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기행(公州紀行)
황광국
2018년 5월 18일
가연(佳緣)
가는 비 살포시 내리고 초여름 연두빛에 함초롬 열어가는 적당히 운치 서리고 생각 여하에는 여행하기 딱 좋은 그런 날이다.
비 내리는 날의 안개, 여행에 감미를 더하고 새로움을 불러 일으킨다. 이런 날이야 문인의 가슴에 드리운 신비의 문(門)이 열리고 문(文)의 향기가 펼쳐질 일이다. 내리는 물망울 하나, 말없는 나무 한그루에도 존재 했으므로 존재해야 하는 당위성을 탐미 해 볼 일이다.
10: 50 공주 석장리 박물관
인류의 발자취
네안데르탈의 섬광
고대의 전설이 숨을 쉰다
저 원시의 아우성
그때 피던 붉은 꽃은
오늘도 말없이 피고 지고
그때 불던 바람
오늘도 불어가고
누만년을 돌아
진한 강물 따라
흐르는 파랑이여
오늘의 그대 모습
손의 힘
손의 마력에
새겨진 시련의 역사여라
무령왕릉
현란(絢爛)한 흐름이여
예지(藝智)의 횃불이여
웅혼(雄魂)의 기상이여
스러져 가는 왕국에
샛별처럼 나타나 일으킨
금빛 찬란한 동방의 성국
사해에 기상을 떨치다
공산성
아무렇지도 않은
아무렇지도 아지니 않은
세월에 빛바랜 송덕비 따라
구부러 도는 등성이
구비 구비 달리는 성곽에
하늘을 가리는 웅자 금서루
천하를 품어 안은 망향의 누대
주인 바뀌기를 몇번이었던가
처연히 새겨둔 역사
잃어버린 뒤안길에
들려오는 천고의 소리
흐르면 공이요 허무인 것을...
12:30 공주국밥
금강산도 식후경이려니 점심 갖는 의식은 거쳐야 하고, 국밥에 곁들이는 이 고장 특유의 밤 막걸리 한잔으로 중간 시간 매김을 한다. 그렇게 같이 둘러 앉는 시간이야 가장 정감이 흘러가며 인생의 잔잔함이 묻어나는 시간이 아니겠는가. 식사를 마치고 잠시 가로 질러 흘러가는 냇 강에 눈길을 돌려 본다.
'但見江水去悠悠 다만 강물이 유유하게 흘러가는 것을 보려니
那知歲月亦不留 어찌 알겠나, 세월 또한 머무르지 않는 것을'
이태조(李太祖)를 도와 개국(開國) 조선의 터전을 닦은 정도전이 금강 변을 지나며 읊은 시의 한 구절이다. 그의 일성(一聲)처럼 강물은 유유하고 세월 또한 머무르지 않으니 그때 부르던 격렬한 노랫소리 어디로 가고 또 홀연히 나르던 흰 갈매기는 바닷물 따라 어딘가에 유영할 지니...
13: 40 公州博物館(공주박물관)
其然故場博物館(기연고장박물관) / 그대로 박물관인 전통의 고을
處處濫濫藝魂紗(처처남람예혼사) / 곳마다 넘치는 예혼의 자락에
忍苦之心流歲月(인고지심유세월) / 인고의 바탕으로 흘러온 세월
赤色香氣進忍冬(적생향기진인동) / 인동초의 향기 가슴에 붉어라
似强似弱强亦靭(사강사약강역인) / 강한듯이 약한듯이 또 강인한
千五百載之復活(천오백재지부활) / 천오백년 이어내린 부활의 꿈
守護根氣鎭墓獸(수호근기진묘수) / 진묘수 수호아래 지켜낸 근기
燦然歷使百濟榮(찬연역사백제영) / 찬란한 역사 백제의 광영이여
공주문화원
공주의 자존심
충청인가
공청인가
묵묵히 흐르는 선비의 자존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긍정도 부정도 통하는 됐시요 ~
언어의 흐름
억양의 마법
곰동네 특유의 향취
시나브로 시나브로 나아갈 지니
짧고 쉽고 단순하게
'靑山影裏一片舟 푸른 산 그림자 속에 일엽편주 따나가니
只有沙鷗得自由 저 모래밭에 갈매기처럼 자유롭게 흘러서 가리'
고려말기의 문신 강호문이 읊은 '웅진도(雄津渡)'의 싯귀(詩句) 한 소절을 떠 올리며 공주의 문화를 읽는다.
공주풀빛문학관
영원한 공주의 예인 나태주 시인의 풀빛문학관에 이른다. 입구에 문하생들의 작품과 선생의 시가 화폭에 나부끼고 각종 꽃들이 숨을 쉬는 정원에 일본식 아담한 건물이 오는 객을 맞는다. 일본식 건물이어도 어떠랴. 역사의 자취요 문화의 흔적인 것을...
실내에는 노 시인의 작품들이 병장도에 삽화 곁들여 향기로 물들고 소탈한 시인의 손 끝에서 울리는 풍금(風琴)소리, 옛날의 바람을 몰고 온다. 뻐꾹새 소리 울리고 나의 살던 고향의 애잔함이 흐른다. 기념촬영도 하고 '나태주 대표 시' 소책자 한 권씩을 받아들고 나서는 길에 이미 석양이 흐르기 시작하고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그의 대표 시라고 여겨지는 '풀꽃'을 음미해 보며 오르는 귀향길, 남도행로에 서애(瑞靄)의 하늘이 몰려오고 있다. 만년의 역사, 더 많은 세월 역역히 스민 예술의 향기, 새로운 만남 있었으니
事理推尋海諒意(사리추심해량의) / 세상의 이치 깊이 살펴 그 뜻을 헤아리오면
處處佳緣可加來(처처가연가가래) / 존재하는 곳곳에 좋은 인연 더 해 가리니
첫댓글 맛과
멋이 시향 흐르는 역사여!
그대는
정영 뉘 시온지요.
시대를거슬러 오르내리시는 識
그안에 머므름이
한생이길
바램하며 이만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