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열판 줄마다 깔린 전기톱 앞에서는 돼지 멱따는 소리도 내지르지 못한다 잘려 나가는 족발들이 생삼겹살 위에 뜨거운 피 얼얼하게 뿌린다 신선한 족적을 남기는 중
사후강직 상태는 무한정 싱싱하게
육질 좋은
쇠고기로 거듭나야 한다
주인은
뭉툭한 칼끝으로 푸른 하늘 한 조각을
두루뭉술 띄워 놓을 수밖에 없다
오늘 최고 가격은 쇠심줄 뜯겨 나간 자리 선명히 비치는 꽃등심살, 전기톱 앞에서 제 똥 발라내려는 살가죽 유난히 흔들어댄 꽃돼지 엉덩짝
검은 비닐봉지 들고 건널목 건너려고 달려가다가
붉은 눈동자에 걸려 중앙선에 잡혀있는 나를 본다
<시작노트>
요즈음 `꽃` 말을 풍미한 언어가 유행인것 같다. 꽃미남, 꽃사랑 카페에서 부터 심지어 꽃돼지 삼겹살, 꽃등심살 등도 있다. 그런데 명작 꽃 풍경을 그린 화가도, 그 그림을 감상하는 나도, 우리도, 꽃을 볼 때의 마음이 얼마동안 마음 바닥에 있다면, 꽃마음으로 이어질까, 방금 피어올라 가장 신선하고, 우아한 꽃미소를 톡 꺼내어줄 꽃마음은 어디쯤에 와 있을까,