한다고 해도 그 업자에게 돈을 받아낼 수 있을지는 의심스러운 상황입니다.
형사고소까지 생각하고 경찰을 찾으셨는데 사기죄 성립이 어렵다고 해서 더 힘드셨을 텐데요. 내 돈을 떼먹고 도망간 악덕 인테리어 업자가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다면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하지만 법적으로 살펴보면 경찰의 이런 의견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최근 제주지역에서도 인테리어 시공업자가 공사대금만 받고 잠적하는 '먹튀' 사건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는데요. 6명에게 공사비를 선지급 받고 연락을 끊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때 사기죄 수사가 진행되려면 이 먹튀 사건처럼 처음부터 업자에게 인테리어 공사를 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정황이 나와야 합니다. 또 사기를 치려고 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볼만한 정황도 필요합니다.
반면 공사과정에서 자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거나, 시공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다거나, 공사가 생각보다 늦어졌다는 등의 이유만으로는 사기죄 성립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질문자의 경우도 해당 인테리어 업자가 공사를 어느 정도 진행해놓은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이 경우 그 업자에게 인테리어 공사를 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을 추궁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경찰은 아마도 이런 가능성 때문에 사기죄 성립이 어렵다고 답변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이런 이유로 사기죄 성립이 인정되지 않아 불기소처분이 내려지는 사례가 많습니다.
결국 믿을 만한 인테리어 업체를 고르고,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인테리어 업체를 선정할 때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실내건축 공사업자로 등록된 건설업자를 고르는 것이 하자보수에도 절대 유리하고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등록된 건설업자가 시공한 인테리어는 하자보수 기간이 1년까지 보장됩니다. 사업자등록이 잘 돼있는지, 고정된 사무실이 있는지 등도 확인해야 합니다.
견적서를 잘 체크하고, 계약서에는 '공사의 범위 및 공사의 내역'과 '하자보수'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이밖에 시공 장소와 공사 일정, 공사비 산정과 지급 방법, 연체료 및 지체보상금, 계약보증 및 해제, 위약금 등에 관한 내용도 꼭 넣어야 합니다. 이런 것을 꼼꼼히 준비하기 어렵다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실내건축·창호 공사 표준계약서를 참조해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만약 다른 업체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견적을 내거나, 여러가지 핑계로 계약서 기재 일자보다 앞당겨 계약금이나 잔금 등을 요구한다면 무조건 의심해야 합니다. 공사 진행 정도에 따라 잔금을 나눠 치르고, 잔금을 지급할 때는 확실하게 기록이 남도록 계좌이체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